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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Jan 29. 2018

해외 개발자 채용 과정

싱가폴에서는 어떻게 개발자를 뽑을까?

싱가폴에 이사 와서 두 번째 월세를 낼 때쯤 출근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개발자로 꽤 많은 인터뷰를 봤는데, 처음 도전하는 해외 취업은 제법 많이 달랐고, 그래서 어려웠다. 그래도 운 좋게도 싱가폴에서 일하시는 좋은 개발자분들을 통해서 조언을 많이 구할 수 있었고 덕분에 시행착오를 많이 줄일 수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공유할 기회가 많겠지만 이곳에서의 회사 생활과 개발자로서의 미래가 만족스럽게 느껴진다.


지난 추석 때 가족이 싱가폴에 다녀갔는데, 한국에서 개발자로 일하고 있는 동생에게도 싱가폴로 넘어오라고 영업을 하고 있다. 다만 동생에게 만약 한국에서 싱가폴 취업 준비를 시작할 거라면 6개월 전부터, 싱가폴로 넘어올 거라면 최소한 3개월 정도는 걸린다고 생각하고 넘어오라고 조언해줬다. 요즘은 한국에서도 개발자 채용에 2회 정도는 면접을 보는 경우가 많이 생겼다고 들었다. 카카오나 네이버 같은 곳은 원래부터도 면접 횟수가 많았지만. 하지만 싱가폴은 작은 스타트업조차도 면접을 모두 3번 이상은 봐야 했다. 싱가폴에서 취업은 제법 긴 여행이 될 것이기 때문에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는 게 좋다.


처음 가는 길은 항상 어렵고 길게 느껴진다. 그런데 같은 길을 두 번, 세 번 가면 그 길에 훨씬 짧게 느껴진다. 이 글 하나로 해외 취업 전체 과정을 경험해 본 것 같은 기분을 내기는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아주 최근에 20개 정도의 기업과 실제로 면접을 본 경험을 공유하는 이 글이, 다른 분들이 실제 해외 구직을 시작했을 때 마음의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을 시작해본다.



우선 나를 소개해야 한다


영문 이력서는 기본이다. 해외 취업에 한 번이라도 관심을 가져본 적 있는 사람이라면 영문 이력서의 형태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나는 싱가폴에서 커버레터는 한 번도 써본 적이 없다. 다른 직종의 경우 커버레터를 요구하는 곳도 많은 걸로 알고 있는데, 개발자 포지션으로 지원하면서는 커버레터를 쓰라고 한 회사가 거의 없었다. 내 기억에 싱가폴에서는 단 한 곳의 회사가 온라인으로 지원서를 넣으면서 커버레터를 적는 공간이 있었던 거 같은데, 그곳도 커버레터는 선택 사항이었다.


그리고 링크드인*에 경력을 잘 정리하기를 추천한다. 요즘은 기업들에서도 Easy Apply라고 해서, 링크드인 프로필을 통해서 직접 지원을 받는 경우도 많이 보인다. 그리고 링크드인 프로필을 통해서 회사 HR팀에서 직접 연락이 오거나, 헤드헌터가 직접 연락이 오는 경우도 있다. 이건 내가 썼던 방법인데, 나의 경우에는 링크드인 프로필 업데이트를 마치고 싱가폴에서 관심 있는 업계의 헤드헌터들에게 모조리 친구 추가를 했다. 헤드헌터들이야 워낙 링크드인 친구 신청에 열려있는 편이기 때문에 쉽게 친구 신청을 수락하는데, 그러면 정중하게 "내가 싱가폴에서 구직 중인데 이런이런 포지션으로 일을 찾고 있어. 관련 있는 포지션이 있으면 알려줄래?"라고 물어보면 당연히 모두는 아니지만 이메일을 알려주시면서 이력서를 보내라고 답장을 해오는 경우가 있었다. 초반에는 이 방법으로 첫 몇 곳의 인터뷰를 잡을 수 있었다.


*링크드인: 경력 관리 SNS



회사를 찾아보자


한국에서 유명한 회사들이 많다. 그런데 외국에 나와보면 삼성, 현대 정도만 알지 다른 회사는 외국 사람들 잘 모른다. 그러면 그 반대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우리가 아는 유명한 회사들은 한국의 삼성과 현대 같은 회사들이다. 사실 각 나라마다, 혹은 글로벌 기업이라도 우리가 잘 모르는 알짜 기업들이 많다. 오히려 너무 잘 알려진 기업들은 굳이 채용 과정을 개선하지 않아도 지원자가 몰리기 때문에 거만한 경우가 많은데, 실속 있는 기업들은 채용 과정도 훨씬 인간적이고 고민을 많이 한 흔적이 느껴진다. 그리고 절대로 큰 기업이라고 다른 회사보다 돈을 더 많이 주는 것도 아니다. 큰 회사를 다녔을 때 얻을 수 있는 거라고는, 다니는 회사 이름을 이야기했을 때 "뭐하는 회사냐?"라는 질문을 받아도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 정도일까.


