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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70대 여성 어르신이 첫마디로 하신 말씀이었다.



제 오빠가 미워요.


5남매의 막내로 태어난 그녀는

평생 "막내"로 살아왔다.


오빠들은 모두 고등학교 이상을 나왔지만,

막내인 자신은 국민학교도 겨우 졸업했다.


"그 시대에는

여자는 시집만 잘 가면 된다고 했어요."


오빠들이 공부할 때

자신은 집안일을 도우며 자랐다.


불만을 표현한 적은 없었다.

그게 당연한 줄 알았으니까.


"그런데 지금 와서 보니까... 억울해요."


그녀의 오빠 중 한 분은 사업에 성공해서 부자가 되었다.

자식들도 모두 잘 되었고, 지금은 여유롭게 노후를 보내고 계신다.


반면 어르신은 지금 어떤 상황일까?

"저는... 평생 고생만 했어요."


시집을 가서도 시댁 눈치를 보며 살았고,

남편도 벌이는 일마다 잘 안 돼서,

경제적으로도 늘 빠듯했다.


자식들은 평범하게 살고 있지만,

오빠네 자식들처럼 크게 성공하지는 못했다.


"가끔 오빠를 보면... 화가 나요."




화가 나는 이유가 뭘까?

처음에는 "운이 좋아서"라고 말씀하셨다.


오빠는 그냥 운이 좋아서 사업이 잘 된 거라고.

자신은 운이 나빠서 고생만 한 거라고.


하지만 상담이 깊어질수록 다른 이야기들이 나왔다.


"오빠는 원래 성격이 그래요.

대충대충 해도 잘 되더라고요."


어떤 의미인지 물어보니, 이런 말씀을 하셨다.


"저는 뭘 해도 꼼꼼히 하고, 열심히 하고,

실수 안 하려고 조심하는데...


오빠는 좀 대충 해도 결과가 좋아요."


어르신은 평생 완벽주의자로 사셨다.

뭘 해도 남들보다 더 열심히, 더 꼼꼼히,

더 신중하게 하셨다.


"틀리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실패하면 안 된다고..."


그런데 결과는 그렇게 조심하고 열심히 살았는데도 인생이 뜻대로 안 풀렸다.


반면 오빠는 좀 느긋하고 대충 하는 것 같은데도

잘 되었다.


"이게 공평한가요?"

"내가 뭔가 잘못 살았나?"


하지만 이 생각을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그렇게 되

자신이 살아온 모든 것들이 부정당하는 것 같으니까.





그래서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린다.


"오빠는 그냥 운이 좋았을 뿐이야."


이것은 마치 거울을 피하는 것과 같다.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면,

거울을 탓하거나 조명을 탓한다.


"거울이 이상해", "불빛이 나빠서 그래"라고 말한다.


"내 방식이 틀렸다"라고 인정하는 것보다는

"쟤가 운이 좋았다"라고 생각하는 것이

훨씬 덜 아프다.


하지만 거울을 계속 피하고 살 수는 없다.

언젠가는 마주 봐야 한다.




상담을 받으시면서 어르신이 힘들어하셨던 순간이 있었다.


"그럼... 제가 바보같이 산 거예요?"


그런 게 아니라고 말씀드렸다.

틀린 게 아니라 달랐던 것이라고.


성실하게 사는 것도 좋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모든 게 잘 되는 건 아니다.


세상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그럼 제가 성실하게 산 건 헛짓이었나요?"

아니다.


그 덕분에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온 것도,

가족들이 믿고 의지하는 것도

다 그 성실함 때문이다.


다만 그것이 만능열쇠는 아니었을 뿐이다.




마지막에 어르신이 하신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오빠 미워했던 게... 사실 내가 답답해서였구나."


형제 탓을 했지만,

진짜로는 자기 자신이 억울했던 것이다.


"이제는... 오빠가 잘 사니까 그냥 다행이에요.

내가 걱정할 일이 줄었잖아요."


이렇게 말할 수 있게 되기까지 시간이 좀 걸렸다.

하지만 결국 도착했다.




사람마다 사는 방식이 다르다.


꼼꼼하게 사는 사람도 있고, 대충 사는 사람도 있다.

계획 세워서 사는 사람도 있고, 그때그때 사는 사람도 있다.


어떤 게 더 좋다고 할 수는 없다. 그냥 다를 뿐이다.



문제는 자기 방식만 옳다고 생각할 때 시작된다.

그러면 다른 사람이 잘 되는 걸 보면 화가 난다.


하지만 세상에는 정답이 하나만 있는 게 아니다.

그걸 인정하면 마음이 편해진다.



형제 원망할 일도 줄어들고, 자기 인생도 후회하지 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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