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정이 필요합니다.

by 안승준

시험기간이 다가오면 맹학교의 교사들도 문제를 창작하고 시험지를 제작한다. 확대 글씨나 점자 시험지를 이용한다는 것만 제외하면 그 절차나 난이도는 다른 학교의 업무들과 큰 차이가 없다.


교과서와 참고서의 시험 범위 내용을 샅샅이 살피고 중요한 내용이 무엇인지 우선순위를 정한다. "이건 시험에 꼭 나오는 거야!"라고 말한 것이 빠지면 안 되므로 작은 메모까지 꼼꼼히 살피면서 문제를 만든다. 이전 학년도에 출제되었던 것은 아닌지 비교하고 교과서의 문제와 유사성이 너무 높은 것은 숫자와 문장을 다시 수정한다. 책을 보고 생각하고 만들고 고치고 다시 풀어보고 또 고치고 다시 만든다.


상, 중, 하 난이도는 골고루 배치되었는지 주관식과 객관식의 비율은 평가계획서의 기술에 부합하는지 각 문항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는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문항 정보 표까지 만들고 고사 제작 규정에 맞게 글씨체와 글투 그리고 문장배열을 정리하면 시험 출제의 대부분 과정이 끝난다. 그리고 마지막 가장 중요한 과정이 시작되는데 그것은 바로 교정작업이다.


실제 시험에서 학생들의 학습 성취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평가도구에 오류가 있다는 것은 교육현장에서 작은 문제가 아니므로 한치의 오차도 없을 때까지 같은 문제를 읽고 또 읽고 풀고 또 푼다.


수학교사가 된지도 벌써 20년이 다 되어가고 중고등학교 수학책을 보기 시작한 것은 30년이 다되어가지만 내가 출제한 문제가 흠결 없이 완벽하리라는 확신은 없다. 최선을 다해서 꼼꼼하게 여러 번 살펴본다고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과의 교차 검토를 거치면 어김없이 오류가 발견된다. 엉뚱한 기호가 들어가 있기도 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답이 보기에 없을 때도 있다. 이번에는 정말 완벽하다 하고 다시 보지만 문장부호나 조사가 빠져있다.

벌써 수십 차례의 출제 경험이 있고 수천 문제를 만들었지만 내가 만든 시험지에 실수가 없었던 적은 기억 속에서 찾기가 어렵다. 문장이 어색하거나 구성 형식을 틀린 것이야 머리 한 번 긁적거리고 넘어갈 수 있는 실수이지만 문제 자체에 오류가 있을 때에는 수학교육을 전공한 사람으로서 얼굴이 화끈거릴 수밖에 없다.


이번에도 그랬다. 분명히 몇 번씩 풀어보고 답을 맞혀 본 문제인데 최종적으로 검토하는 장면에서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특별히 어려운 문제도 아니고 기본적인 개념 확인 수준인데도 5개의 보기 중 맞는 답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리 살피고 저리 살피고 보고 또 보고 하루를 다 쓰고 나서야 어이없는 실수가 무엇이었는지 발견했다. 시험지가 정식으로 인쇄되기 전에 발견되었다는 안도의 큰 숨을 쉬면서 시험지 제작을 비로소 마무리했다.



수학은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하고 있는 친구이고 나름의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전공이기도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언제나 완벽할 수는 없다. 검사하고 살피고 교정하고 다시 풀어봐도 언제나 틀릴 수 있다. 대부분 교사들이 그렇기에 시험 출제 과정엔 교차 검토와 교정작업이 필수로 포함되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난 지금도 글을 쓰고 있고 그 보다 더 많은 말을 하면서 생각을 전하고 의견을 게재한다. 자신 있게 주장하고 확신에 차서 발언하지만 언제나 내 생각은 크고 작은 오류들과 함께 할 수 있다. 나름 많은 고민을 하고 검증된 자료들로 그 신뢰도를 높이려고 하지만 그 노력이 완벽을 보증하지는 않는다.


내게 있어 자신감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교정의 시간이다. 살피고 다시 되짚어야 하고 다른 이들의 평가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나의 잘못된 생각들이 여과 없는 확신으로 포장되는 것은 오류투성이의 시험지가 학생들에게 배부되는 것과 같다.


반성하자! 돌아보자! 그것만이 조금이라도 실수를 줄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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