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로는 서운해, 망부석 남편

내겐 가족이 있어

by JOO

조원재의 <<방구석 미술관 2>>에는 '원조 사랑꾼 소의 화가' 이중섭,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 나혜석, '한국 최초의 월드 아티스트' 이응노, '추상미술의 선구자 사업 천재' 유영국, '심플을 추구한 반 고흐급 외골수' 장욱진, '한국 미술품 경매 사상 최고가' 김환기 등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일제 강점기와 6.25 전쟁 등을 거친 척박한 시대에, 상기 화가들은 한국다움, '조선의 미'에 대해 고민하고 우리 민족성을 담은 작품들을 만들어 낸다. 시대가 시대이니만큼 화가들은 먹고살기도 힘든 환경에서도 끊임없이 고민하고 그린다.


먹고살기 힘든 환경에서 남자 화가들이 지속해서 작품 활동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배우자의 공이 컸다. 장욱진에게는 가족의 생계를 위해 서점(동양서림)을 차린 아내가 있었고, 김환기에게도 묵묵히 생계를 책임진 아내 김향안이 있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컴퓨터 앞에 망부석처럼 앉아 있는 내 남편을 떠올린다. 그는 아침 일찍 나가서 밤에 들어오는데도 밤에 집에 오자마자 다시 컴퓨터를 켜고 새벽까지 일을 한다. 주말에도 이틀 내내 컴퓨터 앞에 미동도 없이 앉아 있다. 내가 음식을 할 때도, 내가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할 때도, 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놀러 나갈 때도 그의 집중은 흐트러지지 않는다.


남편이 "설거지 내가 할게, 그냥 둬."라고 말해 놓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언제 설거지가 될지 알 수 없다. 내가 못 참고 물소리를 콸콸 내며 접시를 캉캉대며 설거지를 해도 그는 모른다. 뒤늦게 "내가 한다니까 언제 했어?"라고 묻거나 설거지가 되어 있는지조차 자각을 못 해서 "자기가 안 해서 내가 했다!"라고 인내심이 부족한 내가 실토한 적도 많다.


안타깝게도 나는 너그러운 아내가 아니다. 맞벌이 부부면 함께 집안일을 나눠서 해야 한다는 강한 뿌리를 도저히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그 균형이 맞춰지지 않는다고 생각할 때 남편에게 화를 낸다. 주말 이틀 중 하루를 내가 온전히 애들을 데리고 외출했으면 나머지 하루는 남편이 동네라도 데리고 나가주길 바란다. 컴퓨터로 일하면서도 나나 아이들이 뭔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 집중을 깨고 재깍 도와주길 바란다.


남편은 일과 가정에서 균형을 맞추려고 제 딴에는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하는데 내 눈에는 만족이 안 될 때가 많다. 잔소리를 안 하는 착한 아내는 나에게 애초에 불가능한 미션이다. 망부석 남편에게 내가 물었다.

"그쪽 업계에서 한 획을 그으려고 그러는 거야? 후세에 널리 이름을 남기려고?"

"아니야! 살아남으려고 그래."


남편의 대답을 들으니 마음이 짠해진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나는 어차피 대가가 되긴 어려워 보이고 우리 둘 중에 굳이 하나를 고르자면 그나마 남편이 대가가 될 가능성이 있어 보이는데, 나는 내 남편을 대가로 만들긴 틀려 먹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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