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 C.S.Lewis -

by 마르코 Aug 07. 2020

제품을 파는 엔지니어가 되어보니

솔루션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할까?

개발자로 6년을 넘게 일하면서, 한 번도 솔루션 엔지니어라는 직업에 대해서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거 같다. 대체로 개발자로 일하면서 가까이 만날 수 있었던 개발자 외 직업군은 기획자(Product Owner/Product Manager)나 UX/UI 디자이너가 전부였다. 지금은 싱가폴에서 한 미국계 IT 회사의 솔루션 엔지니어로 1년 가까이 일을 하고 있는데, 개발자로서 이후에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에 대해서 너무 몰랐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은 3년 이상 개발을 해온 개발자로서 이후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사람이나 IT 세일즈 조직이 어떻게 일하는지 궁금한 사람을 위한 글이다.


솔루션 엔지니어가 하는 일


우선 솔루션 엔지니어(Solution Engineer, 이하 SE)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겠는 사람이 많을 테니 간단하게 어떤 일을 하는 직업군인지 소개하고 넘어가 보도록 하자.


SE는 다양한 회사에서 다른 이름으로 불린다. Customer Engineer (구글), Solution Architect (AWS, Facebook, MS) 등이 SE를 부르는 다른 이름들이다. 대체로 SE라고 하면 세일즈 조직에 속하게 되고, 프리 세일즈(Pre-sales)라는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프리 세일즈는 실제로 한 제품이 판매되기에 앞서서 기술적인 지원을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반대로 포스트 세일즈(Post-sales)는 제품이 판매된 이후 고객사에 문제가 생겼을 경우에 지원하는 역할을 말한다. SE는 대체로 프리 세일즈를 수행하게 되나, 회사나 조직, 역할에 따라서 포스트 세일즈 역할이 포함이 되는 경우도 있으니 꼭 채용 공고나 인터뷰 때 잘 확인을 해야 한다.


SE가 하는 역할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IT 회사에서 세일즈가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지 먼저 이해를 할 필요가 있다. 세일즈에 대해서 이야기할 때 한국에서는 일반적으로 떠올리게 되는 세일즈맨에 대한 이미지가 있는 거 같다. 서류 가방을 들고 다니며, 친절한 미소와 때로는 업무 외적인 고객의 사정까지도 돌보며 관계를 만들고, 그 과정을 통해서 제품을 판매하는 이미지가 일반적이지 않나 싶다. 실제로 보험사나 제약 회사에서 일하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느 정도는 그 이미지와 비슷한 역할을 수행하는 거 같기도 하다.


여전히 IT 회사들 중에서도 그런 회사도 있겠지만, 글로벌 IT 회사의 세일즈 방식은 굉장히 현대화되어있다. 세일즈 조직은 일반적으로 Business Development(BD), Inside Sales, Field Sales로 구분이 된다. BD는 일반적으로 이메일이나 전화를 통해서 잠재 고객사에 연락해서 제품/솔루션의 판매 가능성이 있는지 확인하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가능성이 있는 고객사를 어카운트(account)라고 부르는데, 원격으로 세일즈를 지원하는 Inside Sales가 이런 어카운트를 넘겨받아서 관계를 쌓고, 규모가 충분히 있는 판매 기회의 경우에는 Field Sales가 투입되어서 실제로 고객을 만나고 제품 판매를 마무리하는 일을 한다.


SE는 이런 세일즈의 사이클 속에서 Inside Sales나 Field Sales를 지원하게 되는데, 세일즈 쪽에서 충분히 기회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에 SE에게 기술적인 지원을 요청을 하면 함께 고객사를 방문하거나 온라인으로 제품 설명을 하게 된다.


한 회사에서 어떤 하나의 솔루션 도입하거나 오픈소스를 사용하는 개발자의 삶과는 다르게, SE로 산다는 것은 많은 고객사에서 발생하는 정말 다양한 문제에 대한 솔루션을 제공해야 한다는 의미다. 그래서 회사의 제품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알고 기술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물론 회사의 제품이 많고 복잡할수록 한 SE가 모든 제품을 완벽하게 이해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에, 이런 회사들은 SE를 육성하고 서로 돕는 조직 문화를 만들어서 회사에 오래 남아있을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는다. 나 역시도 SE 일을 하면서 SE들이 서로 돕는 모습에 매우 놀라기도 했다. 아무래도 개발자의 세상에서는 혼자 해결할 수 있는 건 시간이 더 걸리더라도 혼자 잡고 해결하는 게 미덕이니까 말이다.


