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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Oct 02. 2019

출산과 육아에 대해 몰랐던 것들

단이 탄생 3주 차

경험해보지 않은 것은 알기 힘들다. 출산과 육아 과정을 경험하면서 내가 알고 있는 세상이 정말 조그마하고 제한적인 세상이라는 것을 깨달으며 자연스레 고개가 숙여지는 요즘이다. 결혼을 하고 5년 만에 아이를 갖게 되었는데, 임신하기 전 4년이나 결혼 생활을 하면서도 임산부나 아이에 대해서 크게 생각하거나 관심을 가져본 적이 없다. 하지만 요즘은 길에서 걸어가면 임산부나 아이만 보일 정도로 다른 세상이 보인다. 아이를 가져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경험이 아닐까 싶다.


그중 육아를 하면서 특별히 느끼는 점은 집안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는 가정주부님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점이다. 앞서 글에서 여러 번 밝혔지만, 싱가폴은 여러 동남아 나라와 인접한 특성상 상주 도우미분들을 고용하기가 비교적 용이하다. 그래서 요리와 청소, 빨래는 상주 도우미분이 도맡아서 해결해주고 있고, 육아에만 전념하면 되는 환경에서 아기를 돌보고 있다. 그런데 분유만 타서 먹이고, 기저귀만 갈아도 하루가 순식간에 지나간다.


나는 제법 나이 터울이 나는 사촌동생이 많은 편이라, 오랫동안 갓난아기들을 보면서 자랐다. 그래서 아기도 굉장히 좋아하고, 아기들을 만날 때마다 아빠 미소를 짓는 내 마음을 아는지 밖에서 만난 아이들도 쉽게 다가오곤 한다. 첫 한 달간 함께 돌봄 노동을 해주시는 장모님도 굉장히 육아 기술이 좋다며 칭찬해주시기도 했다. 그럼에도 지금 내가 받는 연봉의 두 배를 준다고 해도, 남의 아이를 이렇게 돌봐야 한다면 하기 힘들 거 같다. 아기의 행동 패턴이 매우 예측하기 힘들 뿐만 아니라, 아이가 계속해서 변화하기 때문에 ‘육아’라는 기술이 숙달되기 어렵다고 느끼고 있다.


주위에 출산을 앞둔 부부 친구들이 많은데, 아이의 탄생과 함께 알아나가는 것도 정말 큰 즐거움이지만 미리 마음의 준비를 도울 겸 내가 몰랐던 것들에 대해서 써보려고 한다.



내가 몰랐던 것들


배꼽은 생후 7일 정도 지나면 떨어진다


배꼽이 있는 건 알았고 탯줄이 붙어있던 자국인 줄은 알았지, 이게 며칠 만에 떨어지는지는 생각해본 적도 없는데, 7~10일 정도가 되니 남은 탯줄 부분이 검고 딱딱하게 굳어가면서 똑 떨어졌다.


아기는 2~3시간마다 밥을 먹는다


모유수유를 계획하고 있다면 처음 3일 정도는 아이가 모유를 먹지 않아도 괜찮다고 한다. 모유를 잘 안 문다고 분유를 먹이기 시작하면 분유가 더 빨기 쉽기 때문에 모유를 잘 안 먹어서 자그마한 컵에 따라서 먹이기도 한다는데, 단이는 아직까지도 모유와 분유를 함께 모두 잘 먹어서 어려움 없이 먹이고 있다. 다만 처음에 태어나자 마자는 먹이고 2시간 정도 있다가 울기 시작하더니, 한동안 먹고 돌아서서 1시간 후면 다시 울기 시작해서 곤란했는데 식사량을 좀 늘렸더니 다시 2~3시간 정도 숙면을 하고 있다. 거의 하루에 2~3시간 정도 노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잠만 잔다.