그러면 회사는 어떻게 찾을 수 있을까? 여기서도 첫 번째로 등장하는 대답은 바로 링크드인이다. 링크드인은 개인 사용자에게는 이력서를 관리하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기업에게는 채용을 손쉽게 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공한다. 하루에도 수많은 채용 공고들이 올라오고, 필터를 걸어놓으면 관심사에 맞춰서 매일 이메일이나 푸시로 알림을 보내주기 때문에 정말 유용하다.


링크드인 외에 참고할 수 있는 서비스로는 GetLinksHired가 있다. 이 서비스들은 기존의 '구직자가 원하는 회사에 이력서를 보낸다'는 구조에서 '구직자가 이력서를 등록하면 관심 있는 회사를 연결시켜준다'는 발상의 전환을 꾀하는 회사들이다. 싱가폴에서 일하는 개발자분들 중에서 저 서비스들 통해서 넘어오신 분들이 꽤 된다고 하는데, 나는 저 회사 중 하나의 담당자와 전화로 대화는 나눴으나 실제 인터뷰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그 외에 재미있게도 아시아 관련 스타트업 정보 미디어인 Tech In Asia에서도 채용 관련 팀을 운영한다. 이력서를 등록했더니 각 담당자가 관리하는 스타트업들이 있다며 연락이 와서 이것저것 물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현지 헤드헌팅 회사에 연락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위에서도 헤드헌터들에게 링크드인을 통해서 연락을 했었다고 밝혔지만, 싱가폴은 헤드헌팅 문화가 굉장히 발달한 나라다. 실력이 좋은 개발자는 다른 회사로 이직하면서 연봉을 높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헤드헌터들도 엄청 적극적인데, 새로운 회사 출근한 지 보름 정도밖에 안된 나에게도 매주 1~2건씩 헤드헌터들이 커피 한 잔 하자며 연락이 온다. 이런 헤드헌팅 회사들은 각자 회사 홈페이지가 있는데, 거기에 이력서를 등록해두면 데이터베이스에 쌓아뒀다가 관련 포지션이 등록되면 이력서 검색을 통해서 연락이 온다. 그리고 회사 면접이 진행될 때도 중간에 헤드헌터가 있으면 진행 사항을 좀 더 원활하게 확인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회사에 지원할 때 희망 연봉(Expected Salary)을 물어보는데, 싱가폴은 대체로 희망 '월급'을 물어본다. 여러 개의 회사로부터 최종 입사 제안을 받는 게 아니라면 이 금액에서 더 높이기 쉽지 않기 때문에, 잘 고민해서 적는 게 중요하다.



온라인 코딩 테스트


원하는 회사를 찾아서 이력서가 통과가 됐다면 첫 관문은 온라인 코딩 테스트다. 이때부터는 회사 HR 담당자와 연락을 주고받게 된다. 온라인 코딩 테스트로 가장 유명한 서비스는 HackerrankCodility다. 참고로 온라인 코딩 테스트를 20개 가까이 본 거 같은데 그중에서 Codility 링크가 날아온 건 딱 한 번이었다. 온라인 코딩 테스트에 대해서 처음 듣는 사람들에게 간단하게 설명하면, 이력서를 등록한 이메일로 Hackerrank 링크가 날아온다. 그 링크를 들어가면 약 1시간 반에서 3시간가량의 시간 동안 2문제에서 많게는 30문제까지 풀어야 한다. "30문제라고요?" 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는데, 프런트엔드 개발의 경우 3문제의 코딩 테스트와 25문제의 객관식/주관식 문제를 풀었던 적이 있다. 대게는 2~3문제 정도가 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건 코딩 실력과도 관련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알고리즘과 자료구조에 대한 지식을 실제로 코드로 구현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학부 때 알고리즘과 자료구조를 공부했던 전공자도 반드시 연습이 필요하고, 비전공자라면 부족했던 알고리즘과 자료구조 공부를 채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모든 문제를 다 맞히길 기대하지는 않는 거 같으니 너무 당황하지 않고 최대한 풀 수 있는 만큼 문제를 풀고 제출하면 되겠다. 문제를 다 풀고 나면 최종 점수를 알려주고, 결과는 자동으로 채용 기업에게 날아간다. 이 결과에 따라서 다음 인터뷰 약속이 잡힐지 말지가 결정된다.



기술 면접


기술 면접은 회사에 따라서 1~3회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진행된다. 작은 회사의 경우에는 싱가폴에 있다고 하면 오프라인 면접을 선호하는 경우도 있는 거 같은데, 대체로는 구직자와 개발자의 시간을 서로 낭비하지 않겠다는 이유로 온라인으로 면접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 거 같다.

