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 내성 편

성향과 인격

by 일리

커버 이미지 출처: '벚꽃 가득한 부산 서구 동대신동의 야경', 김사익


지금 듣고 있는 음악 - 그대 떠난 후, 이상은
지금 느낌, 분위기 - 80'-90's 시티팝 시리즈, 부산의 야경이 그립다.






- 내향적, 내성 편 -

외향형 인간: 폭넓은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사교적이고 정열적인 활동가를 의미한다.

내향형 인간: 깊이 있는 대인관계를 유지하며 조용하고 신중한 사람을 뜻한다.

내성적: 겉으로 드러내지 아니하고 마음속으로만 생각하는 것.

외성적: 속마음이나 감정 따위를 적극적으로 밖으로 드러내는 것


나는 원래 내성적이다. 낯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도 많고, 주목받고 싶지 않아 하고, 나서기 싫어하고...


외할머니댁 일화를 이야기하자면, 외할머니댁은 부산이다.(*외할머니 댁에서는 구덕 운동장이 보였다. 그 당시 구덕 운동장에서는 야구 경기도 했었다)


1년에 한 번이나 부산에 내려갔을까, 명절에는 가지 않았고, 여름 방학을 맞아 1년이나 2년 만에 갔었다. 안 그래도 내성적인 꼬마 아이는 잊을만하면 한 번씩 보는 외할머니가 그리 친숙하게 느껴지지 않았나 보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외할머니댁 대문에서 안으로 들어가지 않는다고 실랑이를 벌였다.


실랑이는 이내, 닭똥 눈물이 되어 한 방울씩 툭 하고 떨어지다가, 눈물은 관성이 되어, 주저앉아 들어가기 싫다고 엉엉 울어댔다. 땡볕에 땀인지 눈물인지 아무튼 범벅이 되었다. 무엇을 낯설다고 느꼈을까, 공간이 낯설어서일까... 어린 시절 나는 유난히 내성적이었다.

내 기억 속 이 장면은 그랬다.


오랜만에 언니와 조카들이 부산에 내려왔다고, 이모들이며 일가친척들이 모인다. 나와 비슷한 또래의 이종 사촌들도 왔다.


-"아이고, 얼마만이고... 잘 있었나?"

-"또 울었나? 니는 와 이라노?"


어른들은 오랜만에 보는 내가 반가우면서도, 적응하지 못하는 내가 안쓰러우셨던 모양이다. 그렇게 대문 앞에서 2시간~3시간쯤 지나면, 눈물도 나오지 않고 지쳐 떨어져서는 엄마의 등에 업혀 집 안으로 들어갔다.


떠들썩하다.

하하 호호 정겹다. 외할머니는 오랜만에 보는 엄마가 얼마나 반가우셨을까.

-"억수로 웃기재? 하하하하하."

-"아 맞다. 니, 왜 아인나, 금마 알제? 금마도 서울 산다 카데."

-"맞나, 서울서 함 연락해 봐야겠네."


그동안 엄마와 나누지 못했던, 이모들의 최신 부산 소식들과 여러 가지 웃긴 이야기들을 나누며, 여름밤 매미 소리를 음악 삼아 수박을 먹었다.

나는 이 재미난 수박 파티에 끼지 못했다. 마루 한 구석에서 꽁하니 그냥 있었다. 와서 먹으라고 해도 안 가고, 수박을 갔다 줘도 안 먹었다. 왜 꽁했는지 도통 알 수 없지만, 그래도 어른들은 그런 나를 귀엽게 봐주셨다.


-"자가 크면 뭐가 될라고 저라노."


사촌들도 내가 벽을 치고 저러고 앉아있으니 다가오지 못했다.

부산에 사는 사촌들끼리는 수박씨를 서로의 얼굴에 뱉으며 죽어라 까불었다.






자고 일어났다.

까치집을 크게 하나 지어서는 입술을 빼쪽 거리며, 맛있는 냄새가 나는 부엌으로 갔다.

외할머니는 내가 좋아하는 갈치구이와 엄마가 좋아하는 갈치조림을 만들어 주셨다. 그리고, 줄줄이 비엔나 소세지와 계란말이, 조미 김. 내가 좋아하는 반찬들이 죄다 식탁에 얹혔다.

난 입도 짧았다. 외할머니가 정성스레 만들어주신 반찬들은 몇 젓가락 건드리지도 않고, 배 부르다며 마루로 내 뺐다.


이러다 오후쯤 되면, 이모들의 퇴근 시간에 맞춰 남포동에서 만났다. 그리고 국제시장을 갔다.

당시 국제 시장은 없는 게 없을 정도로 정말 많은 물건들과 수입산 제품들이 즐비했다. 처음 보는 신기한 물건뿐만 아니라, 장난감도 많았다. 나는 레고를 좋아했는데, 부산에 갈 때면, 내 키만 한 레고 상자를 하나 가지고서 돌아온 기억이 난다.

장난감을 품에 안고나서부터는 닫혔던 마음의 문을 조금씩 열었다. 장난감이 생긴 기쁨에 아무것도 신경 쓰이지 않은 듯했다. 그렇게 적응을 했다.


저녁이면, 마루에서 어른들과 함께 전설의 고향을 봤고, 나는 무섭다며 이불 속에 들어가서는 눈도 감고 귀도 막았다. 심야에는 아까 본 귀신이 생각났는지 혼자 화장실도 못 갔다. 꼭 엄마를 깨웠다. 화장실은 외삼촌 방 옆이었는데, 깜깜한 마루에 불도 못 킬 정도로 겁보였다.


엄마의 짧은 친정 나들이는 며칠 만에 끝이 났다. 다시 시아버지, 시어머니가 계시는 집으로 돌아갈 시간이 왔다. 나는 이때부터 발동이 걸린다. 헤어지기 싫다. 다시 운다. 며칠 전처럼. 사촌들과도 헤어지기 싫어 부둥켜안는다.


-"가기 싫어, 가기 싫다고오오... 으에에.. 으아앙..."

-"조심히 가그레이."


그렇게 기차 시간에 맞춰 부산역에서 외가식구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