엄청나게 먹고 엄청나게 싼다


처음에 아기 대변이 새까맣다는 사실을 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을까? 태어나고 만 하루 정도 되는 시점에 태변을 눴는데, 변이 새까매서 혹시 어디가 아픈 게 아닌 지 걱정했었다. 단이의 경우 4~5일 정도가 지나면서 노란색으로 색깔이 바뀌었다. 그리고 누가 자기 새끼 변은 냄새가 안 난다고 했던가? 정말 냄새가 지독하다. 가끔 식사 중에 볼 일을 보는 경우 다 먹이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경우가 있는데, 너무 냄새가 지독해서 좀 어지러운 것 같기도 하다. 그리고 아기는 매번 먹이고 항상 트림을 시켜야 하는데, 방귀랑 트림 소리의 크기가 아기가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믿기 힘든 정도의 크기다.


아기 용품으로 집이 가득 찬다


우리 부부는 원래 집을 가득 채우는 성향의 사람들이 아니다. 집에서 티비도 안 봐서 그 흔한 티비도 집에 없다. 그런데 아기가 집에 올 준비를 시작하면서, 그 여유롭던 공간이 좁아지기 시작했다. 아기 침대, 기저귀, 기저귀 교환대, 분유, 젖병, 옷보관함 등등 우리 집 거실은 이미 아기 용품으로 점령당한 지 오래다. 아기가 기어 다니기 시작하면 더 하다는데, 이미 하루 종일 누워만 계시는 아드님 짐으로 집이 가득 차있다.


그리고 아기 빨래 양도 엄청나다. 집에 아기는 하나고 어른은 여럿이니 애 빨래가 얼마나 되겠냐고 생각했는데, 아기가 쓰는 제품이다 보니 자주 갈아줘야 해서 빨래 양도 엄청나고 하루 종일 세탁기가 돌아간다. 수건, 담요, 옷, 장갑, 양말 등 종류도 다양한데, 분유를 먹이다 조금 뱉어내거나 기저귀를 가는데 추가로 볼일을 보는 등 빨랫감은 오늘도 쌓여만 간다.


그런데 분유랑 기저귀, 물티슈는 정말 빠른 속도로 사라진다. 분유값, 기저귀 값 벌러 회사 다닌다는 농담이 있는데, 2주 차에 일주일도 안되어 분유 한 통을 끝내는 모습을 보며 아기는 정말 잘 먹고 쑥쑥 자라는구나 싶었다.


원래도 손을 자주 씻는 편인데, 요즘은 하루에 100번씩 손을 씻는 거 같고, 손 소독제는 기본에 외출하고 돌아와서는 아기를 만질 일이 있으면 옷부터 갈아입니다.


모유수유를 하면 살이 빠진다


모유수유를 하면 좋은 점이 많다고 이야기만 들었지, 뭐가 좋은지 크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그다지 모유수유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부인님께서 모유 수유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양도 충분한 편이라 모유를 먹이고 있다. 다만 ‘출산부’의 피곤함의 덜어드릴 겸 중간중간 분유를 내가 먹이고 있고, 모유를 미리 모아놓는 축유의 편리함을 맛본 이후로는 부인님께서 유축을 해놓으면 내가 먹이는 형태로 협업하고 있다. 


첫 2주의 모유를 초유라고 부르는데 아기에게 필요한 항체나 영양분이 많아서 권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모유 수유와 관련해서 몰랐던 사실 중에 하나는 모유 수유를 하면 살이 빠진다는 사실이다. 모유 수유를 하는 산모의 경우에는 임신 기간에 증가한 체중이 빠르게 회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런데 모유 수유는 한 번 시작하면 40분 정도는 아이를 안고 있어야 하기 때문에 참 고된 일이다. 그리고 처음에는 모유가 잘 돌지 않는 경우가 많아서 한국에서는 조리원에서 가슴 마사지를 해준다고 들었는데, 싱가폴에는 조리원 문화가 없어서 집으로 마사지사를 부른다. 



싱가폴에서 다른 점


자연분만은 2일, 제왕절개는 3~4일 만에 퇴원


싱가폴은 의료비가 정말 비싼 나라다. 그래서 싱가폴에서 일하는 경우 회사 보험이 중요하고, 커버가 잘 되지 않는 경우 한국으로 돌아가서 의료 서비스를 받는 분들을 보곤 한다. 우리 부부가 사립 병원에서 제왕절개로 아이를 낳았는데, 진료비까지 포함하면 한화로 약 1500만 원 정도 지불했다. 이것은 외국인의 경우이고, 싱가폴인의 경우에는 정부에서 비용이 많이 나오기 때문에 부담이 많이 줄어드는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는 양가 식구들이 여러 나라에 흩어져서 살고 있어서, 가족들의 비행기, 숙소비 등을 모두 고려하면 한국에 돌아가서 아이를 낳는 것이 그렇게 금전적인 이득이 없어서 싱가폴에서 낳기로 결심하게 되었다.


