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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형산 Sep 23. 2015

다퉁(大同) 개발프로젝트

The Chinese Mayor, 하오주, 2014

올해(2015) EBS 국제다큐영화제에서 개봉한 영화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봉할 때는 <다퉁개발프로젝트>라는 이름을 달고 나왔다.

그 제목보다는 원제인 <중국의 시장 The Chinese Mayor>이 훨씬 더 영화 내용에 가깝다.


남북조 시대 북위의 수도였던 다퉁시는 쇠락한 도시이다.

겅옌보 시장은 도시 활성화를 위해 50만 명의 주민을 이주시키고

거기에 옛 도성을 재현하는 엄청난 프로젝트를 시행한다.

이쯤되면 부패하고 출세지향적인 시장을 떠올리게 되지만

다큐 속 겅 시장은 전혀 그렇지 않다.

그는 소탈하고 진정으로 시민을 위해 일할 줄 아는 시장이다.

그는 날마다 시청 앞으로 찾아오는 시민들을 만나 민원을 들어주고

날짜를 지키지 않거나 부실시공하는 사업자와 공무원들을 준열하게 질책한다.

공산당원으로서 분초를 다퉈가며 인민을 위해 일하고 있다.

시장으로서는 좋은데,

문제는 그가 시를 위하는 낡은 개발 드라이브의 방식에 매몰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시장이 벌이는 무리한 사업.

이것이 현재 중국의 현주소를 잘 보여주는 것이 아니냐고,

감독은 이야기하고 싶은 듯 하다.

좋은 의도로, 너무나 강력하게 개발이 진행되는 중국에 대해 우리가 한 번 돌아봐야 하지 않냐고.


도성 개발 사업이 마무리되어갈 즈음

겅 시장은 갑자기 다른 도시로 전출을 명 받는다.

모든 사람들이 다퉁의 공산당 서기로 승진할 것이라고 생각한 것과는 달리 충격적인 조치였다.

하지만 보는 내내 그리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긴 했다.

미엔쯔(체면)를 매우 중시하는 중국사회에서,

아무리 잘못한 일이라도 사람들 앞에서 마구 질책해대는 것은 무리였다.

공무원들이 시장이 방을 나간 뒤에 뒷담화를 하는 모습이 영화에 찍히기도 했다.

중국 사회를 좀 아는 사람은 영화를 보는 내내, 이 시장의 미래가 염려스러웠을 것이다. 나도 그랬다.

그는 일을 마무리 하지 못하고 다퉁을 떠났고,

새 시장은 새로운 사업을 시작했다.


겅 시장은 어떻게 되었을까.

그는 타이위안 시로 전근가서 그곳에서 25만 명을 이주시키고 또다른 개발 사업을 시작했다.

다수의 고가도로와 지하고속도로, 지하철, 신공항 등을 건설했다.

물론 시민들을 소탈하게 만나고, 분초를 다투며 일했을 것이다.

그는 좋은 시장이고 좋은 공무원이다.

그런데 그의 개발은 사뭇 걱정스럽다.

우리도 이런 과정을 겪어왔기 때문에 더욱 마음이 쓰인다.


겅시장 자체가 중국의 다른 이름이다.

좋은 의도로 지나치게 개발 드라이브를 걸어가는 거대 국가.

그리고 공산당 독재에 의해 너무 쉽게 계획이 바뀔 수 있는 나라.

영화는 그를 객관적으로 보여주면서 말없이 중국의 현실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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