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홍'과 '투투장부주'를 비교해 보자 (1)

가장 핫한 중국 드라마 두 편

by JOO

최근에 본 중국 드라마 <난홍(难哄)>과 <투투장부주(偷偷藏不住)> 대한 개인적 감상을 남겨본다. 리뷰 글은 유독 쓰기가 어렵다. 브런치나 블로그에 훌륭한 글들도 워낙 많고. 그러나 요새 취미랄 게 누워서 드라마 보는 것밖에 없으니, 하찮은 감상평이라도 써보려고 한다. '내 글 누가 본다고?'라고 생각하니 괜한 힘을 주지 않아도 될 듯하다. (요샌 실제로 독자가 적기도 하고)


1. 두 작품에 대하여 - 제목과 번역


<난홍>과 <투투장부주>는 '주이(竹已)' 작가가 쓴 웹소설을 드라마로 찍은 작품이다. <난홍>은 '달래기 힘들다'는 뜻이고, <투투장부주>는 '몰래 숨길 수 없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투투장부주>는 <투투>로 표기)

난홍(좌), 투투(우)


<투투>는 여자 주인공 역할인 '쌍즈(桑稚)'가 오빠의 친구인 '돤쟈쉬(段嘉许)'와 연인이 되는 이야기고, <난홍>은 '쌍즈'의 오빠인 '쌍옌(桑延)'과 고등학교 동창 '원이판(温以凡)'이 연인이 되는 이야기다.


<난홍>의 영문 제목은 <The First Frost>인데, 여주 '원이판'이 절기상 첫서리가 내리는 상강에 태어나서 아명(어렸을 적 집에서 불리던 이름)이 '상강'이다. 그래서 영문 제목을 <The First Frost>라고 지었다. 훌륭한 번역이라고 생각한다.

<투투>의 영문 제목은 <Hidden Love>이다. '몰래 숨길 수 없다'는 것의 숨겨진 목적어는 '사랑'이므로 <Hidden Love> 역시 훌륭한 번역이다. 한국 제목은 <너를 좋아해>인데 유치한 것 같다. 그렇다고 더 좋은 제목이 생각나지 않는다. '숨겨진 사랑'이라고 하기도 어색하고.


번역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나는 이 두 작품을 넷플릭스에서 봤다. 넷플릭스에 있는 <난홍>의 번역은 정말 별로다. 일단 오프닝에서부터 '주이(竹已)' 작가의 원작 소설을 드라마화했다고 써야 하는데 '주이온' 작가라고 써놨다. 신뢰성이 확 떨어졌다. 각 회의 제목이 번역되어 있지 않고, 위챗(메신저)의 메시지 또한 번역되지 않거나 간헐적으로 번역되어 있다. 그리고 어색한 문장들이 수두룩하고, 뜻이 미세하게 틀린 부분도 상당하다. 내가 중국어를 원어민 수준으로 하는 사람은 아니라 확신을 가지고 말하긴 뭣하지만, 영어 번역본을 보고 다시 한국어로 번역한 느낌이 물씬 났다. 예를 들어 여주가 남주에게 "선배, 1학년 17반이 어디예요?" 하면 될 것을 "선배, 10학년 17반이 어디예요?" 한다든지, 남주가 "너 나한테 키스했어."라고만 하면 될 것을 "너 내 입에 키스했어."라고 하는 거. 이 장면이 왜 어색하냐면 여주는 몽유병이라 간밤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기에 바로 "내가 너의 어디에 키스했는데?"라고 묻기 때문이다. '입'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면 여주가 묻지 않았겠지. 아무튼 여러 부분이 거슬렸다.


그에 반해 <투투>의 번역은 아주 훌륭하다. 흠잡을 데가 없었다. 특히나 각 회의 제목이 함축적이라 번역하기 어려웠을 거 같은데 찰떡 같이 잘했다!


2. 두 작품의 캐릭터, 그리고 분위기


<투투>가 먼저 나왔고 (23년), <난홍>이 나중에 나왔다. (25년) 두 작품은 '쌍옌'과 '쌍즈', '돤쟈쉬'를 비롯하여 겹치는 역할이 있는 자매 작품이지만, 각기 다른 배우들을 섭외했다. 그래서 느낌이 많이 다르다. 보통 <투투>를 먼저 본 이들은 '쌍옌'의 오두방정 캐릭터에 익숙하다가 <난홍>의 과묵하고 어두운 '쌍옌' 캐릭터를 못 견딘다고들 한다.


그러나 나는 <난홍>을 먼저 본 후에 <투투>를 봤기 때문에 <난홍>의 과묵하고 퉁퉁거리지만 배려심 넘치는 '쌍옌' 캐릭터에 더 애정이 간다. 그리고 <투투>의 쌍옌은 못생겨서 싫다구..

'쌍즈' 또한 <투투>에서 통통 튀는 느낌인데 <난홍>에선 차분하다. <투투>에서 '흔한 남매' 수준으로 엄청 투닥대던 남매의 모습도 <난홍>에선 잘 보이지 않는다.


배우야 달라도 캐릭터 간의 느낌은 좀 맞춰주면 좋을 텐데 간극이 상당히 크다. 원작 소설을 극화하면 연출자나 작가의 생각이 들어간 새로운 결과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난홍. 대학 발표 나던 날(좌), 고등학생 시절(우)

<난홍>은 전반적으로 어둡고 그윽한 분위기다. 음악이나 영상미가 뛰어나다. 굉장히 감각적이다. 중국 드라마 같지 않다. 중드를 폄하하는 건 아니지만, <난홍>은 진짜 중티가 안 난다.


중간중간 보기 힘든 어두운 구간도 있다. 중드의 주인공들 가족은 하나같이 다 왜 그 모양인지. 아무튼 여주의 신세가 아주 처량맞다. 두 남녀의 사랑을 극대화하려고 여주를 너무 굴린 느낌이 든다. 그래서 남주도 너무 불쌍하고. 남주가 마음 아파할 때 내 마음도 미어졌다. 둘이 이어지는 데 시간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그래도 흐름에 개연성이 있어서 납득이 가능하고, 둘의 썸 타는 모습부터 사귀는 과정까지를 보면 내 심장이 들썩일 정도로 설렌다.


투투. 쟈쉬를 짝사랑하던 쌍즈 고등학생 때(좌), 쌍즈 대학생 되어 연애할 때(우)


<투투>는 <난홍>에 비해 밝고 가볍게 볼 수 있다. 둘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지 못할 땐 답답했는데, 그래도 얘네는 <난홍>에 비하면 빨리 이어진다. 둘이 꽁냥거리는 모습을 많이, 오래 볼 수 있다. 얘네의 연애 장면을 보면서 '나도 옛날에 연애할 때 저랬나?'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오래 전이라 제대로 생각이 안 나네. 오 나의 설렘이여...


<투투>에서 나온 일부 음악을 <난홍>에도 썼다. 음악은 겹치지만 두 드라마의 분위기는 진짜 다르다. 사실 <난홍> OST가 참 좋아서 <난홍>을 볼 때는 음악이 귀에서 맴돌곤 했는데, <투투>에서는 인상 깊은 음악이 잘 안 남았다. <투투>에서 기억에 남은 건 두 남주와 여주 얼굴뿐?


<난홍>은 32부작이고 <투투>는 25부작이다. 중드는 대체로 긴 걸 감안해도 32부작은 너무 길다. 분량은 <투투> 정도가 적당한 것 같다.



쓰다 보니 좀 길어졌다. 다음 이야기는 다음 편에서 쓰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