요망진, 조랑말

-제주마이야기&생각하기-

by 김일석

4. 탐라의 첫 친구, 조랑말



4.1. 작지만 강한 첫 발자국


⚬진행자: 탐라국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조랑말들은 언제부터 사람들과 함께 살게 되었나요?

⚬탐라마: 그건 아주아주 먼 옛날, 제가 직접 경험한 이야기예요. 한라산 북쪽 모흥혈이라는 동굴에서 양을나, 고을나, 부을나라는 삼신인이 솟아나셨어요. 그분들은 사냥하며 살고 계셨죠. 그러던 어느 날, 동쪽 바다에서 자주색 봉함이 된 목함이 떠내려왔어요. 벽랑국 사신이 세 공주님을 모시고 와서 그 목함을 열었는데, 바로 그 안에 제가 들어있었답니다! 저와 함께 송아지들, 그리고 오곡의 씨앗들이 함께 실려 왔어요. 저는 단순한 가축이 아니었어요. 오곡 씨앗과 함께 온 저는 이 땅에 농경과 목축 시대를 알리는 하늘의 선물이었죠. 삼신인께서 저를 기르고 곡식을 심으시면서 척박한 땅에 풍요가 싹트기 시작했으니, 저는 탐라 문명의 새벽을 연 신성한 존재였던 셈입니다.


⚬진행자: 사람들과 어떻게 함께 지내셨고, 탐라국 번영에 구체적으로 어떤 역할을 하셨나요? 단순히 짐을 나르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었을 것 같아요.

⚬탐라마: 저는 화산토로 뒤덮인 척박한 돌밭을 갈고, 짐을 나르고, 때로는 아이들과 뛰놀며 사람들과 가까워졌어요. 몸집은 작았지만 탐라의 거센 바람도 거뜬히 견딜 만큼 강했답니다. 삼신인과 세 공주께서 이 땅에 정착하여 오곡을 심으실 때, 제가 가진 강인한 체력과 끈기가 정말 큰 도움이 되었어요. 넓은 땅을 개간하고, 씨앗을 나르고, 물길을 찾아 이동하는 데 제 발굽은 잠시도 멈추지 않았죠. 저는 삼신인과 함께 이 땅을 달리며 부족 확장에도 기여했습니다. 저는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제주인들의 삶을 지탱하는 중요한 동반자이자 재산이었어요. 자손들이 번성하고 탐라라는 이름을 얻어 독자적인 왕국을 이루는 과정에서, 저는 늘 그들 곁에서 땀 흘리며 이 섬의 기상을 지켰답니다.


⚬진행자: 탐라국에서 신라까지 조랑말도 함께 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정말 먼 길이었을 텐데요.

⚬탐라마: 물론이죠. 탐라가 번성하고 15대손에 이르러 세 형제가 신라에 조공하러 갔을 때, 저도 함께 먼 길을 나섰답니다. 제 튼튼한 발굽 덕분에 문제없었어요. 신라 왕은 저의 늠름한 모습에 감탄하며 그 형제들을 성주, 왕자, 도내로 봉했고, 나라 이름도 그때부터 공식적으로 '탐라'라 불렀어요. 저는 그 뒤로도 오랫동안 사람들과 함께 농사를 짓고, 때로는 위국헌신의 자세로 전쟁에도 함께했어요. 사람들의 역사와 함께 달린 셈이죠.


⚬진행자: 탐라 건국 신화 속에서 조랑말은 어떤 상징적 의미를 지닌다고 보시는지요? 단순한 가축만은 아니었을 것 같아요.

⚬탐라마: 맞아요. 저는 단순한 가축을 넘어 세 가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생각해요.

첫째, 저는 생명력과 풍요를 상징해요. 오곡 씨앗과 함께 등장한 건 이 땅에 생산과 번영이 시작되었음을 의미하거든요. 수렵 시대를 끝내고 정착 문화를 가능하게 한 핵심 존재였으니까요.

둘째, 제 몸에 밴 한라산의 기운과 강인함은 제주인들의 끈질긴 생명력과 참 많이 닮아있어요. 아무리 척박한 환경이라도 굴하지 않고 굳건히 살아내는 탐라 정신이 바로 저에게 담겨 있죠.

셋째, 신화 속에서 하늘에서 내려온 귀한 존재로 여겨진 저는 조랑말이 고대부터 이 섬에서 특별하게 다루어졌던 이유를 설명해 줍니다. 저는 제주의 상징이자 자랑스러운 역사 그 자체예요.


⚬진행자: 대단해요! 당시 조랑말이 남기셨다는 그 신성한 발자국이 바닷가 암반에 지금도 남아 있다니, 정말인가요? 믿기지 않으면서도 꼭 직접 보고 싶어집니다.

