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키워드와 브랜드의 자리

신뢰가 만든 습관, 반복 구매의 힘

by 톨루엔

2024년, 업계에서 가장 많이 회자된 키워드 중 하나는 ‘디토 소비’였다.

마케팅 보고서와 업계 세미나, SNS 피드까지 온통 그 단어로 도배됐다.

처음에는 단순한 유행어쯤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몇 달 뒤 실제 현장에서, 나는 그 말의 무게를 똑똑히 실감했다.


‘디토 소비’란 새로움을 찾기보다 익숙한 브랜드를 반복적으로 구매하는 소비 행태를 뜻한다.

“같은 걸 또 산다”는 행동이 단순한 게으름이 아니라, 신뢰가 쌓이며 만들어진 습관이라는 해석이었다.

모 사이트의 2024 트렌드 리포트에 따르면, MZ세대의 68%가 “새 브랜드를 시도하기보다

이미 쓰던 브랜드를 다시 산다”고 응답했다. 다른 트렌드 리포트의 전망 자료 역시 같은 결론을 내렸다.

“디토 소비는 브랜드 충성의 새로운 얼굴이며, 품질이 평범해도 신뢰와 유통의 관성이 소비를 이끈다.”


나는 이를 직접 눈앞에서 보았다. 한 건강기능식품 브랜드의 루테인 제품은 성분이나 함량 면에서

업계 평균 수준이었다. 솔직히 특별할 게 없었다. 그런데도 매출은 꾸준했고, 심지어 경쟁사의

‘프리미엄 신제품’이 등장했을 때도 충성 고객층은 이탈하지 않았다. 리뷰를 보면 답은 명확했다.

“늘 먹던 거라 또 샀다.” “다른 브랜드로 바꿀 이유가 없다.”

성능보다 신뢰, 혁신보다 익숙함이 선택의 이유였다.


화장품에서도 비슷했다. 쿠션 시장은 신제품이 쏟아져 나오지만, 결국 상위권은 늘 같은 브랜드가 차지한다.

기능 차이가 크지 않은데도, 소비자는 자신이 익숙하게 써온 브랜드로 돌아간다.

올리브영 데이터 분석에서도 비슷한 패턴이 확인됐다. 신제품은 초기에 주목을 받지만,

장기 매출은 “브랜드 자리가 이미 확보된 제품”이 가져간다.


그렇다고 모든 브랜드가 디토 소비의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다. 신뢰를 쌓지 못한 브랜드는

반복 구매로 이어지지 않는다. 나는 과거 한 프로젝트에서 이를 뼈아프게 경험했다.

신제품을 화려하게 런칭했지만, 초기 광고 이후 재구매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이유는 단순했다. 첫 경험에서 소비자가 기대한 품질이 충족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자리가 확보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무리 ‘디토’라는 트렌드가 불어도,

소비자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반대로, 자리 잡은 브랜드는 작은 단점조차 덮을 수 있었다. 한 비타민 브랜드는

타사 대비 흡수율이 특별히 높지도 않았지만, “믿고 사는 브랜드”라는 이미지 덕분에

매출이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유통사에서도 이런 브랜드를 우선적으로 배치했다.

잘 팔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유통의 관성까지 브랜드의 자리를 공고히 한 셈이다.


나는 이 경험들을 통해 깨달았다. 브랜드의 위치는 단품의 성능을 넘어 소비자의 선택을 바꾼다.

소비자는 합리적인 동시에 습관적인 존재다. 디토 소비는 단순히 새로운 것을 귀찮아하는 게 아니라,

신뢰가 쌓여 만들어진 결과였다.


돌이켜보면, 초창기 나는 언제나 기능적 우위에만 집착했다.

“우리 제품은 성분이 더 좋으니 당연히 잘 팔릴 것이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았다. 기능은 쉽게 모방된다.

결국 남는 건 브랜드가 쌓아온 신뢰와, 소비자가 머릿속에 만들어놓은 자리였다.


2024년 한 조사에서 이런 문장을 본 적 있다.

“브랜드가 차지한 자리는 소비자의 무의식 속에서 일종의 기본값(default)이 된다.”

이 말은 내가 경험으로 확인한 사실과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기본값을 차지한 브랜드는 특별한 마케팅을 하지 않아도 소비자가 손을 뻗는다.


디토 소비라는 키워드가 알려준 교훈은 명확하다.

브랜드가 신뢰를 얻는 순간, 소비자는 평범한 제품에도 기꺼이 지갑을 연다.

반복 구매라는 일상 속 습관이 바로 브랜드의 진짜 힘이다.



내가 배운 1문장

브랜드의 신뢰도가 높으면 제품의 품질이 평범하더라도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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