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네이밍은 회사의 언어다

제품 이름이 설명하는 스토리

by 톨루엔

브랜드를 기획하면서 가장 어려우면서도 동시에 가장 흥미로운 과정 중 하나는 네이밍이었다.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시장에 내놓는 순간, 그 이름은 회사가 세상에 던지는 첫 문장이 된다.

소비자가 처음 마주하는 순간에 듣게 되는 인사말이고, 때로는 설명보다 강한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래서 네이밍은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였다.


내가 처음으로 본격적으로 고민했던 네이밍은 “아이엠(IM)”이라는 음료 제품이었다.

당시 팀은 단순한 음료를 넘어서, 건강과 기능을 함께 담아내려 했다.

그래서 탄생한 이름이 이었 “아이엠(IM)”다.


표면적으로는 영어 “I’m”의 줄임말처럼 보였다.

“나는 ~이다”라는 자기선언형 메시지를 담아 소비자가 스스로 건강을 선언하는 듯한 효과를 노렸다.

동시에, IM은 Immune(면역)의 앞글자를 따서 면역력을 키운다는 의미를 담았다.

하나의 이름에 두 겹의 의미를 싣는 방식이었다. 소비자에게는 짧고 기억하기 쉬운 이름이면서도,

내부적으로는 기획 의도를 함축적으로 담아내는 언어였다.


이 경험을 통해 나는 네이밍이 단순한 단어 선택이 아니라, 브랜드의 방향을 설계하는 도구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IM”은 자기확신, 자기선언의 톤을 담고 있었고, Immune은 건강과 기능을 암시했다.

두 가지 의미를 교차시키자 제품은 단순히 주스가 아니라 ‘면역을 챙기는 자기선언’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다음으로 고민했던 이름은 “R OOO”이었다. 이 이름은 내가 직접 만든 브랜드명이기도 하다.

여기에 접미사 “~한”을 붙여 한국적인 어감을 더했다.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제품 카테고리에 맞게

친숙하면서도 자신감을 주는 이름을 의도했다. 무엇보다 “~한 비타민”, “~한 루테인”처럼

뒤에 붙는 제품명과 함께 읽을 때 완성도를 높였다. 단순히 기능적 이름이 아니라, 사용자가 생활 속에서

습관처럼 부를 수 있는 이름이 되기를 바랐다.


“R OOO”과 연결지었던 화장품 브랜드 이름은 “R OOO+”였다. 이 네이밍은 건강기능식품과

화장품 사이의 자연스러운 연결점을 만들기 위해 고안했다.

소비자가 같은 뿌리를 공유하는 브랜드라는 인상을 받도록 하는 전략이었다.

건강과 뷰티가 서로 다른 영역 같지만, 결국 “나를 더 나은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는

공통된 맥락이 있었기 때문이다. “R OOO+”는 전문적이면서도 따뜻한 캐릭터를 가진 이름이었다.


또 다른 시도는 "P OOO"이었다. 특정 지명에서 영감을 받은 네이밍이었는데,

바다의 빛과 파도의 리듬을 담아 피부에 바르는 선케어 제품과 연결하려 했다.

"POOO"이라는 발음은 부드럽고 감각적이었다. 기능성을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감성적 무드를 강조하는 전략이었다. 당시 회사는 선케어 시장에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었고,

나는 “자연과 빛”을 브랜드 언어로 번역해 보고자 했다.

이 제품은 아쉽게도 출시되지 못했지만, 내가 가장 실험적 시도를 했던 이름 중 하나였다.


이 세가지 네이밍 경험을 통해 나는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이름은 단순히 예쁘거나 기억하기 쉬운 단어를 고르는 작업이 아니다.

네이밍은 곧 회사의 언어이자, 시장에 던지는 첫 문장이다.


어떤 브랜드는 자기선언을 담고, 어떤 브랜드는 전문가의 권위를 담고,

어떤 브랜드는 자연의 장면을 담는다. 그 차이가 바로 시장에서의 포지션이 된다.


돌이켜보면, 나는 네이밍을 할 때마다 늘 회사 내부에서 논쟁을 겪었다.

누군가는 “소비자가 발음하기 쉬워야 한다”고 했고, 또 다른 이는 “스토리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둘 다 맞는 말이었다. 하지만 진짜 중요한 건 그 이름이 어떤 문장을 시장에 던지는가였다.

네이밍은 소비자가 브랜드를 처음 마주하는 순간, 곧바로 이해하거나 상상할 수 있는 언어여야 한다.

취향의 문제가 아니라, 전략의 문제라는 사실을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그래서 이제는 네이밍 작업을 시작할 때, 항상 이렇게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 제품의 이름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가?”

그 질문에 답할 수 있을 때, 이름은 단순한 단어가 아니라 브랜드의 언어가 된다.

이전 01화브랜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