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한 바닷가였다. 무릎 깊이로 찰랑이는 잔잔한 파도. 햇살에 하얀 거울처럼 빛을 반사하는 눈부신 물의 한 끝에서 그렇게 오롯이 여름 속에 들어가 있었다.
자연은 그렇게 참고 또 참았지. 그리고 죽은 조개 껍질 두개가 어느샌가 손에 잡혔다. 하얀 조개껍질 그리고 오래된 바다를 닮아 이끼가 낀 듯한 흙빛 조개껍질. 둘 다 소중히 움켜쥐고 바다를 떠나려하자 갑자기 밀려온 파도가 두 조개껍질을 거두어갔다.
별 인연도 아니었을건데 이상하게 공허함이 파도의 자리만큼이나 밀려들었다. 아름다운 이별인건가. 사실 그리 거창한 수식을 붙일 장면도 아닌데, 큰 상징과도 같이 무겁데 다가왔다. 그리고 눈을 떠보니 격리 중인 방이었다.
그래. 떠나보내야했던 작은 것들에 대해 아련한 인사를 건넨 꿈이었다고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