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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an 13. 2017

인문학도의 개발 이야기

인문학도 개발자의 자기 정체성 찾기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개발 관련된 다양한 글을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http://bit.ly/imagineer-page

유튜브에 개발 관련 동영상을 공유하고 있습니다.

http://bit.ly/imagineer-youtube




개발자로 경력을 시작하면서, 그리고 개발에 관련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개발 강의를 시작하면서 점점 많은 사람들이 비전공자로서 개발자가 되었을 때 강점이 무엇인지 묻는다. 그 고민은 자연스러운 수순이라고 생각이 드는데, 대학교에서 4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개발을 배운 사람들과 경쟁했을 때 내가 더 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들지 않는다면 굉장한 자기 믿음을 가진 사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지금부터는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대학교에서는 역사학을 배우고 졸업하고 개발을 배우기 시작해서 개발자로 일하면서 '이 시대가 찾는 융복합형 인재'가 되어버린 사람의 주관적인 이야기다.


나는 외국어 배우는 걸 좋아한다. 그리고 프로그래밍도 참 재밌다. 둘 다 함께 하다 보니 공통점이 보이는데, 그건 바로 언어라는 점이다. (Foreign Language & Programming Language)  다시 말해, 외국어와 프로그래밍 언어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내 의지를 전달하는 매개체 혹은 수단이다. 물론 전문 통역사나 번역가, 그리고 프로그래머는 언어를 통해서 생활을 영위하는, 수단보다는 목적으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언어는 수단이다.


나는 이 관점에서 프로그래밍은 결국 자동화를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다. 수십 명이 수기로 작성해야 했던 것을 몇 명이 컴퓨터만 있으면 할 수 있는 것으로 바꾸는 프로그래밍은 산업 전반을 바꿔놓았다. 프로그래밍은 수많은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았고, 다시 그 기술에 기반한 수많은 일자리를 창출해냈다. 결국 프로그래밍은 '기존의 업무를 얼마나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가'이다. B2B 비즈니스에서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제는 스타트업이라고 부르기 힘든 배달의 민족이나 직방 같은 O2O 서비스도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이라는 프로그램을 매개로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는 훌륭한 도구이다. (사람들은 이 편리함을 공짜로 쓰고 싶어 하긴 하지만.)


프로그래밍이 중요한 이유가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사람들에게 편리함을 제공하기 때문이라면, 비전공 출신 개발자가 각자 대학교에서 보낸 4년은 결코 헛된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강점이 된다고 생각한다. 아직 로스쿨 도입과 관련해서 국내에 잡음이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로스쿨의 장점은 다양한 전공을 익힌 사람들이 법을 추가적으로 공부함으로써 법리 해석을 더 풍부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존의 사법 시험을 통해 배출된 법관들이 법은 잘 알지 모르겠지만, 그 외 사회 여러 분야의 산업에 대해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에 현실과는 동떨어진 판결이 나오는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비전공자들은 자신이 배운 지식을 프로그래밍과 접목해서 시장이 원하는 것, 즉 사람들이 더 원하는 것을 찾아낼 수 있는 능력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나는 4년 간 역사학을 배웠는데, 그 덕에 역사적 통찰력을 배울 수 있었고, 과거에 사례에 비추어 미래를 그릴 수 있는 능력을 키웠다고 믿는다.


그리고 나는 1~2년 차 개발자가 비전공자라서 전공 관련된 지식이 부족한 건 이해할 수 있지만, 3년 차 이상의 개발자가 비전공자라는 이유로 평생 족쇄를 발에 차고 살아가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은 그 어떤 산업 분야보다도 학습량이 방대하고, 더 빨리 변화한다. 정말 많이 공부해야 한다. 필요하다면 개발자로 일을 시작하고 난 이후에 컴퓨터 공학 지식을 습득을 하기에도 개발자로서 2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다. 즉, 필요하면 공부하면 된다는 말이다. 물론 회사 출퇴근 도장만 열심히 찍어서는 부족한 부분이 채워지지 않는다. 그걸 원하면 과욕이다. 요즘은 워낙 MOOC 등 혼자서도 공부할 수 있는 자료가 많으니 더 치열하게 갈고닦으면 된다.



