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 어쩌다 병원에서 살아남는 중

by 임자못

어쩌다 보니 병원 밥을 먹은 지도 어느덧 8년 차가 되었다.


병원은 규모에 따라 1, 2, 3차로 나뉘는데, 내가 몸담은 곳은 100병상 규모의 수술 전문 2차 병원이다. (사실 지금은 과거형이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박봉과 고질적인 텃세가 판치는 이 바닥에서 용케 살아남은 나 자신이 새삼 대견하다가도, 한편으로는 '굳이 여기서 이렇게까지 버텨야 했을까' 하는 회의감이 문득 스치기도 한다.


보통 병원 근무자라고 하면 의사나 간호사를 가장 먼저 떠올리지만, 실상 병원이라는 거대한 톱니바퀴 안에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이 맞물려 돌아간다.


환자의 환부를 비추는 방사선사와 재활을 돕는 물리치료사,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손발이 되어주는 간호조무사, 환자의 기력을 책임지는 영양사와 조리사, 마음을 살피는 사회복지사까지. 그뿐인가. 현장의 실무진을 묵묵히 뒷받침하는 총무, 인사, 재무, 홍보, 원무팀 같은 사무직들과 병원의 안전과 청결을 책임지는 보안, 미화팀에 이르기까지.


병원은 결코 의사의 유능함만으로 단 하루도 온전히 굴러갈 수 없다.


수많은 직군과 개성 강한 사람들이 좁은 공간에 모여 있다 보니, 이곳은 상식 밖의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장이 된다.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민낯이 존재하는 곳, 그것이 바로 병원의 진짜 모습이다.


이제 병원 밖 사람들은 차마 알지 못하는 그곳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꺼내 보려 한다. 때로는 내가 직접 겪은 일로, 때로는 곁에서 지켜본 동료의 목소리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