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을 마치며

# 에필로그

by 감우

본 매거진을 개설하고 첫 글을 업로드한 것은 작년 5월이었습니다. 고작 스무 개 남짓의 글을 쓰기 위해 1년이 넘는 시간을 흘려보냈다는 것을 방금 깨달았습니다. 그 사이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라졌는지도 새삼 돌아보게 되네요.


그러니까 작년 5월의 저는 퇴사한 지 약 9개월가량이 된 무직의 30대 기혼 여성이었습니다.

무직의 30대 기혼 여성.

바로 이 한 문장만이 당시의 나를 설명할 유일한 언어였습니다. 그때의 나는 경력 단절에 대한 더욱 거세지는 공포와 함께 재취업에 대한 거부감이 더욱 확고해지는 괴리 속에서 어쩔 줄 모르고 허둥대고 있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문득 나를 잃어버렸다는 생각이 들었고, 확실한 실체는 모르지만 분명히 잃어버린 것만 같은 무언가를 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사이 저는 서점원이 되었습니다. 서점에서 일 한 시간이 벌써 일 년 가까이 되었네요. 서점 일을 배워 서점을 차리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들어갔지만, 일 년 가까이 일하다 보니 서점을 차리겠다는 마음이 싹 사라졌다는 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이 깨달음을 얻기 위해 서점원으로서의 1년의 경험이 필요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까지 드는 요즘입니다.


지금껏 걸어온 모든 길을 돌아보면 위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성취로 보였던 모든 성과는 찰나의 스침에 지나지 않았고, 실패로 보였던 모든 좌절은 반드시 거쳐야만 했던 운명 같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비장한 각오를 다지며 시작했던 나를 찾겠다는 여정은, 결국 나는 아무도 아니라는 결론을 내리며 막을 내렸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결론이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는 사실을 고백합니다.


살아 있는 모든 이들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나아가고 변모하는 동사와도 같은 존재임에도, 우리는 왜 스스로를 멈춰 있는 하나의 명사로 정의 내리고 싶어 하는 걸까요.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우리가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는 것은 아닐까요? 본 매거진의 결론에 대해 저는 그러한 생각을 하며, 오히려 희망차게 새로운 내일을 꿈꿔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현재는 두 번째 퇴사를 계획 중에 있습니다. 전 직장과는 180도 다른 환경에서 180도 다른 성격을 띤 사람들과 일을 하며 한 가지 깨달은 점이 있습니다. 100% 만족할 수 있는 직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새로운 직장에서 새로운 불평을 늘어놓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보니, 이제 더 이상 그런 사람으로는 살고 싶지 않아 졌습니다. 조용히 순응하지도 않고, 거세게 저항하지도 않으면서, 잔불평만 늘어놓는 그런 사람 말입니다. 삶의 전반에서 온전한 주체가 되고 싶다는 욕망이 강해졌고, 또 왠지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듭니다.


나를 찾겠다는 욕망, 나를 한 단어 한 문장으로 정의 내리고 싶다는 욕망에서 시작된 글쓰기는 이렇게 끝이 났습니다. 오히려 좋다는 말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나는 나를 하나의 단어, 하나의 문장으로 정의 내리는 데 실패했지만, 무한한 가능성을 선물로 받았으니까요.


목차를 정해두고 글을 쓰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 않더라고요. 책을 만드는 모든 분들께 경의를 표하며, 나름의 기획 노트 페이지를 공유합니다.


지금까지 읽어주신 모든 분들께 무한한 감사를 올리며, 이상으로 본 매거진을 종료합니다.


아디오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