인문학도 개발자로서 살아가기


나는 비전공자로서 개발에 대해 말하고, 글을 쓰고 콘텐츠를 만든다. 아래처럼 유튜브에 온라인에 강의를 찍어서 배포하기도 하고, 직접 강의를 운영해보기도 하고 있다. 어려운 개념을 설명하기 위해, 더 어려운 번역어를 쓰는 게 아니라 일반인도 알아들을 수 있는 평이한 어휘를 사용하는 것이 비전공자의 장점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 믿음과 신념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서 거의 쉬지 않고 개인 프로젝트도 만든다. 나는 정말로 경력을 전환한다는 것이 자신이 쌓아온 전문성과 단절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쌓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경력의 확장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하지 않은 경험과 새로 배우는 것이 결합했을 때 그 파괴력은 왜 그토록 정부가 애타게 '융복합형 인재'를 찾는지 이해하게 만든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나는 개발의 본질은 자동화라고 믿는다. 그런데 개발만 아는 사람은 자동화하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되, 자신의 삶은 자동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더라. (오늘도 박봉과 야근에 시달리는 수많은 개발자에게 애도를.) 아래 기사를 잠깐 보고 오자. 매일경제 신문은 감히 일개 직원이 8개월 이후부터는 일을 하지 않았다고 분개하고 있다. 그런데 이 개발자는 무려 6년을 평균 1억 1200만 원을 받으며 다녔다고 한다. 이 기사를 보고 저 직원이 나빴다고 생각한다면, 굉장히 고용주가 사랑할 가치관을 가지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다. 그는 6년 간 스스로 만든 자동화 도구를 통해서 아무런 문제 없이 업무를 수행했다. 나는 이 사례를 '기술에 대한 이해와 업무 프로세스에 대한 분석을 잘 융합시킨' 예로 본다. (회사에서 하라는 일을 완벽하게 수행했는데, 해고당했다니 회사는 일을 하는 곳인가 근무 태도를 평가하는 곳인가?)



개발 기술과 함께 시장을 보는 눈, 사람을 이해하는 인문학적 경영학적 마인드, 그리고 회사를 다녔다면 회사 실무 경험까지 합쳐지면 당신의 기술을 통해 당신의 삶을 자동화할 수 있는 시간은 분명히 온다. 물론 개발을 등한시해도 좋다는 말은 전혀 아니다. 나는 개발을 배우기 시작하고 기술에 흠뻑 취해 살았다. 개발의 즐거움은 내 손으로 무엇인가를 만들어낸다는 그 희열이 아닌가? 나는 계속해서 퇴근하고, 그리고 새벽에 일어나서 계속 새로운 기술을 공부하고 계속해서 서비스를 만들어냈다. 최소한 한 번은 흠뻑 빠져 봐야 그 즐거움을 알 수 있다. 내가 만들 수 없던 무언가를 새로 배워서 내 손으로 만들었을 때 그 희열은 경험하지 않으면 알기가 정말 힘들다.


그 후에는 이제 나의 강점과 개발자로 쌓아온 기술을 합쳐 나만의 개발을 만들어가면 된다. 그것이 어떤 모습으로 성장해갈지는 이제 내 손에 달린 것이 된다. 당신의 강점과 기술로 회사와 고객뿐만 아니라, 당신의 삶도 편하게 만들어라. 이게 인문학도로서 개발을 하고 있는 내가 내린 중간 결론이다. 최종 결론은 20년쯤 뒤에 다시 한번.




개발자로 전환을 생각하고 있으신가요? 퇴사하지 않고도 개발이 나랑 맞는지 확인할 수 있다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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