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를 기다리며.. 번외 편 NO.1
고도가 태어난 뒤 우리 집은 늘 고도가 주인공이었다.
집을 하나의 연극 무대라고 가정한다면 정아와 나는 제법 비중 있는 조연의 역할을 수행하는 중이다.
우리의 연극에서 정아는 일인 삼역을 소화한다.
하나는 엄마이고, 하나는 아내이며, 하나는 주부이다.
이 세 가지 역할 개별의 노동강도는 모두 고되다.
출근도 그리고 퇴근도 없다.
다만 각각의 역할에 대한 연속된 책임만이 있다.
엄마 역할은 주인공인 고도의 컨디션에 따라 새벽에 수시로 깨며,
그토록 원하는 잠 조차 고도의 자는 시간에 맞춰서야 취할 수 있다.
아내 역할은 짝을 맞출 상대 캐릭터가 있다.
불행히도 이 남편 캐릭터는 무심하다.
아이들에 치여 남편의 퇴근시간을 그토록 기다렸는데, 본인이 더 힘들다고 엄살이다.
이때가 되면 무대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서로 간에 갈등이 깊어지고, 마음이 안 좋아질 때쯤 그는 잠들고 곧 '출근'이라는 명목으로 무대를 떠난다.
그리고 주부의 역할..
주부의 역할은 설명을 생략한다.
이처럼 정아는 감정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세 가지 역할을 멋지게 소화 중이다.
TV에 나오는 그 어떤 여배우도
이 무대 위의 정아보다 아름답지만 강하고 억척스럽지만 따스한 연기를 더 잘 소화하는 걸 본 적이 없다.
고도가 150일쯤 되었을 때 정아와 파주의 프로방스 마을에 갔다.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있던 정아에게는 오랜만의 외출이다.
고도가 아닌 정아 본인을 위한 외출은 고도가 태어나고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 곳은 마을 전체가 아기자기한 판매점으로 되어있어 정아는 무척이나 신나 했다.
유모차를 끌고 2시간가량 돌아다니며 옷이나 액세서리 접시 등을 구경한 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식사 중에도 칭얼대는 고도를 달래느라 편히 먹지도 못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아는 마치 어린아이가 놀이동산에 온 것처럼 즐거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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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정아가 산 물건은 밥그릇 두개와 작은 앞접시 두개가 다였다.
위 사진의 앞쪽에 보이는 그릇과 같은 디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