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면서 점점 새로운 경험이 적어진다. 인간관계든 음식이든 취미든 나와 어울릴 만한 쪽으로, 내가 불편하지 않을 정도로 선택하며 살게 된다.
휴직 기간 동안 내가 새롭게 해본 일들을 돌아본다. 작년 12월에 수강한 '함께 쓰는 육아 에세이' 수업 같은 경우는 나 나름대로 용기를 내어 수강한 수업이었으나, '육아'와 '글쓰기'라는 키워드를 볼 때 완전히 색다른 경험은 아니었다. 물론 나에게는 정말 좋은 경험이 되었지만, 그냥 내 범주에 있는, 예상 가능한 경험이었다. (작년에 자랑을 못했는데 강사님이 수강생의 글을 모아 합동 문집도 내주셨다.)
올해 5~7월에 수강한 '마을 독서동아리 리더 양성 과정'도 새로운 수업이었지만, '도서관', '독서'라는 키워드로 귀결될 수 있어 굉장히 새로운 시도라고 볼 수 없다. 이 수업 역시 좋은 경험이었고, 수업을 함께 들은 사람들과 독서모임이라는 새로운 경험으로 나아가는 매개체가 되었다. 그러나 역시 천지개벽할 새로운 경험은 아니었다.
운동으로는 비교적 정적인 나에게 잘 맞는 요가를 하고 있다. 나는 운동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요가를 시작한 것 자체가 나로서는 큰 결심이었지만, 요가도 따지고 보면 새로운 경험은 아니다. 20대에 엄마를 따라 요가원에 가서 체험 수업을 들은 적이 있고 (그땐 내 사전에 다신 경험할 일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신혼 때 요가원에 등록하여 1년 가까이 다닌 적도 있다. 운동의 필요성을 느끼는 40대에 '요가 등록해야지'라고 생각한 걸 보면 나도 모르는 새에 내 머릿속에는 '운동=요가'라는 공식이 자리 잡고 있었던 것 같다.
여기까지가 서론이고 지금부터가 본론이다. 이렇게 새로운 걸 시도하더라도 안전 범위 안에서만 시도하던 내가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줌바 댄스' 수업을 등록했다. 그동안 줌바를 경계한 이유는 많았다. 수업 장소 밖에서도 들리는 쿵짝쿵짝 큰 음악 소리, 화려한 옷을 입고 땀을 뻘뻘 흘리며 나오는 아주머니들, 그리고 몸치의 피를 자랑하는 내 몸뚱아리! 몸치를 증명하는 각종 에피소드는 무궁무진하고 역사 또한 유구하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겠다. (눈물 좀 닦고 가실게요)
그동안 나에게 줌바를 강력 추천한 이들이 많았다. 신나는 음악에 맞춰 땀을 쫙 빼고 나오면 스트레스가 확 풀린다고 했다. 처음에는 따라가기 어렵지만 재밌으니 꼭 해보라는 일관된 말에 처음에는 굳건하게 닫혀 있던 내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렸다. (그들은 비록 내가 얼마나 몸치인지 모르고 추천한 거겠지만..)
주변인의 추천도 한몫했지만 줌바를 등록한 가장 큰 이유는 엔도르핀이 필요해서였다. 요즘 나는 각종 정적인 활동을 통해 마음의 안정을 찾았지만 뭔가 심심했다. 행복에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완전히 색다른, 그것도 내가 못할 게 뻔한 영역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강렬하게 올라왔다.
허지웅 역시 <살고 싶다는 농담>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 바 있다. 그에게는 요가가 새로운 영역이었다.
서른 살 이후로 태어나서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걸 시도해본 기억이 없다. 대개 그렇다. 음악도 들었던 것만 듣고 운동도 했던 것만 하며 사람도 만나던 사람만 만난다. 내가 잘할 수 있는 것만 열심히 했다. 요가는 해보지 않았던 것이고 잘할 수도 없는 것이었다. 내게 요가란 그런 것이다. 그래서 그만둘 수 없었고, 그래서 열심히 한다. 이길 때의 기분을 오랜만에 느끼면서 그동안 쌓아왔던 경험치가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걸 발견하게 된다. 다시 시작할 때다.
그러한 이유로 등록한 줌바 댄스의 첫날이다. 우리 아이들이 새 학기를 맞이할 때나 새로운 학원에 갈 때에 느꼈던 떨림을 나도 경험할 차례다. 마음을 편히 가지려 해도 긴장된다. 나의 복장은 괜찮은가? (헐렁한 요가복과 트레이닝복 사이 어딘가의 옷) 실내에서 신으려고 산 운동화는 편하려나? 무엇보다 내가 동작을 잘 따라 할 수 있을까? 부끄럽진 않을까? 새로운 영역이지만, 무슨 일이든 하다 보면 적응된다는 대전제를 알고 있기에 호기롭게 집을 나선다.
일단 가서 최대한 따라하려 해봤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세 달은 해봐야 익숙해진다고 하는데, 이를 어쩌나.
* 줌바 첫날 결과:
- 발은 바빴고 팔은 허우적댔다.
- 나의 꼴이 상당히 우스웠지만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 집에 오니 다리가 후들거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