⚬탐라마: 직접 볼 수 있어요! 당시 동쪽 바다에서 세 공주님이 들어있던 목함이 발견된 곳에서 삼신인께서 너무 기뻐 쾌성을 내질렀어요. 그래서 그곳을 ‘쾌성개’라 하고, 공주님들이 도착한 해안을 ‘황루알’이라 해요. 저는 그때 공주님들과 함께 배에서 내렸던 바로 그 망아지였어요. 공주님들과 삼신인께서 혼례를 올리러 혼인지로 향하실 때, 제가 달려간 길이 바로 지금의 성산읍 온평리 해안이었죠. 그때 제 발굽이 부드러운 땅에 깊이 찍혔고, 세월이 흐르며 그 땅은 암반으로 굳어져 지금도 그 자국이 아련히 남아 있는 거예요.


⚬진행자: 혼인지라는 곳이 뭔가요?

⚬탐라마: 아름다운 연못이 있는 혼인을 올린 곳이에요. 이곳은 세 신인이 벽랑국에서 온 세 공주와 백년가약을 맺은 신성한 장소죠. 그러니 제 발자국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제주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신성한 증표라고 할 수 있어요.


⚬진행자: 증표라니, 그 발자국이 그렇게 깊은 의미가 있나요? 좀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탐라마: 제가 달린 그 길은 그냥 길이 아니에요. 신화가 현실이 된 길이죠. 벽랑국에서 온 공주님들과 함께 저와 송아지, 그리고 오곡의 씨앗이 도착하면서 이 땅에 농경과 목축의 시대가 열렸잖아요. 수렵에만 의존하던 삼신인께서 저를 기르며 씨앗을 심고, 땀 흘려 거둬들이며 풍요와 문명의 삶을 시작하신 거죠. 제 발자국이 새겨진 그 길은 곧 지금의 제주가 문명을 꽃피우고 번성하기 시작한 역사적인 통로예요. 제주의 건국과 번영이 제 발굽 아래에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그 길은 제주의 정체성과 생명력이 깃든 아주 특별한 길이에요. 지금도 그 해안의 바람결을 따라 그 자리에 서 보세요. 귓가에 천천히 들릴 거예요. "따그덕, 따그덕..." 제 발굽 소리는 지금도 제주 땅속에서 조용히 살아 숨 쉬고 있답니다.


⚬진행자: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혹시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탐라마: 저는 그냥 말이 아니에요. 탐라국의 시작부터 함께한 친구이자, 역사의 기억을 품은 존재이며, 지금도 제주의 시간을 함께 살아가는 작지만, 강인한 여러분의 동반자랍니다. 저를 잊지 말아 주세요. 제 발굽 소리와 발자국에는 그 모든 이야기가 담겨 있거든요. 제주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살아있는 역사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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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 생각하기


❶ 당신의 발자국을 깊이 새겨라.

제주의 역사는 전설처럼 시작되었다. 사람조차 없던 땅에 세 신인이 나타났고, 하늘에서 온 공주들과 망아지, 송아지, 오곡 씨앗이 도착하며 탐라국 문명이 태동하였다. 그 길 위에는 조랑말의 발굽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다. 이 자국들은 단순한 흔적이 아니라 시작의 증거이자 동행의 기억이며 존재의 의미를 담고 있다. 우리 삶 또한 다르지 않다. 위대한 업적만이 역사에 기록되는 것이 아니라, 작고 느린 걸음이라도 진심으로 걸어온 길에는 분명한 무늬가 남는다. 그 발자국은 때로 누군가의 새로운 시작을 알리는 이정표가 되고, 절망 속에서 다시 일어설 용기를 준다. 또한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도 누군가의 마음을 울리는 작은 울림으로 영원히 살아남는다. 그러므로 지금 이 순간, 망설이지 말고 당신의 발자국을 삶 속에 깊이 새겨야 한다. 그 발자국이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괜찮다. 당신의 말과 행동, 작은 성취가 모두 삶에 새겨지는 귀한 자국이다. 혹시 자신의 삶이 ‘단순한 흔적’에 그친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오해이다. ‘신화가 현실이 된 길’처럼, 당신의 삶 또한 미래 세대에게 신성한 증표이자 역사적 통로가 될 수 있다. 지금 당신은 어떤 발자국을 남기고 있는가? 당신의 발자국이 단순한 지나간 자국이 아니라, 미래 세대에게 영감을 주고 의미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살아있는 신화’가 되도록 매 순간 충실히 살아가라. 당신의 힘찬 발굽 소리가 미래 역사 속에서 영원히 울려 퍼지길 바란다. 기억하라, 당신의 삶은 곧 당신만의 살아있는 신화이다.



✍ 사유의 여백: 당신의 느낌과 생각을 적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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