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겐 가족이 있어
요즘 남편에게 재미난 얘기를 했다 하면 남편은 말한다.
"글감 나왔네."
그 말을 듣고 나면 이상하게 강한 반발심이 든다. 아니! 난 그 이야기는 안 쓸 건데? 그러다가 그 주제로 글을 쓰게 되면 남편은 우쭐해하며 말한다.
“나 덕분에 너 글 썼다?”
본인이 글의 주인공이라도 되면 더욱 생색을 낸다. 올여름 경주로 가족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호텔에 도착하니 체크인을 오래 기다려야 한다고, 수영을 먼저 하라는 호텔 직원의 권유에 따라 수영복과 구명조끼, 튜브를 꺼냈다. 우리 가족은 워터파크에 가본 적이 아직 없다. 호텔 방에서 수영복을 입고 수영장에 바로 가서 놀고 방에 와서 씻고는 했다. '남편이 애 둘 데리고 괜찮을까?' 싶었지만 우리 아이들은 당일치기 호텔 수영장 여행에서 보호자 없이 씻고 나와본 경험이 있으므로 아이들을 믿기로 했다.
비가 꽤 와서 좀 추웠지만 물은 따뜻하여 그럭저럭 잘 놀았다. 두 시간을 놀고 씻고 나온 후 체크인을 하러 갔다. 젖어서 무거워진 물놀이 짐을 들고 캐리어를 끌고 방으로 들어갔다.
저녁을 먹으며 남편이 물었다.
"근데 락커가 혹시 같은 번호 두 개 있던데 신발장이랑 옷장이야?"
"어! 입구에 작은 게 신발장이고 안쪽에 긴 사물함이 옷장이지."
"그래. 그럴 거 같다는 생각이 이제야 드네. 난 락커 되게 좁네, 하면서 우리 세 명 짐을 다 욱여넣었는데."
"어디다? 신발장에? 세 명 신발이랑 옷이랑 다 넣었다고?"
"어. 다 들어는 가더라. 그렇게 넣고 안에 가니까 똑같은 번호 락커가 또 있길래 그건 뭐 비싼 돈 낸 사람들이 쓰나 보다 했지. 어쩐지 신발장 락커에 머무는 시간이 다들 짧다 했더니."
좁은 신발장에 갖은 짐을 욱여넣은 아빠와 아무 생각 없이 그걸 지켜보며 기다린 아들들의 모습이 상상되어 어찌나 웃음이 나는지, 박장대소를 하자 남편이 뿌듯해한다.
"내가 글감 하나 줬다?"
"남의 흉 갖고 글 안 써."
"헐! 양심 있냐?"
그래, 나 양심 없다. 허락해 준 걸로 알고 남편을 글감 단골 소재로 삼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