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마녀 2]리뷰
이 글은 영화 [마녀 2]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기약이 없어 보이는 크리스마스처럼, 후속편을 손꼽아 기다리게 하는 영화들이 한국에도 존재한다.
매도 먼저 맞는 놈이 낫다는 듯, 범죄 도시 2는 자신의 숙제를 정말 성공적으로 해냈다. 형만 한 아우 없다는 편견을 깨는 후련함을 가져다주긴 했지만. 동시에 이 뒤를 이을 영화들은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는 성공 케이스를 둔 셈이다.
박훈정 감독을 등에 업은 [마녀 2]는 용감하게 그 뒤를 잇기로 했다.
한국형 여성 히어로물이라 할 수 있는 과감한 시도와. 당시 신인이었던 김다미 배우를 이제는 익숙한 얼굴로 만들어 준 작품이었기에. 마니아들은 은근히 마녀 2의 제작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다미 배우의 출연 여부에 대한 잡음과 코로나로 인해 조금은 늦어진 제작이긴 했지만. 드디어 우리 곁으로 찾아온 후속편에 대한 기쁨만큼은 전혀 늦거나 사그라들지 않은 것처럼 보인다.
루머처럼 떠돌던 팬들의 떡밥(?) 분석과 세계관 확장은 얼마나 들어맞는지. 그리고 새로 등장하는 배우들의 합은 과연 어떨지. 고대하는 마음만으로 시간을 보내던 팬들에게는 마녀 2의 개봉 소식은 한여름의 크리스마스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배우 김다미가 주연이 아니라서 실망한다는 사람들에게.;다른 카테고리끼리는 비교하지 않기.
사람의 뇌는 부정적인 것과 변화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것이 한 개체의 생존과 직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았으니 본능적으로 일단 거부하고 보는 것이다. 게다가 한 번 경험한 일이 이미 성공적인 감정으로 받아들여진 경우라면, 새로운 모든 시도들은 한층 더 격렬한 저항을 만나게 된다.
그러니 성공한 영화의 후속편에 출연한다는 것은, 독이 든 성배에 기꺼이 입을 가져가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비슷하다. 현재 대한민국에 있는 모든 여자들의 이상형 자리를 꿰어차고 있다는 천하의 구씨도, [범죄 도시 2]의 개봉 전까지는 이 성배에 몸을 푹 담근 채 뼈가 삭아 내릴 때까지 장첸과 비교를 당해야 했다.
그러나 이름 이어받기를 주저하지 않은 사람들의 성공적인 케이스들도 많이 있다. 이제는 은퇴한 (앞에서 이렇게 말했음에도 불구하고 영원히 나의 원픽이 될) 007 다니엘 크레이그도, 최근의 로버트 패틴슨이 연기한 배트맨도, 더 이상 다른 배우가 연기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처럼 보이던 조커를 연기한 호아킨 피닉스도.
사실 이런 캐릭터에 생명력과 매력을 불어넣는 것은 (연기자의 실력이 기준 미달이 아니라는 전제를 한다면) 연기자의 몫이라기보다는 각본이나 연출에 대한 책임이 더 크다고 본다. 그 어떤 연기 천재를 가져다 놓는다 해도 캐릭터에 대한 기본 스케치는 이미 정해진 상태 일 테고, 배우는 그 스케치 안에서만 자유로울 것이니까.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마녀 2]에 나오는 배우들에게는 그 어떤 잘못도 없다. 몇천 대 1을 뚫었다는 신시아 배우의 부담감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장면들도 많았다. 나를 비롯한 사람들의 성급한 판단이 한 배우의 어깨에 얹지 않아도 되는 쓸모없는 책임감을 짊어지게 한 것은 아닐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앞으로 영화에 대한 애정이라는 쓸데없는 오지랖으로, 다른 카테고리에 있는 인물들을 동일시하는 오류는 범하지 않겠다고 다짐하는 순간이었다.
"세계관 확장"을 잘못 이해했을 때. 그것도 여전히.;혹은 커진 스케일의 잘못된 이해
마블 영화, 혹은 아직까지도 여운으로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범죄 도시 2처럼. 세계관의 확장이나 시리즈 영화가 가진 안정성을 구축하는 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니 시리즈, 혹은 등장인물의의 매력이 확실하다면. 후속편 정도는 시리즈의 가교 역할을 한다 해도 인내할 수 있다.
영화 [마녀 2]도 “시도”라는 시점에서 본다면. 고개를 끄덕일만한 장면들이 꽤 나온다. 앞으로 어떤 이야기들을 더 할 것인지. 혹은 어떤 사람들의 등장으로 무슨 일들이 벌어질 것인지, 마녀라고 불리는 인물의 능력은 대체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큰 바탕을 까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문제는 모든 시도들이 “세계관 확장”이라는 개념을 잘못 이해했을 때 나오는 오류들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가장 이해할 수 없는 시도는 “언어”에 있다.
