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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현 Apr 04. 2016

가끔은 외로울 수 있지,
단, 지금 말고.

책,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를 읽고



막 12시 5분이 지났다. 

점심시간 전에 휘몰아치는 고객사 요청 테스트메일을 보내주고 고개를 들어보니, 

사무실이 텅 비어있다. 


그러게, 식사가자던 동료에게 나는 조금만 더 시간이 필요하다고 왜 그렇게 말해가지고선. 

아니지, 나는 왜 이렇게 일을 해야 하나. 

그러고보니, 혼자 먹는 건 능숙한 편이다. 

몇 가지 노하우도 있다. 


혼자 먹을 땐 식당에서 가장 비싼 메뉴로 고르면 덜 눈치보인다. 

특히 한점 한점 시크하게 우물거릴 수 있는 스시가 최고다. 점심을 12시 10분쯤 먹으러 가자면 한창 바쁠 식당 주인에게 눈치가 보인다. 한 차례 손님들이 빠질 1시쯤 가면 자리도 넉넉하고, 주인들 인상도 넉넉해진다.


평균수명 50세를 기준으로 만들어졌던 윤리 도덕적 기준도 모두 다 바뀌게 된다. 여기에는 부부관계, 가족 관계도 해당된다. ... 인류 역사 상 가장 오래 살게된 각 개인은 그에 상응하는 혹독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바로 고독이다. 024


일본에 건너갔다던, 꽤 말 잘하고 활동 많던 김정운 교수의 새 책이 나왔다고 해서 옛날 스타가 다시 브라운관으로 복귀한 것 같이 반갑기도 하고, 에이- 또 잘난 척 심한 책 하나 나왔겠지 하는 그런 마음도 있었다. 


그렇지만 책을 덮으면서 '음, 꽤 괜찮은 책이네'라는 생각이 든다. 나름 박식한 꼰대(?)의 자아성찰을 엿보게 된 즐거움도 있고, 내게도 얼마 남지 않은 50세를 위한 고찰성을 느끼게 해주는 책이었다. 

심지어, 챗 베이커는 나도 참 좋아하는 뮤지션이다. (취향이 같을 줄이야)


삶의 게슈탈트를 바꾸는 방법은 대충 세가지다. '사람', '장소', '관심'을 바꾸는 거다. 나 스스로 게슈탈트 전환이 가능해야 한다. 스스로 안되면 남에 의해 억지로 바뀌게 된다. 아, 세상에 그것처럼 괴로운 일은 없다. 106

바꿀 수 있다는 것. 그것도 스스로.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지금의 삶이 불완전하다고 느끼는 순간, 그것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기존의 것을 지키기 위해서 그것에 대한 가치를 더 두며 살아왔던 거 같은데, 어느 날 아- 나 지금 방향 전환이 필요해 라고 깨닫고, 훅-떠날 수 있는 그 날이 올까 ? 


글쓴이는 참 행복한 사람이다. 

나, 다시 시작할래 하며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화를 배운다고 하는데, 

부인과 자녀들은 흔쾌히 그를 보내준다. 

(과연 그 설득과정이 어땠을지는 모르지만, 여튼간에 나는 아내와의 결혼을 후회한다는 책을 쓰기도 했다는 걸 감안하면, 정말 부인은 대단히 존경할 만한 사람이다-)


타인의 전혀 예상치 못했던 모습에 옳고 그름을 따지며 단죄부터 하려고 달려들지 말자는 거다. 타인의 분열적 자아가 속해있는 해석학적 맥락의 이해가 소통의 시작이다. 아울러 이런 방식의 소통이야말로 자신의 분열적 자아에 대한 성찰적 근거가 된다. 어떤 경우든 해석학적 여지를 남겨놓아야만 살 만한 사회가 된다.


김정운 교수의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든 소절이다. 

삶의 게슈탈트를 바꾸고, 떠나간 그 전의 모습에서 자아성찰과 도덕군자인 양 한없이 너그러워지지 않았다는 게 마음에 든다. 

남에게 그러지 않아야 하는 이유를 본인이 쌓은 지식 안에서 해법을 찾았다는 게 나를 안도하게 한다. 

왜, 갑자기 사람이 바뀌면 문제가 있는거라고 하지 않던가. 

그런 의미에서... 


충분히 지금의 모습을 즐기면서 이후를 기대해보거나, 떠나보아도 좋고, 어찌되었건 가보자는 의미로 

이 책은 나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는다. 

물론 그와 나의 50세는 그 의미도, 남겨지는 산출물도 다르겠지만... 

일본에 가서 살면 어떨까, 그런 생각도 한번씩 해보게 되었고. 

흠, 마무리가 잘 안되네...


@claudia


가끔은 격하게 외로워야 한다              

저자 김정운

출판 21세기북스

발매 2015.1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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