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01.30. 금
손님은 적은데 매출은 기대 이상인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흑자를 내는 일이 꿈처럼 요원하게 느껴졌던 2년을 지나, 1월은 꽤 큰 폭의 흑자를 기록하게 되었다. 여러모로 좋은 시작이라 할 수 있겠다. 이 기세로만 쭉 가 준다면 올해는 돈 좀 벌 수 있으려나.
하지만 인생이란 참 얄궂은 법이라 돈이 생기면 쓸 곳도 함께 생기기 마련이다. 이번 달은 치과 치료로 예상치 못한 목돈 지출이 생기는 바람에 역시나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되었지만, 개구리 왕자님의 도움으로 겨우 구멍은 메워둔 느낌이랄까. 좌우지간 감사한 새해 첫 달이다.
이번 주 내내 유독 피곤하고 퇴근만 하면 정신을 못 차리고 갤갤돼서 단순히 운동을 시작해서라고 생각했으나 오늘 생리 주기 어플에서 곧 생리를 시작할 거라는 알람이 떴다. 결국 나도 어쩔 수 없는 호르몬의 노예인 건가 생각하게 되었다. 이상하게 잠이 쏟아지면 꼭 얼마 못 가 생리를 하는데, 인생의 3분의 2를 생리와 함께 보냈음에도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로 몸의 신호를 읽지 못하기 일쑤다. 혹시 좀 모자란 거니..?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어려운 쪽을 향하고 자연의 모든 것은 자라면서 나름의 방식대로 자신을 지킵니다. 어떤 대가를 치르고 어떤 어려움을 맞닥뜨리더라도 끊임없이 자신을 지키려고 합니다.
_라이너 마리아 릴케, <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 중
오늘 책을 읽다가 이런 문장을 만났다. 나 역시 살아 있는 존재로서 나를 지키는 일에 꽤나 진심이다. 그중에서도 내가 심혈을 기울이는 부분은 나 자신이 열패감에 물들지 않게 하는 일이다. 퇴근 후에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해야지 다짐하고는 지키지 못한 날들이 착실히 쌓여가고 있었다. 해야 한다는 마음과 따라 주지 않는 몸이 싸우다 결국 마음이 져버린 날이면 저절로 감기는 눈꺼풀이 무겁게 나를 짓눌렀고, 다음 날 아침이면 패자의 마음으로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야 했다. 이 감각이 누적되는 사이 불쾌감도 함께 쌓였다. 그러다 어제 문득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아니, 퇴근 후 몇 시간 정도는 그냥 아무것도 안 하면 좀 안 돼?'
그래서 오늘부터는 퇴근 후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에 두세 시간 정도는 죄책감 없이 쉬어도 된다고, 두세 시간을 아무것도 안 한다고 해서 네가 패배자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나 자신에게 말해 주고 싶다. 조급한 마음을 다독이며, 두세 시간만큼 느리게 가기로 한다. 나를 위해서 그 정도 아량은 베풀어도 좋겠지.
해가 바뀌고부터 내내 마음의 짐이었던 콘텐츠 작업과 라이브 편집 등의 업무도 루틴화 작업을 통해 되도록 업무 시간에 끝내 보기로 한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만, 대신 꾸준하게. 사랑할수록 적당한 거리를 유지해야 한다. 플로팅과 나 사이에도 적당한 안전거리 확보가 필요하다. 더 멀리 가기 위해, 더 오래가기 위해.
오늘은 남편이 돌아왔다. 오랜만에 둘이 마주 앉아 맛있는 것들을 함께 먹으며 회포를 풀어야지. 무사히 돌아와서 다행이야! 다시 만나 반가워!라고 말해 줘야지. 그리고 죄책감 없이 마음껏 남편과의 시간을 보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