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영화x책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Munalogi Jun 12. 2022

행복하자 우리

영화 [브로커]리뷰

이 글은 영화 [브로커]의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드디어.

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요즘 극장가의 상황이다.


판데믹 이후로 첫 천만 영화가 탄생했음은 물론. 기대작들이 줄줄이 기지개를 켜고 일어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고 있는 날이 드디어 왔다.


그 선봉장에는 칸 영화제에서 당당하게 남우주연상을 받은 송강호를 앞세운 영화 [브로커]가 있다.


이미 송강호와 영화 [의형제]에서 합을 맞춘 경험이 있는 강동원과의 케미는 물론,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이지은이 미혼모로 열연하는 이번 영화가 기다려지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닐 것이다.


고레다 히로카즈 감독은 영아 브로커들과 친모. 범죄 현장을 덮치려는 경찰들의 이상한 조합을 감독만의 방식으로 그려냈다. 잔잔하고 자세히 속을 까뒤집어 보여주지는 않지만. 충분히 생각할 만하고 그 여운은 결국 실낱같은 안정으로 마음속에 다가온다.






아이 하나를 키워내기 위해 필요한 온 마을;금쪽이들이 치유받는 법
사진출처:다음 영화

한 아이를 키워내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그만큼 아이 하나가 온전히 커 어른이 되기 까지는 많은 사람의 영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모든 어른이 다 “좋은” 사람이면 참 좋겠지만. 우성의 주변을 이루고 있는 어른 마을은 조금 독특하다. 직설적으로 말하면 금쪽이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런데다 금쪽이 시절 버릇 하나 버리지 못하고 나이만 먹어 훌쩍 어른이 되어버린.


어딘가 설명할 수는 없지만 우성의 엄마인 소영(이지은)은 물론 브로커인 상현(송강호)과 동수(강동원)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도 없이 확실하게 비뚤어져있다. 게다가 자신의 상처에 가까이 다가가려는 사람만 보아도 못난 발톱을 한껏 세워 할퀼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일 인분의 사람 구실도 못하는 핏덩어리에 불과한 우성에 의해. 금쪽이들은 스스로의 존재와 쓸모를 인정받는 순간을 맞이한다.


금쪽이들에게 이 순간은 평생을 기다려 온 순간임과 동시에 믿을 수 없는 시간이었을 것이다. 마침내 다가온 인정의 순간을 거부하는 금쪽이는 영화 내에서 존재하지 않는다.


아마도 그 순간부터. 금쪽이에서 조금은 어른에 가까워진 세 생명체들은 어디서부터 이 "판매 극"이 잘못된 것인지에 대해 생각한 것처럼 보인다.


누구 하나 입 밖으로 확신에 찬 채 말하지 못했지만. 자신이 보호받지 못했던 만큼의 시간을 우성이의 삶에서는 지켜주고 싶다고 생각했을 것만 같다.


아이 하나를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속담의 뜻은 어쩌면 어른들에게도 아이처럼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게 해주는 존재가 필요하다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상현의 세탁소;해소와 진심의 순간들.
사진출처:다음 영화

금쪽이 패밀리(?)의 대장 격인(??) 상현은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다.


세탁소에 찾아온 사람들은 자신의 빨래가 얼마나 더 깨끗하게 될지에 대한 기대와 소망을 담아 상현에게 말을 걸고. 상현은 그런 염려와 우려마저도 말끔히 씻어내린 빨래를 그들에게 건넨다.


다른 사람들에게서 빼앗아간 세상의 모든 티와 더러움은 고스란히 상현에게 쌓이고. 상현은 자신이 더러워질수록 타인의 빨래가 더 빛난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게 자신의 훈장인 것처럼. 상현은 조용히 타인의 구겨진 삶의 일부를 받아들인다. 그것이 자신의 이중적인 삶을 덮어줄 수 있는 것이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세차장에서 온통 젖어 엉망이 되어버린 상현의 표정이 후련해지는 걸 보고 있으면. 사실 상현이 진정으로 원했던 것은 자신도 한 번쯤은 묵은 때를 벗겨내는 것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물론 두 번 다시 더러워지지 않는 빨래도 없고. 자신의 마음도 상처받은 채 상현에게서 다시 머물겠지만. 또 한 번 깨끗해지면 그만이라고 상현이 생각할 수 있기를 빈다.


