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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IMAGE May 10. 2024

몇 살이야?

E 아이 이야기



4년을 넘게 살던 곳을 떠나 서울로 이사 왔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동네.

 

새로 다니게 될 유치원 버스를 기다렸다.

여자아이가 엄마와 함께 뛰어와 급하게 버스를 다. 동갑내기 친구인가 보다.


"같이 놀래?"


하원차에서 내리면서 써니가 친구에게 다가가며 물었고, 친구는 쑥스러웠는지 엄마 뒤로 숨었다. 알고 보니 그 아이는 여기서 태어난 토박이였다. 이후 매일같이 놀이터에서 놀다가 헤어졌다. 절친이 되었다.




놀이터에 가면 하이에나처럼 같이 놀 친구를 찾는다. 만만해 보이는 상대를 캐치하면 다가가 묻는다.


"너 몇 살이야?"

"언니 몇 살이야?"


자기랑 키가 같거나 작으면 무조건 너.

키가 크면 언니나 오빠.


렇게 친구를 사귀어 같이 논다. 대부분 호의적이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은 쑥스러워서 피한다. 누구나 친구가 되어버리는 순수한 아이들이다.


저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고 싶을 수도 있을 텐데. 같이 안 놀겠다고 하면 어쩌지? 동생이랑 둘이 놀았으면 좋겠는데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같이 놀고 싶어 하는 모습이 내 눈엔 그저 안쓰럽기만 하다.




어느 날, 산책을 다녀오는 길에 들린 놀이터. 언니오빠로 보이는 네 명의 무리가 미끄럼틀 위에서 술래잡기 놀이를 하고 있다. 저기에 끼는 건 좀 아닌 것 같은데.. 싶었지만 써니는 벌써 언니 옆에 다가가 있다.


"언니 같이 놀자~"


다행히 놀이에 들어갔다. 미끄럼틀 위나 구름다리 위, 난간 끝에 매달려 도망 다녀야 하는 게임이다. 전투력이 부족한 아이는 금방 술래가 되었다. 그리고 아무도 잡지 못했다.


보다 못해 답답한 언니가 본인이 술래를 하겠다고. 하지만 결국 잡히는 건 우리 아이.


놀이를 그만두고 싶을 것 같은데 그래도 끝까지 남아있다. 다른 아이들도 굳이 하지 말라 소리는 안 해서 고마웠다. 멀리서 엄마만 애잔하게 바라보며 속앓이 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은 겁이 많다. 좋게 말하면 조심성이 많은 아이들이다. E로 살면서 신나게 어울리려면 남들만큼의 실력은 갖춰야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좀 더 크면 자연스럽게 가능해지는 것인지, 그렇다고 위험한 행동을 하게끔 놔도도 되는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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