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합주수업의 딜레마

불협화음의 원인은 음악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가짐

by 이루기

<2004년 6월 14일>


대학 합주실의 공기는 늘 무겁거나, 혹은 지나치게 가볍다.

오늘도 난도 높은 곡 앞에서 동기들의 불평이 어김없이 터져 나온다.


"아, 진짜. 왜 곡을 이따위로 만들었어? 손가락 꼬이라고 작정했나."

"짜증 나네, 이걸 어떻게 치라고."


곳곳에서 들리는 투덜거림이 내 귀를 타고 들어와 심장을 사방팔방으로 찌른다.

그들은 알까. 그들이 불평하는 그 난해한 음표 하나하나가 작곡가가 밤을 지새우며 깎아내린 고뇌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밤낮으로 음주가무를 즐기는 시간은 한없이 너그럽더니(물론 나도 너그럽게 시간을 보내긴 했었지만) 정작 합주 수업에 정해진 미션에는 단순히 손가락을 놀리기 힘들다는 이유로 곡을 탓하는 그 가벼움이 나는 도무지 견딜 수 없었다.


"왜 이렇게 어렵게 만들었을까?"가 아니라 "어떤 마음으로 이런 곡을 탄생시켰을까?"를 먼저 고민하며 다가가야 하는 것 아닐까.


테크닉보다 먼저 갖춰야 할 것은 곡에 대한 이해와 예의라고 믿는 나.

투덜거리는 목소리들 사이에서 나는 홀로 화가 치밀어 얼굴에 선홍빛이 돌기 시작한다.

우리의 합주가 삐그덕거리는 건 부족한 실력 때문이 아니라(물론 많이 부족하긴 했었지) 얄팍한 마음가짐 때문일지도 모른다고 확신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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