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지 마라, 좋은 말로 할 때.
플로팅을 1년 넘게 운영하며, 처음에는 의심이었다가 이제는 확신으로 바뀐 것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장사를, 특히 남의 물건을 떼다 파는 장사를, 누구나 할 수 있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팔면 그만인, 무척이나 단순한 구조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런 반응들을 맞닥뜨리면, 우습기도 하고 흥미롭기도 하지만 종내엔 결국 화가 난다.
남에게 인정받으려 하지 말라고, 우리 제발 그러지 말자고, 일기에서도 여러 번 강조하여 말하곤 했지만, 인정을 포기한다는 것이 무시를 허용한다는 의미는 아니기 때문에 분노한다. 운 좋게 얻어걸리는 손님들이 아니라 '진짜' 플로팅 손님을 확보하기 위해 내가 지난 시간을 얼마나 치열하게 보냈는지 그들은 모른다. 모르는 것이 당연하고, 알 필요도 없다. 내가 화를 내는 진짜 이유는, 세상에 쉬운 일이 존재한다고 믿는 그 순진하고 악의 없는 안일함 때문이다.
사람들이 쉽게 잊는 사실이 있다. 얼핏 봤을 때 쉬워 보이는 것, 조금만 노력해도 어느 정도는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것, 큰 기술이 없더라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 소위말해 개나 소나 다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제대로' 해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말이다. 그러니까 일테면, 내 기준에서는 살림을 잘하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처럼 느껴진다. 특정 기술을 요하는 일은 '한다'만 충족해도 자타의 인정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얼핏 봤을 때 쉬워 보이는 것, 누구나 일정 부분 감당해내고 있는 살림 같은 것은 생색을 좀 낼라치면 반드시 한다 앞에 '매우 잘'이 붙어야 하기 때문에 난도가 급격히 높아진다. 그 단계까지 가려고 노력하다 보면 세상에 쉬운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다는 엄중한 현실을 직시해야만 하는 것이다.
사람들이 또 하나 착각하는 게 있다. 만들어 파는 것이 사다가 파는 것보다 우월하다는 착각이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플로팅에서 취급하는 모든 제품 중 적어도 80% 이상의 상품을 직접 만들 수 있다. 내가 잘나서가 아니고 그냥 그런 세상이 되었다.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는 세상. 누구나 창작자가 되고, 제작자가 될 수 있는 세상. 이에 대해서는 옳고 그름이니 좋고 싫고를 논할 필요도 없고, 그저 그런 세상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 그뿐이다. 할 수 있는 것을 하지 않는 이유는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될 자신은 없기 때문이다. 아, 이러면 어제 일기에서 말한 나의 경쟁 기피 경향과도 이어지게 되는데, 남들과 비슷한 수준 혹은 그보다 살짝 못 미치는 수준의 무언가를 생산해 낼 바에는 최고를 만들어내는 사람과 협력하는 쪽을 택하는 게 백 번 낫다고 믿는다. 그러니까 단순히 제작 vs사입을 절대비교하여 우월함의 정도를 논하는 것은 그 자체로 어불성설이다. 우월함을 과시할 자격은 오직 최고에게, 그것도 최고가 된 업계 안에서만 허락된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위와 같은 이유들로 나는 장사를 하면 할수록,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장사가 어렵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 번쯤은 조금 강력한 어조로 이야기하고 싶었다. 세상에 쉬운 일이란 결코 있을 수 없다고. 그러니까 "그딴 건 나도 하겠다."따위의 말을 함부로 내뱉으며 까불지 말라고. (설거지도 제대로 하려면 얼마나 신경 쓸 게 많은데, 학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