온라인으로 면접을 진행한다면 처음에는 스카이프와 같은 화상채팅 프로그램을 통해서 먼저 대화를 나누고, 면접관이 링크를 하나 보내준다. 그 링크를 누르고 들어가면 앞에서 소개했던 Hackerrank와 비슷한 서비스가 등장하는데, 결정적인 차이점은 면접관이 구글 드라이브처럼 내 코드를 실시간으로 보고 있다는 점이다. 이후에 기술 면접에 대해서는 다시 한번 자세하게 다룰 예정이지만, 기술 면접은 절대로 '입 다물고 문제를 빨리 푸는' 시험이 아니다. 기술 면접은 내가 이 사람과 같이 일 할 수 있을지를 맞춰보는 시험이기 때문에, 적절한 질문을 하고 면접관과 대화를 잘 이끌어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이 온라인 기술 면접의 경우 보통 최대 1시간가량 진행되기 때문에 서로 자기소개를 하고 나면 보통 실제 코딩 테스트는 30분 정도가 진행되는 게 보통이라, 문제의 난이도 자체는 크게 어렵지 않다. 다만 작성한 코드를 어떻게 하면 개선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나 조금 더 발전시켜보라는 요구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그때 너무 당황하지 않고 잘 대처하는 게 중요하겠다.


오프라인 면접도 대체로 온라인 면접과 비슷한 순서로 진행된다. 하지만 기억에 남는 오프라인 면접이 두 번 있는데, 한 회사는 사전에 냈던 코딩 과제를 오프라인에서 기능 추가를 하는 면접을 봤고, 다른 한 번은 회사 비즈니스에 대해서 소개하고 그 관련된 템플릿 코드에 코드를 직접 작성하는 면접을 보기도 했다. 옆에서 직접 코드를 보고 있기 때문에 온라인 면접에 비해 심리적인 압박은 좀 더 심한 편이다.



최종 면접과 그 이후


최종 면접은 회사에 따라서 CEO나 채용 담당자와 면접을 보게 된다. 이때는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해당 직원이 회사에 문화적으로 잘 적응할 수 있는지를 보게 되는데, 크게 문제가 없다면 통과가 되는 거 같다.


최종 면접까지 통과하면 Offer Letter라는 걸 받게 된다. 연봉, 스톡옵션 등 회사의 제안 사항이 정리되어있다. 보통 최종 Offer를 받고 나면 1주일 정도 안에는 출근할지 말지 정해서 알려줘야 한다고 하니, 다른 회사들과 면접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면 그 회사들에 최종 오퍼를 받은 사실을 알려서 면접을 조금 빨리 진행하는 게 좋다.


Offer Letter를 받은 조건을 잘 검토해서 논의하고 싶은 부분은 충분히 이야기를 하고 수락하는 것이 좋다. 그게 용납되는 분위기이고, 그렇게 해야 한다. Offer를 수락하면 계약서에 사인을 하면 된다. 역시 마찬가지로 계약서에 적힌 내용을 자세히 읽고 이상한 부분에 대해서는 충분히 이야기한 후에 사인하면 된다.


싱가폴은 외국인이 발급받을 수 있는 취업 비자의 종류에 EP(Employment Pass), SP, WP로 구분이 된다. 각 비자는 회사에서 지급하는 연봉 및 몇 가지 기준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EP 비자가 가장 연봉 하한선이 높다. (EP > SP > WP) 만약 국내에서 2년 이상의 경력을 쌓고 싱가폴로 넘어오려는 개발자라면 월 5,000 SGD (연 60,000 SGD, 한화로 약 5천 만원) 이상을 받게 될 텐데, 이 경우에는 EP를 받는 데는 크게 문제가 없다고 한다. 아래 링크를 통해서 싱가폴 정부가 EP 비자를 받기 위해서 얼마 이상의 연봉 얼마 이상을 요구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다른 비자로 싱가폴에 처음 들어온 경우 이후에 EP를 받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고 하니, 잘 확인해보고 EP로 싱가폴로 넘어오는 게 좋겠다. EP비자 발급은 약 2주에서 6주 정도 시간이 걸린다고 한다. 싱가폴은 비자가 나오기 전에 출근하는 게 불법이기 때문에, 비자가 나오면 계약서에 적혀있는 출근일에 맞춰서 출근하면 된다.


*참고로 싱가폴은 제법 학력 차별이 있는 사회다. 어느 학교를 나왔느냐가 이후 사회생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그래서 좋은 대학교에 진학하기 위해 싱가폴 학생들은 정말 열심히 공부한다. (참고로 싱가폴은 국립 대학교가 4개 밖에 없어서 싱가폴에서 NUS, NTU, SMU, SUTD 를 갔다고 하면 다 공부를 잘했다는 보증이라고 한다.) 그런데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 학교를 나온 외국인들의 학력까지 구분한다는 게 문제다. 물론 싱가폴 정부에서 그런 공식 자료를 내놓지는 않았지만, 싱가폴에서 헤드헌터로 오랫동안 일하신 분의 말씀에 따르면 한국인의 경우 서울에서 대학교를 나온 사람과 지방에서 대학교를 나온 사람의 비자 발급 여부가 차이가 많이 나온다고 한다. 다만 싱가폴에서 상대적으로 고액 연봉을 받는 개발자의 경우에는 학력이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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