온갖 정체 모를 사람들이 등장함과 동시에 몇 개국의 언어가 혼잡하게 부딪치는 현장이 1편보다 더 빈번하게 등장한다. 언어가 다르니 이국적으로 느끼거나 스케일이 커졌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예측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정말 완벽하게 빗나간 예측에 가깝다.
그저 그들이 “다른”곳에서 온 것이며 마녀를 만들어냈던 시도가 전 세계적이었다는 것을 말해주는 하나의 장치에 불과해 보인다. 마치 우리가 밥 한번 먹자.라고 말하지만 실체는 없는 약속처럼. 앞으로 이런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것을 암시만 하는 단순하고 영향력 없는 연결고리. 정도에 지나지 않는다.
그래서 루시랑 스칼렛 위치를 섞으신 거예요?;밸런스가 붕괴되면 영화가 재미가 없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녀 캐스팅에 대한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는 존재한다.
영화는 전편에서부터 ‘마녀 아가씨’라는 (오글거리는) 말에 반대되는 이미지를 가진 여자 주인공들을 내세워 그녀의 능력을 대비해 보여준다. 이렇게 작고 여려 보이는 아이가 가진 힘은 정말 어마어마하다.라는 것에 치중한 캐스팅인 셈이다.
그 의미로 봤을 때.
연신 눈만 동그랗게 뜨고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으로. 마치 처음 본 사람을 각인해 보호자인 줄 알고 졸졸 따라다니는 모습이라던가. 자신을 구해준 사람이 위험에 처했을 때 무심하게 힘을 발휘하고 있는 신시아 배우를 보고 있자면 약간 역겹게 느껴진다. 그 누구보다도 앞장서서 배우들을 “소비” 하고 있는 것은 감독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영화 속 주인공의 능력을 보여주는 방법 또한 여전히 구질구질하다.
찬양에 가까울 정도로 지루한 설명과, 미칠 것처럼 잔인하게 보이는(것처럼 잔뜩 힘을 준) 악역들의 등장으로 긴장감을 높여보려는 시도는 여전히 버리지 못했다. 얘들이랑 싸워도 마녀가 이긴다. 고 말 하려는 뉘앙스를 풍기려는 듯이.
그런 악역을 등장시켰음에도 영화는 정말 명백하게 밸런스가 붕괴된다. 왜냐하면 이번 편의 마녀는 합이 잘 맞는 액션을 보여주는 것이 아닌. 스칼렛 요한슨의 영화 [루시]나 마블의 [스칼렛 위치]를 본뜬 것처럼 보이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유재석은 추격전을 했을 때 압도적인 것보다 아슬아슬하게 따라가야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낀다고 했다. 마녀의 능력에는 한계가 없고. 어디까지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지 모른다.라는 설정인 것은 알겠지만. 이 설정은 이미 100미터 경기에서 80미터 앞에 있는 마녀를 이기기 게임인데. 이토록 처참하게 밸런스가 붕괴된 게임이 재미있을 리가 없다.
마녀의 능력이 오히려 너무 어이가 없을 정도로 뛰어나서. 그녀의 능력은 물론 여태껏 영화 내내 떠들어 댄 이야기가 우스워 보일 지경이다. 저렇게 무서운 애는 애초에 잡을 수가 없었으니까.
영화 속 모든 배우들의 열연이 아깝게 느껴질 지경이다.
마치면서
영화가 마블 영화처럼 다음 영화의 징검다리가 되어서 비난하거나 비판하는 것은 아니다. 최소한 그러려면 당위성은 있어야 하는데 마녀 시리즈가 갖고 있던 모든 단점은 증폭되어 있고. 장점 혹은 달라져야 했을 점들에 대한 개선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김다미가 주연이 아니라는 생각에 후속편에 대한 반감이 나도 컸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역시 배우들은 아무런 잘못이 없음을 깨닫고 반성했다.
후반부의 액션은 시도만으로는 높이 살 만하지만. 손에 잡히지 않을 만큼 세게 그려진 마녀의 능력이 오히려 초반의 큰 스케일 빌드 업을 다 망쳐버리는 기분이다. 누군가의 강함을 드러냄에 있어 위대함만을 강조하다 너무 우스워져버린 케이스다.
비교하기 진짜 싫어하는데. 범죄 도시 2와 비교하는 것을 멈출 수가 없었다.
[이 글의 TMI]
1. 너무 오랜만에 집에서 요리를 함.
2. 포두부 썰다가 손 베어서 병원 갈 뻔함.
3. 예전에 한 번 베인 자리를 또 다친 거라. 더 서늘했음.
4. 피 흘렸으니까 포두부 말고 고기 먹을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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