이렇게 비싼 의료비 탓인지 출산 후 병원에 입원하는 기간이 한국에 비해 매우 짧은 편인데, 우리 부부는 제왕절개 후 아내의 회복이 빨라 3일 만에 퇴원했다. 한국 시간으로 오전 9시 수술이라 새벽에 도착해서 병원에서 이틀 밤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왔다. 자연분만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출산 후 다음 날 퇴원한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그리고 위에서 말했던 것처럼 싱가폴은 산후조리원 문화가 없기 때문에, 부모가 출산한 딸의 산후조리를 도와주거나 말레이시아에서 산후조리사를 집으로 불러 몇 주간 머물면서 산후조리만 전담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길에 신생아들이 정말 많이 다닌다


한국에서 특히 첫 한 달은 많게는 3개월까지는 아이를 밖에 잘 안 데리고 다닌다고 들었다. 그런데 싱가폴은 목도 못 가누는 아이들이 유모차를 타거나 부모 품에 안겨 정말 많이 돌아다닌다.


한국에서는 임산부가 수영을 하면 수영장에서 사람들이 입을 많이 댄다고 들었는데, 아내는 출산 전날까지 수영을 했다. 10개월 간 담당해준 의사 선생님도 출산 전날까지 수영해도 된다고 권하기도 했다. 물론 우리 부부의 경우 제왕절개를 선택했기 때문에 출산 예정일이 2주 정도 남은 시기라 큰 걱정은 없었지만, 그래도 한국에서 만삭 임산부가 수영한다고 하면 좋은 이야기는 못 들었을 가능성이 많다.


여기는 한국에 비해 훨씬 아기를 편하게 키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임신, 출산, 육아에 관련해서 훨씬 더 많은 것들이 괜찮고 이해된다.



TIP: 싱가폴에서 아이를 낳는다면


외국 출생 아이는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가 성별 구분 번호를 제외하고 모두 0으로 처리된다. 그래서 9월 9일에 태어난 단이의 경우 주민등록 번호가 190909-3000000이다. 그리고 이후 한국에 들어갈 때, 등록을 하면 새로운 주민등록번호가 생긴다고 한다.


그리고 단이는 태어나자마자 싱가폴에서 외국인이라 바로 여권 신청을 해야 했는데, 절차는 아래와 같다. 혹시 싱가폴에서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래 순서를 참고하면 좋겠다.   

* 양부모 모두 한국인 기준
1) 싱가폴 출생 신고
2) 한국 출생 신고
3) 여권 신청


모든 병원에서 지원하는 건 아니고 몇몇 병원에서는 싱가폴 정부에 출생 신고(Birth Registratin) 대행 서비스를 지원한다. 그러면 싱가폴 정부가 인증하는 코팅된 서류를 하나 받을 수 있다. 이건 원본이고 재발급되는 서류가 아니기 때문에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그리고 한국 출생 신고를 하기 위해서는 싱가폴 정부의  ICA 사이트에서 Extract라는 것을 발부받아야 한다. 이건 우편으로 수령할 수 있는데 업무일 기준 5일 정도가 걸린다고 한다. 이걸 받았으면 주 싱가폴 한국 대사관에 찾아가서 출생 신고와 여권 신청을 한 번에 진행하면 된다. 원래는 출생 신고 후 여권 신청을 해야 하는데 편의 상 한 번에 지원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입력해야 하는 정보는 주민등록등본 상의 정보와 거의 유사하기 때문에 이 정보만 따로 찾아놓으면 좋겠다. 출생 신고에는 2주, 여권 신청에는 다시 2주가 걸린다는데, 추가 비용을 지불하면 DHL로 3일 만에 여권을 받을 수도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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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장모님께서 떠나시고 나의 본격 야간 육아반 시작되었다. 4주간 육아휴직을 하며 느낀 점을 나눌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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