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에 처음 입학하던 새내기 때 듣던 여러 선배님들의 조언 중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한 가지가 있다.
학점을 잘 받기 위해서는 시험 답안지에 교수님이 자주 사용하는 예시들과 습관적으로 내뱉으시는 단어들을 활용하여 답을 기술하라.
똑같은 답을 쓰더라도 교수님이 설명했던 방법과 비슷한 방법으로 작성하고 제출하면 교수님의 마음을 움직여서 높은 수준의 학점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마침 성적에 대한 약간의 고민이 있는터라 난 교수님의 강의를 열심히 녹음하고 강의시간에 사용하신 빈도 높은 단어들을 조합하여 답안을 작성했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나 스스로 해석하고 재구조화여 논리적으로 구술했다고 판단된 답안보다는 가르치는 분이 원하는 것은 그분의 출제의도가 무엇인가를 얼마나 잘 알고 있느냐였던 것이다.
사람들은 생각과 마음의 공감대가 일어나는 순간 끌림을 느끼고 호감을 경험한다.
교수님의 입장에서 본인 스스로 연구하고 정리한 구술들을 학생이 가장 비슷한 방법으로 답안으로 옮겼을 때의 마음도 그러했을 것이다.
강의를 열심히 들었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가르침에 신뢰를 받았다고 느꼈을 것이고 최고학점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자기중심적인 사고를 할 수밖에 없는 인간의 기본적인 습성상 본인 입장에서 가장 정밀하고 체계적으로 설계한 방법을 누군가 다른 이의 표현으로 접하게 될 때 완벽한 수준의 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imf를 지내던 10여 년 전쯤 최고의 광고 카피는 "부자 되세요"였다.
경제적 결핍이 삶에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그땐 부자 되라는 말 이상의 감동적인 인사는 없었을 것이다.
그 보다 훨씬 이전 "식사하셨어요"가 가장 대표적인 한국의 인사말이었을 때도 "밤새 별고 없으셨는지요?"가 모두의 안부인사였을 때도 사람들은 그 시대 그 시간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인사를 만들고 공감하고 사용했다.
사람들은 인사를 통해 서로의 안부를 묻고 걱정을 나누지만 난 그것이 바로 스스로가 느끼는 가장 큰 고민의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밥은 먹었냐고 물어보는 사람은 다른 누구보다 끼니에 대한 가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밥 한 끼 나누는 것이 거의 확실하다.
요즘 여자 친구는 있냐고 물어보는 청년들은 본인 스스로 외로움을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고 그에게 필요한 것은 소개팅이다.
건강이 최고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최근에 그런 깨달음을 얻을 만큼 아팠을 확률이 높고 살림살이에 대한 인사를 건네는 사람은 경제적 고민이 최근의 화두일 것이다.
민족의 명절인 구정 연휴가 다가오면서 우리 민족은 한 달 전 나눴던 새해인사를 또다시 수많은 문자들로 통화들로 주고받을 것이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는 소극적 의무로 예의를 표하는 사람도 있지만 친분의 진함이 짙을수록 구체적인 인사말들을 주고받는다.
누군가의 마음을 얻고 싶다면 그가 전하는 인사말을 주목해 보자!
그가 내게 전하는 인사말 속에는 그에게 가장 필요한 무언가가 들어있을지 모른다.
교수님이 가장 원하는 답안은 강의시간의 녹취파일에 들어있었던 것처럼 그의 마음을 뺐는 방법은 그가 전해온 인사말 속에 담겨 있다.
학점을 높게 받았던 것처럼 높은 수준의 공감을 이끌어내고 더 가까이 지내고 싶다면 짧은 인사에 집중하길 바란다.
그는 지금 이 순간 가장 원하는 것을 당신에게 인사로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