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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안승준 Jun 08. 2023

양팔 간격

©Pexels/ 간격을 두고 서서 체조하는 아이들

  우리 학교는 2교시 쉬는 시간마다 전교생이 중간 체조를 한다. 비가 오거나 너무 덥거나 미세먼지 주의보가 있는 날이 아니면 고사리손 꼬물거리는 초등 1학년 꼬마 녀석들부터 제법 어른티 나는 고3 형님들까지 운동장에 모여 청소년 체조를 한다. 학교 내에서는 언제나 모범의 책임이 부여되는 교사들도 예외란 없다.

  체조를 알리는 종이 울리면 언제나 그렇듯 모든 학생은 운동화를 갈아신고 운동장을 향한다. 100여 명 남짓 되는 많지 않은 학생 수이지만 팔다리 앞뒤로 움직이는 체조를 하다가 다치는 일이 있으면 안 되므로 학년별 반별로 정해진 자리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인다. 그러고는 여느 학교의 단체체조와 마찬가지로 지도 선생님의 구령이 스피커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린다.

“앞으로 나란히!”

“양팔간격 좌우로 나란히!”

“좌향좌! 우측 선두 1번 기준!”

“양팔간격 좌로 벌려! 우향우!”

  좁게 모여있던 아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부딪히지 않을 만큼 넓은 대형으로 만드는 작업은 학창 시절 단체체조를 경험한 이라면 누구에게나 익숙한 장면이다. 양팔을 좌우로 뻗어 다른 친구의 손이 닿으면 닿지 않을 만큼 한 걸음 한 걸음 반대 방향으로 위치를 옮겨 간다. 조금 더 뒤로 조금 더 좌측으로 우측으로 하면서 바둑판처럼 똑바르고 질서 있는 체조 대형을 만들어 갈 때 재미있는 것은 몸집이 크면 클수록 팔이 길면 길수록 더 불편하고 오래 걸린다는 것이다.

  저학년의 작은 아이들은 몇 걸음 움직이지 않아도 서로의 짧은 팔이 닿지 않을 수 있지만 고학년일수록 어른일수록 덩치가 클수록 움직이고 또 움직여야 한다. 평소라면 도움을 주고 배려하던 어른들 때문에 작은 아이들은 몇 발짝 더 움직이고 몇 번 더 손을 뻗어야 한다. 좌우 앞뒤 간격은 동일해야 하므로 가장 큰 사람의 안정적인 공간이 확보될 때까지 모든 사람은 조금씩 자리를 넓혀가며 움직여야만 한다.

  꼬마 녀석들은 조금만 움직여도 되지만 어른들을 위해 몇 걸음 더 움직이는 배려를 한다. 체조 시간만큼은 가장 큰이가 가장 불편한 이가 되고 우리는 모두 그렇게 가장 불편한 이가 가장 편안해질 때까지 다 같이 움직인다. 그리고 나면 신나는 체조 음악에 맞춰 모두 넉넉한 공간에서 쾌적하게 체조할 수 있다.

  덩치 큰 이들을 위해 몇 걸음 더 걷는 수고를 아끼지 않은 가장 작은 친구는 가장 넉넉한 공간에서 가장 편안하게 체조한다. 제일 불편한 사람은 어느 상황에서나 같지 않다. 가장 팔이 긴 사람은 어느 때엔 강자이지만 체조 시간만큼은 약자 역할이 되고 또 다른 상황에서는 또 다른 역할을 맡는다.

  이럴 때도 그럴 때도 우리가 모두 편안해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우리 중 제일 불편한 이를 편안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때마다 가장 편안해 지는 이는 가장 많이 배려한 사람이다.

  양팔간격! 우리가 생각해야 할 양팔의 간격은 내 팔이 아니라 가장 불편해하고 있는 이의 간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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