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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Sep 23. 2019

행복한 책임감

단이 탄생 2주차

메인 사진 출처 https://unsplash.com/s/photos/baby


‘책임’이라는 단어는 더 어린 시절 나에게 너무나도 무거운 단어였다. 한 회사에 36년을 일하신 아버지와 그 뒷바라지와 아들 둘을 양육하는 어머니의 모습을 보며, 책임을 지는 일을 만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 생각이 바뀌게 된 건 결혼을 하면서였다. 많은 사람들이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거나 ‘결혼하기 전에 자유를 마음껏 만끽하라’는 이야기를 하곤 한다. 결혼하면 책임질 일이 많아지니 그 전만큼 마음대로 살지는 못한다는 뜻이겠다. 그런데 나는 이런 이야기들에 하나도 공감을 할 수가 없었다. 사람마다 다른 경험을 하겠지만, 오히려 나는 결혼을 통해서 혼자는 선뜻하지 못했을 많은 일들을 도전하고, 그리고 이뤄왔기 때문이다.


이번에 아이가 태어나고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다. 삶에서 자유가 사라졌다기보다는, 오히려 세상이 풍요로워진 느낌이다. 세상에는 정말 많은 임산부들과 아이들이 세상에 존재한다. 다만 그 과정을 직접 혹은 옆에서 간접적으로 겪지 않은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을 뿐이다. 임신하고 나면 임산부만 보이고, 아기를 낳고 나면 아이들만 보인다더니, 정말 그렇다. 세상에 내가 보지 못하던 부분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렇게 내 세상이 넓어진다. 아이를 돌보는데 많은 에너지와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울 것이라는 것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다.


그리고 더 많은 것을 이루고 가족과 나누고 싶은 긍정적인 책임감을 느끼게 되었다. ‘책임감’과 ‘긍정적’이라는 두 단어가 이렇게 잘 어울리는 조합일 거라고 생각하지는 못했다. 그런데 정말 그렇다. 가족과 더 행복한 시간을 보내기 위해 노력하고 싶다. 아이를 갖기로 결정하기 전 그 두려웠던 감정이 무색하게, 이 책임감이 견뎌내기 힘든 무게로 다가오기보다는, 그 과정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즐겁게 느껴진다. 내가 선택한 책임이라면 훨씬 더 삶을 풍요롭게 도와주는 장치가 아닐까? 이 장치가 그간 선뜻 내딛지 못했던 새로운 삶의 공간과 기회에 도전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을 느낀다. 부끄럽지 않은 부모가 되기 위해 또다시 여러 도전을 다시 시작하고 있다.
 

출산 다음 주부터는 다시 출근을 했기 때문에, 퇴근 후 시간에 한 번 정도 아기에게 분유를 먹이고 샤워를 시키는 정도의 시간만 함께 보내고 있다. 물론 주말에는 야간 돌봄을 제외한 모든 육아를 직접 책임졌다. 일요일에는 주중에 고생하신 장모님과 아내를 바람 쐬고 오시라고 말씀드리고 아이와 함께 시간을 보냈는데, 처음부터도 너무 이뻤지만 분유를 먹이고 기저귀를 가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에 더 정이 들어가는 것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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