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은 늘 새롭거든!
지금 듣고 있는 음악 - A town with an ocean view, Kiki's Delivery Service
지금 느낌, 분위기 - 비가 막 쏟아질 것 같은 날씨에 차분해진다.
분명히 저기 두었는데... 지도가 보이지 않는다. 나침반도 사라졌다.
모험 장비 꾸러미를 잃어버렸다.
여기가 어딘지, 어디쯤 온 건지...
기억하는 거라곤 지나온 길 뿐이다.
지도에 목적지를 표시를 해두었는데, 지도가 없어졌으니 목적지를 가려면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하는지 감을 잡을 수가 없다.
수년간 몸으로 익힌 독도법(讀圖法)도 쓸모없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어두컴컴한 저녁이 되기까지를 기다려 북극성을 찾고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대충 짐작을 할 수밖에 없다. 이미 낮부터 저녁까지 길을 헤맸다, 지금도 헤매고 있다. 언제까지 길을 헤매야 할지 모르겠다. 지치고 무서웠다.
- '이상한 길로 가면 어쩌지...', '끝에 아무것도 없으면 어떡하지...?'
- '길을 잃으면 서서히 죽겠지?', '아무도 날 구하러 오지 않으면 어쩌지...?'
나는 지도와 나침반에 인생을 의지했다.
정해진 길로 가야만 하는 것이 마음이 편했다. 걱정을 덜 하니까. 이미 길이 만들어져 있으니까.
가끔씩, 큰길 옆에 난 샛길로 잠시 가보고서는,
- "와.. 여기는 풀이 너무 많이 자라 있네..",
- "더 가는 건 무리겠지..?"
- "에잇, 다시 큰길로 나가야겠다."
다시 큰길을 걷다가 얼마 후 다른 샛길을 발견하고는 호기심에 또 가본다.
- "으.. 너무 진흙이다.. 신발이 더러워지잖아.."
이런저런 상황과 이유로 다시 큰길로 나온다.
나는 겁도 많고 신경 쓰이는 것도 많아, 아무 길이나 씩씩하게 걸어가지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지도와 나침반을 잃어버린 나는 북극성이 보일 때까지 기다릴 테고, 이것이 더 안전한 선택이라는 기대를 하며, 신중하게 방향을 고민할 것이다.
겉으로는 모험을 즐기는 척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하다. 겉으로만 신나는 척.. 마음속으로는 불안해하며.. 그리고 또 걱정을 한다. 지금까지는 길을 잘 걸어왔다. 그런데, 언제까지 이 길을 걸어야 하는지, 어디까지 걸어야 하는지, 목적지를 모른 체 걷다가 지쳐서 잠시 서있다.
내 주제에, 가진 거 하나 없이, 다른 사람들보다 노력도 덜 했으면서...
'운'이 잘 따라줘서 여기까지 생채기 하나 없이 잘 걸어왔으면서...
나는 욕심이 많다...
지도에서 마지막으로 기억한 내 위치는 목적지까지의 중간 어디쯤이다. 중간보다는 조금 더 걸어온 것 같기도 하다. 조금 더 참고 묵묵히 걸어갈지. 다른 길로 갈지, 되돌아 갈지 모르겠다.
더 갈지, 말지의 고민의 시작은 중간 목적지에 너무 빨리 도달했기 때문이다. 내 예상보다 일찍 도착했다. 그리고, 중간 어디쯤까지 왔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부터, 걸음의 속도가 많이 더뎌졌다. 슬슬 다리가 아팠다. 다 포기하고 싶다. 내려놓고 싶다. 여기까지 누가 쫓아오는 것도 아닌데, 정신없이 앞만 보며 질주를 하다시피 왔다. 그러니 숨이 차고 다리가 아플 수밖에.
'다와가. 조금만 더 참자', '조금만 더 참고 걸어가면 뭔가가 있을 거야'
스스로 다독이는 것도 이제는 소용이 없다.
나는 부자가 되고 싶었다. '돈', '돈' 거리면서 돈에 목을 맸다.
그래서 인생의 중간 목적지를 억대 연봉으로 정했었다. 최종 목적지는 '자산가'라고 불릴만한 위치에 있는 것인데, '돈'에 대한 갈망으로 비롯한 최종 목적지는 너무 막연했고, 오히려 지금은 방향을 잃은 것과 마찬가지 심정이다.
-'벌써! 반이나 오다니!', '끝이 보인다! 저기 멀리 보이는 저기 맞겠지?'
난 벌써 반이나 온 것이 아니고, 겨우 반 밖에 못 온 사람처럼 늘 조바심에 산다. 누군가는 사회생활 시작부터 몇 억대 연봉으로 시작하는 사람이 있을 테고, 나처럼 10년쯤 일해야 억대 연봉을 받는 사람이 있을 거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을 테고. 돈은 벌면, 벌 수록 더 벌고 싶고, 고약한 마음속 '놀부'는 나를 채근하기 바쁘다.
-"안돼! 더 뛰어! 지금 이럴 때가 아니야!"
억대 연봉은 이미 달성했다. 지금은 그 이상을 넘어섰고, 초과 달성 상태이다. 절반이나 넘게 잘 왔는데, 그것도 생각한 것보다 더 많이 왔는데. 기쁨은 없고, 행복하지도 않다. 돈이 전부가 아닌 것은 알지만, 내 수많은 고민들 대부분은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것들이기 때문에 포기를 못하겠다. 포기를 못해 인생은 슬퍼지게 되고 아프기 시작하면서 불행하게 느껴진다.
행복하고 싶다. 간절하게.
요즘은 인생의 목적을 '돈'이 아닌 다른 목적으로 바꿀 필요를 느끼며, 나 자신을 알아가려고 한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무엇인지, 내가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내가 행복한 게 무엇인지..
걱정하지 마, 모험은 늘 새롭거든!
이 길이 아니면 돌아가면 되고, 첫 번째 목적지에 이르러 경치가 별로거든 다른 곳으로 가면 되고, 두 번째 목적지로 가는 그 길에는 또 다른 새 소리와 꽃, 나무, 향기가 날 텐데. 그걸 즐겨. 그럼 된 거야.
너 그런 거 좋아하잖아.
글을 쓰면 쓸수록, 개똥철학이 나오는데. 뭘 그렇게 진지하고 심오한 척, 사색하는 척인지 모르겠다.
지금까지 살면서 몸으로 경험한 것이 있었고, 하나하나의 경험에는 교훈이 있었다. 이런 교훈들을 정리해 보고 글로 써 내려가는 것 뿐이다. 글을 쓰면서 안심한다. 회복하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퇴고'를 할수록 유치하다. 참네, 사춘기도 아니고.
10년 뒤 나는 어디에 있을까? 다른 목적지를 찾았을까? 그때쯤이면 행복하게 지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