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야, 저녁 뭐 먹을지 알려줘

퇴근 후 10분, AI에게 메뉴를 맡기다

by 톨루엔

퇴근하고 집에 들어오면, 제일 먼저 하는 일이 냉장고 문 여는 일이다.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는 건 대체로 5초가 한계다.

계란은 있고, 김치는 있고, 어제 남은 밥도 있다.

하지만 이걸로 뭘 해야 할지는 도무지 모르겠다.

배달 앱을 켜려다 닫고, 라면을 끓이려다 또 멈춘다.

그때 이미 마음의 에너지는 다 썼다.

요리를 한다는 건 결국 ‘결정하는 일’인데,

하루 종일 선택을 해온 사람에게 저녁 메뉴까지 정하라는 건

조금 잔인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래서 한 번은, AI에게 물어봤다.

“오늘 저녁 뭐 먹을까?”

그건 대답이라기보다 게임처럼 느껴졌다.

‘라면으로 볶음+짜글이 하이브리드 요리를 만들어보라’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웃겼다. 너무 현실적이어서.

라면은 있었다. 김치도 있었다.

어쩌면 AI는 나보다 더 냉장고 속 사정을 잘 알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그날은 요리를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머릿속에선 그 맛이 상상되었다.

그리고 그 상상만으로도 조금은 배가 부른 기분이었다.


이 시리즈는 그런 순간에서 시작된다.

요리를 잘하기 위한 레시피가 아니라,

‘생각을 덜기 위한 상상’을 기록하는 글이다.

AI는 나의 주방을 대신 채워주는 존재가 아니라,

지친 하루 끝의 대화를 나누는 친구다.

맛은 모른다. 하지만 웃음은 나온다.

AI가 식탁을 바꿀지 몰라도,

내 하루를 가볍게 만드는 건 이런 소소한 상상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