기회가 많지는 않지만. 아예 없지는 않은 거라고. 마음도 빨래도 뽀송뽀송하게 마를 수 있는 기회가 반드시 다시 찾아올 것이라고.





행복하자 우리;아프지 말고. 몸도 마음도.
사진 출처:다음 영화

멸종 위기의 토종여우를 밀반입해 번식시킨 개 장수가 있었다. 우리나라 최고 대학이라 자부하는 서울대에서도 실패한 프로젝트를 학위 하나 없는 한낱 개 장수가 성공 시킨 것이다. (참고 1)


그 비결을 물었을 때 개 장수가 내어 놓은 대답은 더 가관(?) 이었다. 한 마리 한 마리가 돈이라 생각하고 무한한 관심을 쏟았다.라고 했기 때문이다.


현실에서의 개 장수도, 영화에서의 브로커도. 결국은 자수를 한다.


그 목적이 어쨌건 자신들이 품고 베푼 애정과 관심은 결국 누군가를 최종적이면서도 올바른 행복으로 이끄는 힘이었던 셈이고. 스스로가 짊어지고 있던 죄도 내려놓고 평안함에 이르게 한 셈이다. 그래서 경찰에게 현행범으로 잡히는 순간에도 동수의 표정이 홀가분하게 보였던 것은 아닐까.


영화는 그들의 찬란한 행복을 보여주며 끝을 맺지 않는다.

오히려 어린 왕자가 여우를 기다릴 때처럼, 행복을 만나기 몇 시간 전부터 부푼 기대를 보여주며 끝을 맺는다.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지만.

모든 인물의 행복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엔딩의 여운 앞에서 저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마치면서
사진 왜 이래.

영화 브로커에 대한 홍보이건, 친분 때문이건 상관없이. 아이유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스스로에 대한 칭찬을 해달라는 말에 눈시울을 벌겋게 물들이는 송강호 배우를 보고 있자니. 참 많은 생각이 들었다.


한 업종에서 근 30년에 가까운 시간을 일하면서. 어찌 고난이 없고 회의가 없었을 것인가. 스스로에 대한 의심을 하나하나 걷어가며 묵묵히 길을 걸을 때 그가 흩어 뿌린 확신과 물음의 결과물을 나는 보고 자랐고. 그의 영화는 내게 믿음이란 각인으로 다가왔기에. 배우 송강호가 보이는 그런 모습은 참으로 귀함과 동시에 마음이 찡해지기에 충분했다.


이 영화로 인해 상을 받았건 말건 상관없이.

그저 배우 송강호가 여태 얻었을 고단한 마음의 짐들도, 마치 세차장에서 그랬던 것처럼 말끔히 씻겨내려가고 뽀송뽀송해지길 바랄 뿐이었다.


요새 구찌보다 구씨가 대세라고 하지만. 내게는 아직은(?) 구씨보다 호 씨가 최고야. 늘 짜릿해.


참고 1

사진 출처:구글 이슈야 놀자

실제로  장수가 자수(?)  이유도 얘들이 너무 예민하고 식비도 많이 드는데 버리자니 토종여우이고, 돌보다 보니 애정도 생겼기 때문이라 했음. 그래서 아예 양육 노하우를 연구용으로 넘기고 죗값이랑 퉁치기로 . 사실 노하우라고 해서 엄청난  아니었음. 노란 박스에 애들을 키우니까 애들이 안정감을 느낀다는 것이었음. 원래 별것 아닌  같지만 노하우를 찾아내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생각해 보면, 역시 진심인  이길 사람 아무도 없습니다 여러분. 그것도 돈에 대한 진심은.어우.



[이 글의 TMI]

1. 복숭아 비싸.

2. 그냥 조용히 망고를 사 본다.

3. 요새 왜 이렇게 리뷰 쓰기가 힘든지 생각해 보니

4. 인풋이 너무 없음.

5. 연차를 드디어 쓸 순간이 와따.


#브로커 #고레에다히로카즈 #송강호 #강동원 #이지은 #배두나 #이주영 #최신영화 #영화추천 #칸영화제 #브런치작가 #네이버인플루언서 #Munalogi #영화리뷰 #영화리뷰어 #내일은파란안경 #오늘은뭐볼까 #개봉영화



매거진의 이전글 나는 기억한다. 고로 존재한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