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Sep 16. 2019

아기를 품에 처음 안았을 때

아빠 1주차 - 초보 아빠 육아 일기

기다리고 떨리던 ‘단’이의 출산일이 되었다. 지난 많은 기대들처럼, 아이를 기다리며 보낸 하루하루가 쌓여 그 순간은 순식간에 찾아왔다. 함께 들어간 수술실에서 아이의 머리가 처음 세상에 나왔을 때, 아이가 부인님의 가슴 위에서 잠들었을 때, 그리고 처음 아이를 내 가슴에 안았을 떼 세상의 배경이 바뀌는 것을 느꼈다. 마치 아이가 이 세상이 없던 순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그렇게 아이가 찾아왔고, 지금은 우리 가족이 되었다.


우리 부부는 선택 제왕절개를 했다. 아이가 평균 사이즈보다 훨씬 컸기 때문에 선택의 여지가 없기도 했지만, 고통과 위험이 예측 가능하다는 점에서 우리 부부에게는 더욱 합리적인 선택으로 보였다. 9월 9일 싱가폴 시간으로 아침 8시(한국 시간으로 9시)에 수술이었기 때문에, 새벽 5시에 일어나서 병원으로 향했다. 수술 전 간단한 검사를 마치고, 부인님은 먼저 수술 침대를 타고 수술실로 이동했다. 잠시 후 나도 수술실 앞으로 대기해서 수술실용 옷을 입고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리고 곧 들어간 수술실에 아내는 누워 있었고, 10개월 내내 만났던 의사 선생님은 제왕절개 수술을 진행하고 있었다. 조금 있자 배에서 아이 머리가 솟아 나왔고, 곧 몸이 다 빠져나왔다. 그리고 10달간 아이를 건강하게 키워준 고마움과 수술하느라 고생하는 아내에 대한 미안함, 건강하게 세상에 나온 아이를 보는 기쁨이 겹쳐 눈에서는 눈물이 흘러나왔다.


수술실에 들어가기 전 수술실용 옷 입은 모습(좌), 아기가 태어난 날 가슴에 안고(우)


싱가폴은 자연분만의 경우 1박 2일 ~ 2박 3일, 제왕절개의 경우에는 2박 3일 ~ 3박 4일 간 입원을 하는데, 우리 부부의 경우에는 경과가 좋아서 2박 3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1인실에 지냈는데, 주 간병인인 나를 포함하여 하루 3끼 식사를 다 선택할 수 있었고, 간호사와 여러 도우미 분들이 24시간 상주하고 있어서 큰 어려움 없이 출산 후 회복에 전념하며 아이 돌보기를 배울 수 있었다. 제왕절개 후 첫날은 강한 진통제를 투여하기 때문에 고통이 거의 없다고 했고, 둘째 날과 퇴원하는 셋째 날까지 제법 고통스러워했으나, 퇴원 후 거의 일주일이 되어가는 지금까지 간단한 산책 정도는 문제없을 정도로 많이 회복이 되었다.


퇴원 후 첫 주는, 아이를 제외한 4명이 한 팀이 되어서 움직였다. 출산 한 달 전부터 상주 도우미가 집에서 지내면서 미역국을 포함한 한식을 배우면서 기다렸고, 일주일 전에는 장모님께서 싱가폴에 도착하셨다. 육아를 제외한 가사일과 요리는 상주 도우미가, 모유 수유 및 회복은 아내가, 육아에 관한 지식 전파 및 야간 아기 돌봄은 장모님이, 일주일 간 첫 육아휴직을 사용한 나는 주간 시간에 혼합 분유 수유와 기저귀 갈이 담당을 맡았다. 이렇게 4명이 붙어도 쉽지 않은 육아 첫 주였는데, 혼자서 아이를 돌보는 많은 분들은 정말 대단하다고 느꼈다. 일주일 정도 계속 애를 봤더니 그래도 여러 일들이 손에 익어서 제법 초보 아빠 티는 벗게 되었다. 장모님께서 떠나시는 10월부터는 한 달간 다시 육아휴직을 할 계획인데, 그때부터는 본격적인 아빠의 육아가 시작될 예정이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건강한 아이가 우리 부부에게 찾아왔다. 많은 행복하게 아이를 키우는 부부들이 주위에서 출산과 육아를 진심으로 권하고, 우리 부부의 임신의 축복해줬다. 아직 초보 아빠지만, 이제는 아이를 키우는 것이 왜 축복이라고 말하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원래 아이들을 좋아하는 편인데, 내 아이는 정말 차원이 다르게 이쁘다. 우리 부부 품에 와준 아이에게 너무나 고맙다.


초보 아빠의 분유 먹이기


매거진의 이전글 육아 휴직을 만들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