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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박꼭질

고도를 기다리며.. NO.422

by 고태환





< 고도 편 >

"엄마가 숨을께"
"아빠가 숨을께"
"아기가 찾을께"

모두 고도가 한 말이다

정아와 나는 숨박꼭질을 알려준 적이 없는데
고도가 먼저 숨박꼭질 놀이를 제안했다
어린이 집 조차 가본적 없는터라 도대체 어디서 배운건지 궁금했는데
아마도 뽀로로에서 보고 배운듯 싶다

정아와 내게 숨으라고 제안하고 본인은 벽을 마주보고 선다
"자 숨어~" 라고 말하고는 아직 숨지 않은 내게 등돌려 빨리 숨으라 재촉까지 한다

"꼭 꼭 숨어라~ 머리카락.. 머리카락.. 머리카락.."

아마도 '보인다' 라는 문구가 생각나지 않는듯 '머리카락'을 반복한다

저쪽에서 정아의 키득이는 소리가 들린다
잠시 뒤 고도의 발자국 소리가 들리고 이방 저방 고도는 분주히 해맨다
나는 화장실 문 뒤에
정아는 아기 침대 옆에 숨었다
"여긴 없네" 라고 말하고 다니던 고도는
결국 아무도 찾지 못했다

"어딨지? 어딨지? 엄마 어딨지? 아빠 어디있지?"
허공에 뱉기 시작한 고도의 말이 점점 불안이 섞기고 다급해진다
혹시나 울어버릴까봐서 시무룩한 녀석의 뒤로 조용히 다가가 놀래켜 주었다

" 아기 깜짝 놀랐어~ " 라고 깔깔거리며 웃는 고도는 이내 다시 숨을 것을 제안한다

"엄마가 숨을께"
"아빠가 숨을께"
"아기가 찾을께"

이번에는 정아도 나도 눈에 잘 띄는 곳에 숨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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