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I'm Nobody! Who are you?

마지막 이야기

by 감우
I'm Nobody! Who are you?
나는 누구도 아닙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잃어버린 나를 찾아 길을 헤매던 중 만난 에밀리 디킨슨의 시 구절이다. 나는 이 문장을 진실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쩌면 이 문장이 나를 찾겠다는 여정의 부질없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차피 나는 Nobody, 별 볼 일 없는 사람, 누구도 아닌 무의 존재, 그뿐이라면, 애써 찾아야 할 나 같은 것도 없는 것이 되니까 말이다.


내가 허무나 비관에 물든 모든 것에 쉽게 마음을 내어 준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희망을 말하는 모든 것을 의심하면서도, 왜 절망 앞에서는 검열의 과정조차 없이 그것들을 진실로 덥석 믿어 버리는 걸까. 그러니까 나는 스스로를 어떤 사람이라고 명확히 정의 내리는 아무개에게는 끝없는 의심을 보내며 그를 신뢰하지 못할 자로 명명해 버리면서도, “내가 누구인지 모르겠어.”라고 말하는 아무개는 매우 믿을 만한 사람이군 하며 쉽게 마음을 줘 버리는 식이다. 나의 진짜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러면서도 나는 왜 스스로를 정의 내리고 싶어 했던 걸까. 그것은 어떤 근본 없는 우월감의 발화였을까? 우월감이라니, 우습기 그지없다.


존재에 대해 생각해 본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특정 상태에 가만히 멈추어 있기를 거부하고 시시각각 변모하며 앞으로 나아간다. 그것이 바로 생이며, 멈춤의 상태는 곧 죽음이다. 그렇다면 살아 있는 존재를 어떤 하나의 문장으로, 어떤 하나의 개념으로, 명확하게 정의 내리겠다는 말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며 언어도단이 되는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명확한 언어로! 나를 증명해 보이기 위해 애썼고, 사실은 지금도 그에 대한 욕망을 완전히 내려놓지 못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땅에 살아 움직이는 모든 생명은 결코 완성형이 될 수 없고, 오직 진행형으로서만 존재한다는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려 한다. 그러니까 굳이 완성된 문장으로 나를 드러내거나 증명할 필요도 없거니와 그럴 수도 없는 문제라고 나 스스로에게 선언하는 바이다.


잃어버린 나를 찾겠다고 떠난 여정의 끝에서 내가 만난 결론은 바로 이것이다.

“I'm Nobody! Who are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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