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하면 정중히 물어보세요

by 안승준

엘리베이터에 눈 안 보이는 나와 함께 타게 된 옆집 아주머니는 뭐가 그리 신기하고 궁금하신지 스무 살쯤 되어 보이는 아드님과 나를 위아래로 번갈아 훑으시며 스마트폰으로 필담을 나누신다.


오랜만의 가족 외식에서는 음식 나르시는 아주머니들이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어올 때부터 나갈 때까지 눈을 굴리며 관찰하신다.


동생과 쇼핑할 때도 어머니와 성당을 갈 때도 사람들은 수군거리고 속닥거리고 혀를 차기도 한다.


20년 넘는 시간 겪어오는 일이라 적응하고 무뎌질 때도 된 것 같은데 여유 있게 받아넘기기 참 어려운 일 중 하나이다.


그럴 때마다 기분 상하고 견디고 참아내야 하는 것은 나와 함께 동행하는 이들의 몫이 된다.


장애라는 것이 이제 내겐 그냥 삶의 일부이고 불편하긴 하지만 익숙함이 되었는데도 불쌍히 쳐다보는 시선이나 동정하고 신기해하는 눈길을 마주치는 것은 아무렇지 않게 지나치는 것이 쉽지가 않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시각장애인인 나는 혼자 다닐 때는 특별히 집중하지 않으면 누가 나를 쳐다보는지 나에 대해서 이야기하는지 잘 모르고 지나갈 때가 많아서 그런 일로 맘 상하는 일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그런데 동행하는 누군가라도 있으면 그것을 받아내야 하는 것은 언제나 눈 보이는 내 옆사람의 몫이 되고 만다.

언젠가는 다투기도 했고 또 언젠가는 정중히 그러지 말아 줄 것을 부탁해 보기도 했다.


그렇지만 그런다고 해서 기분이 나아지거나 그런 상황이 없던 일로 되는 것은 아니다.


장애인으로 산다는 것은 불편한 일이다.


보이지 않거나 걷지 못하거나 들리지 않거나 하는 것은 치료도 되지 않고 극복할 수 있는 대상도 아니다.


그러나 장애가 진정 불편한 것은 신체의 부족함이 아닐 때가 더 많다.


몸의 부족함은 이런저런 방법으로 어떻게든 적응해 나간다.


눈으로 글을 읽지 못하면 손을 활용하고 귀로 듣기도 한다.


들리지 않으면 수어로 대화하고 걷지 못하면 휠체어를 타면 된다.


그런데 진짜 어쩔 수 없는 것들은 삐뚤어지고 왜곡된 사람들의 시선과 평가이다.


난 눈이 보이지 않지만 당당하고 즐겁게 살아간다.


그런데 지속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나를 불쌍한 인생이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실존의 의미와 관계없이 내게 엄청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무리 외모에 자신이 있는 사람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못생겼다고 이야기할 때 그가 가지게 될 느낌에 대해 생각해 보면 조금은 이해될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를 가진 당사자는 스스로 가진 생각들과 경험으로 많은 편견과 주변의 수군거림에서 어느 정도는 자유로울 수 있다.


자존감이나 성격의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외모에 대한 타인의 평가를 극복하는 것도 그와 비슷하겠다.


그런데 그것이 장애 당사자가 아닌 가족의 문제가 되면 그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가 된다.


장애가 온전히 신체적인 부족함으로 인한 것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당사자 혼자만의 문제겠지만 그것이 2차적인 환경들의 문제라고 한다면 그건 그와 함께 사는 주변인들의 문제가 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난 이런 면에서 간접적인 장애를 겪고 있는 장애인의 가족에 대한 올바른 인식 개선이 상당히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의 동생은 장애 있는 오빠에 대해 막말하는 친구들에 맞서서 싸우는 학창 시절을 보내야 했고 부모님 또한 주변에 옳지 않은 시선들을 견뎌내셔야 했다.


나름 오랜 시간과 경험들로 무뎌지고 익숙해진 요즘도 따가운 시선과 불편한 말들은 나보다는 나의 가족을 상처 받게 할 때가 많다.


난 장애인이라는 소수에 대해 다수가 궁금해 할 수 있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정중히 다가와서 물어본다면 원하는 만큼 들어주고 대답해 줄 수 있다.


그렇지만 숙덕거리고 뒤돌아서 자기들 멋대로 판단하는 것은 장애 당사자와 가족들에겐 큰 폭력이라는 것을 분명히 말해 주고 싶다.


가족은 누구에게나 소중한 존재이다.


나의 가족이 소중하다면 다른 이들의 가족 또한 그렇다.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가족의 구성도 모양도 그렇다.


다름을 부족함이라 여기고 왜곡하면 스스로도 그렇게 평가받을 수 있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모든 가족이 가정 내에서 사랑을 나누듯 서로의 가족도 존중하고 배려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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