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레드뷔 Sep 25. 2024

아빠존의 눈물

8. 스타벅스, 겹침의 공간이 주는 익숙함. (feat. 고양이)

세계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벅스.

스타벅스는 이곳 필리핀에도 있습니다. 그것도 꽤 많습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 집중되어 있긴 하지만 여기에만 20개가 있습니다.

자랑이 아닙니다. 제 것도 아닌데 자랑해 뭐 하겠습니까.

(광고도 아닙니다.)

다만 한 번 정도 고마움을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고향의 맛. 스벅 아메리카노.


그들만의 특별한 경험과 문화를 제공한다는 목표 하에 세계적인 브랜드로 성장한 스타벅스는 

세계 어느 매장을 가도 분위기와, 인테리어가 대동소이합니다.

그래서 언제 가도 익숙합니다.

필리핀에 와서 한참 적응에 어려움을 겪을 때 저는 스타벅스를 찾았습니다.

겹침의 공간, 그리고 익숙한 공간은 제게 적잖은 안정감을 줬습니다.

커피 한 잔을 시켜 구석에 앉아 글도 쓰고 이것저것 하고 있노라면 잠시 필리핀인 것을 잊곤 합니다. 

익숙함을 준다는 것. 그게 참 고마웠던 것 같습니다.


서양문물이라며, 밥값을 커피에 쓴다며, 스벅 마시면 된장남/녀라고 조롱받던 때가 있었는데,

이제 그 스벅 덕분에 해외에서도 저처럼 익숙함을 는 분들이 계시지 않을까 싶습니다.


가치는 불변하지만, 어떤 가치는 시대에 따라 변한다는 것을 수많은 역사들이 방증해 왔는데도

그때는 왜 그리 옹졸했는지, 혹, 지금도 굳이 불편함을 증폭해 나의 옹졸한 마음잣대로

뭔가를 조롱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봅니다. 

    

(요약) 스타벅스가 고마워 아빠 존(John)은 오늘도 눈물을 흘립니다.     


고양님에게도 익숙한 스타벅스



(너무 짧아 서운함에 붙여보는 사족. 필리핀 고양이 이야기)

제가 주로 찾는 스타벅스에는 터주대감 고양이들이 계십니다.

가끔 더우신지 매장을 기웃대다 열린 문으로 쏙 들어오는데,

곧 점원에게 걸려 쫓겨 나가시곤 합니다.

돈이 없기 때문입니다. (자본주의는 이렇게 차갑습니다.) 


고양이. 돈은 없지만, 늠름하시다


일 년 내내 여름인 이곳의 고양이들은 털 찔 필요가 없는지 비교적 작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곳 사람들은 길 고양이에 더 관대합니다.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동물을 괴롭히면 Bad luck이 온다고 합니다.

처음에는 ‘카톨릭 국가에서 미신을?’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성경의 황금률(네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너희도 대접하라)을 떠올리고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캣맘들도 있습니다. 보통 기본 2,3마리씩 고양이를 키우시는 집사님들이기도 한 그들은 

주로 그룹으로 활동하는데 자발적으로 먹이도 주고, 청소도 하고, 돈을 모아 중성화도 시킨다고 합니다.


상대적으로 약한 자본주의 때문인지 필리핀 사람들은 조금 더 관대한 것 같습니다.

고양이가 테이블 여럿을 차지하고 있어도 오히려 “(고양이가)예약했음”이라며 친절을 베풉니다. 


풀부킹입니다.


한국 같았으면 주인장님의 불호령이 떨어질 광경이지만 이곳에서는 꽤 자연스럽습니다. 

(어쩌면 주인장님은 쥐 방지 차원으로 공짜 세스코 직원을 쓰고 계신지도 모릅니다.)     


저도, 딸들도 고양이를 좋아해 오가면서 쓰다듬곤 합니다.

다행히 고양이님들은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십니다.

가끔 고양이님을 쓰다듬다 보면, 뭐가 맘에 들었는지 저를 간택하려고 다가오시는데,

그때는 굿바이를 날리며 재빨리 자리를 피해야 합니다.

용돈 받아 연명하는 제 한 몸 건사하기도 힘들기 때문입니다.     


열심히 자는 게 업무이신 고양이님들


행인들은 한 자리씩 떡하니 차지하고 있는 고양이들을 보며 미소 짓습니다.

그 미소는 다른 이들에게 전해집니다.

잠만 자는 고양이들이 사람들에게 미소를 퍼뜨린다니, 참 신기합니다.


털북숭이들을 보며 조금 여유를 갖는 것.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아빠존의 눈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