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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O Apr 02. 2024

눈빛만으로도 마음이 전해졌어

옛날에 중학교 땐가 엄마가 나 학원 데려다주려고 학교 앞에 온 적이 있었어. 난 지금보다 더 관찰력도 없고 시야도 좁아서 엄마를 발견하지 못했어. 손짓하는 엄마를 본 내 친구가 “너네 엄마야?”라고 알려줘서 엄마를 봤지.


다음날에 그 친구가 그러더라.

“너네 엄마가 너 되게 사랑하나 봐. 눈빛에서 느껴지더라.”


난 그 말이 좀 이상하게 느껴졌어. 자기 자식 사랑 안 하는 엄마도 있나? 자기 자식 사랑 안 하는 부모를 비롯해 세상엔 별별 부모가 다 있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어쨌든 중요한 건 엄마가 나를 사랑스럽게 보는 눈빛이 어찌나 강렬했는지 내 친구도 느꼈다는 거야. 그 당시 둔한 나는 잘 못 느꼈지만.


아, 사실 느끼지 못했던 건 아니다. 그저 엄마의 사랑이 당연하다고 느꼈던 것뿐이지. 나를 항상 따뜻한 눈빛으로 바라봐주어 고마워. 엄마가 나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한 번도 의심해 본 적 없었어.



어렸을 적을 떠올려보면 엄마와 함께하는 시간이 다 좋았어. 엄마가 연탄불에 고구마 구워주던 것도 좋았고, 엄마가 좋아하는 팥시루떡을 같이 먹은 것도 좋았지. 엄마가 하도 간식을 잘 만들어주니까 나는 중학교 때까지 밖에서 간식 사 먹어본 적이 없었어. 오죽하면 중학교 때 과외 같이 하던 친구들이 우리 집에서만 과외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겠어. 한 달씩 돌아가며 집에서 하는 건데, 우리 엄마만 간식을 해준다고 말이지. 나는 그 말에 억울해져서 엄마한테 간식을 아예 주지 말라고 했더니 엄마가 그랬지.

“너랑 친구들이 먹는 건데 뭐가 아깝다고 그러냐?”


초등학교 때 엄마가 만들어준 종이인형도 기억난다. 집에서 종이인형이랑 옷이랑 소품을 만들어줄 생각을 하다니 엄만 정말 창의적인 사람이었네. 학교 들어가기 전에는 <공주님이 달을 갖고 싶어 했어요>라는 책을 테이프에 녹음해 주기도 했지. <공주님이 달을 갖고 싶어서 울었어요>던가? OO이랑 내가 원체 좋아하던 책이라 엄마가 읽어주기 힘들었는지 테이프에 녹음해 줬는데, 엄마 목소리가 좋아서 우린 듣고 또 들었어. 그러다 우리도 그 테이프에 우리 목소리를 깔깔대며 녹음하며 놀았어.



학교 들어가기 전인가 학교 들어가선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는데, 엄마가 양쪽에 우리를 눕히고 낮잠을 잘 때가 있었어. 엄마가 OO이를 안아주고 잠이 들었어. 나는 엄마 옆에 누워서 ‘엄마가 나도 안아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말하진 않았어. 엄마가 나보다 어린 동생을 안아주는 게 당연하니 언니인 내가 참아야 한다고 생각했나 봐. OO이를 안아 주다 잠이 아직 안 든 나를 발견한 엄마가 한 번 꼭 안아 줬는데 엄마 품이 참 편안하고 따뜻했어.


나는 애들을 양쪽에 끼고 자면 의식적으로 규 한 번 봤다가 건이 한 번 봤다가 하는데도 한쪽에 머무는 시간이 길다 싶으면 애들이 “엄마 내쪽도 봐.”, “엄마, 나도 등 만져줘. 팔도 만져줘.”라고 해. 엄마란 존재는 정말 바쁘네.   


엄마는 따뜻한 사람이면서도 단호한 사람이었어. 엄마가 옳다고 믿는 방향으로 우리를 잘 이끌고 갔지. 내가 커서는 엄마에게 그런 것에 대해 불평도 많이 했을 거야. 내 의견이랑 다른데 엄마 하고 싶은 대로 해야 하는 것도 많았다고. 나는 그래서 우리 아이들을 조금은 다르게 키워보려고 자율성을 더 주긴 하는데, 사실 나도 어느 쪽이 맞는지는 잘 몰라. 일단 나도 내 뜻대로 한 번 애들을 키워보는 거야.


근데 엄마, 이것만큼은 엄마한테 정말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 엄마가 있어 정말 든든했어. 내가 뭔가를 모를 때 엄마에게 말하면 답이 나왔거든. 엄마는,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 모든 걸 다 아는 건 아니었을 텐데 확신을 가지고 이야기해 줬어. 복잡한 문제들도 엄마랑 상의하고 나면 단순한 문제들이 되었고, 엄마랑 상의하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히든카드 한 장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서 늘 든든했어.   


나는 자라며 엄마에게 어떤 눈빛을 보냈는지 모르겠어. 그리고 지금은 어떤 눈빛을 보내고 있는지도. 엄마의 눈빛은 내게 전해졌지만, 내 눈빛만으로는 내 마음이 전해지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이렇게 표현해 봐.


엄마, 사랑해. 엄마가 곁에 있어서 행복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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