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이 없는 시간들을 위한 기록
고도를 기다리며.. NO.587
< 고도 편 >
프랑스 영화
그중에서도 누벨바그 영화
그 중에서도 지독하게도 롱테이크를 시도하는 영화들을 나는 좋아하는 편이다...
지금은 누구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언젠가 어느 감독의 인터뷰에서 정말 큰 감동을 받았던 적이 있다
자신의 영화에서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어떤 사건에 처하는 상황이 아니라고 그는 말했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장면
편집없이 이어지는 시간 속에서 보여지는 사건과 무관한 의미없는 장면들
가령 여주인공이 남자 주인공을 만나러가는 동안 보여지는
영화의 중심 이야기와 별 상관없는 쓸모없어 보이기까지하는 이미지들..
그는 그런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를 찍는다고했다
오래전 기억을 되집어 적었는데 어쩌면 왜곡된 혹은 과장된 기억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위 인터뷰 내용이 너무나 마음에 든다
사건이 없는 시간들을 위한 영화
감독이 생각한 그 소중한 장면을 보여주기 위해 영화의 메인 줄거리를 고민하는 감독
아~ 정말 너무 엉터리 같아서 멋지다
그런 아이 사진을 찍고 싶다고 생각했다
사건이나 이벤트가 중심이되지 않는..
아주 사소하고 의미 없이 넘어갈 법한 작은 행동들을 기록하는 사진
아~ 나도 멋있고 싶다
나들이 중 고도는 계속 달렸다
그 짧은 다리로도 정아와 나를 멀찌감치 떨겨두고 앞만보고 달린다
어느정도 거리가 벌어지면 나도 서둘러 쫒아가는데
언젠가부터는 뒤에서 멈추라고 불러도 말을 듣지 않는다
계속 달리던 고도가 막다른 길인 벽 앞에 멈춰섰다
윗 입술과 아랫입술이 각각 치아를 가리고 자주 짓는 표정으로 나를 기다린다
아~ 고도 너무 귀엽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