참고로 글로벌 IT 회사에서는 대다수의 어카운트는 파트너를 통해서 관리하게 된다. 이런 파트너사의 엔지니어들을 교육하고 관리하는 역할을 하는 파트너 SE라는 포지션도 있다.


코딩 안 하는 엔지니어라고요?


솔직히 말하면, 나는 SE로 경력을 전환하기 전에 SE가 개발자의 능력 개발 경쟁에서 밀려나 다른 살 길을 찾은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던 거 같다. "아니 도대체 손으로 직접 코딩을 하지 않고, 어떻게 그 기술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단 말인가?" 실제로 많은 개발자들이 경력이 쌓여서 매니저 포지션으로 승진하고 점점 코드를 짜는 시간이 줄어들수록 개발자 경력이 끊어진다고 생각하는 거랑 같은 맥락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는 항상 업무 때문에 바쁘다. 그래서 직접 자신의 손으로 많은 코드를 치고, 그 기술들을 실제로 사용하지만, 그 기술을 큰 그림에서 살펴볼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프로젝트 마감기간이 빠듯하면 일단 돌아가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만드는 조직들도 많다. 그런데 SE가 되고 나서 정말 개발자일 때보다 훨씬 더 많은 기술적인 내용들을 공부하고 있다. 고객보다 기술에 대해서 잘 모르는 SE는 어디서도 환영받지 못하고 고객 시간을 낭비시킨다. 그러면 세일즈한테 엄청나게 미움을 받는다. 도움이 될 거 같아서 데리고 갔더니, 고객이 하는 질문에 하나도 대답을 못하는 SE를 누가 데리고 다니고 싶겠는가?


그래서 SE의 업무의 50% 이상의 시간은 고객 지원이고, 그다음으로 가장 많은 시간을 차지하는 것이 끊임없이 제품을 공부하는 것이다. 그리고 한 제품을 팔기 위해서는 자기 회사의 제품만 알아서는 되지 않는다. 내가 속해있는 시장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공부하고, 경쟁사는 어떤 제품을 출시했고, 끊임없이 경쟁 우위를 확인해야만 제품을 팔 수 있기 때문에, 알아야 하고 공부해야 하는 것들에는 끝이 없다. 그 덕분에 서비스를 큰 시야에서 보는 능력이 생긴다. 다양한 분야의 많은 지식을 필요할 때 연결시킬 줄 알아야 한다.


IT 기업의 꽃인 영업과 개발, 그 중간 다리


IT 회사의 꽃은 영업과 개발이다. 왜 그럴까?


개발자들은 고객에게 판매할 제품을 만든다. 그런데 고객에게 판매할 제품을 만드는 포지션은 개발자 이전에도 많았다. 많은 회사의 수많은 R&D 포지션에서 일하는 엔지니어들이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같은 대우를 받지는 못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의 특수성은 개발자가 만들어내는 제품이 거의 무제한으로 복제가 가능하다는 데 있다. 구글이나 페이스북, 네이버 같은 서비스는 거의 무제한으로 사용자들을 받아들인다. 초기에 개발자 인건비만 투자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시장이 커지면 커질수록 무조건 인건비를 회수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이후에는 거의 대부분이 수익으로 돌아오는 초 고 마진 비즈니스라는 이야기다. 그리고 미국 실리콘벨리를 시작으로 많은 나라에서 IT 기업들이 막대한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내기 시작하면서 개발자 몸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세일즈는 그 제품을 파는 역할을 한다. 아마도 B2C 업계에만 오래 있었던 분들은 "그냥 마케팅 잘해서 제품이 알아서 팔리게 하면 되는 거 아니에요?"라고 질문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런 B2C 제품들과 다르게, IT 회사의 제품은 제품이 너무 복잡하고 특히 B2B 제품은 단가가 높은 경우가 많다. 몇 천만 원에서 몇십 억씩 하는 이런 제품은 사람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 구매하듯 제품 구매를 결정하지 않는다. 많은 제품을 비교하고 싶어 하고, 그중에서 최대한 안전한 선택을 하고 싶어 한다. 그리고 이 구매 과정에서 SE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설계해서 고객이 최고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런 관계를 형성하고 실제로 제품에 판매를 이끌어내서, 기업에 현금 흐름을 만드는 것이 영업이다. 제품이 팔리지 않는다면 무제한으로 복제되는 특성을 가진 소프트웨어도 아무런 의미가 없다.


그 중간 다리에 있는 SE라는 직업이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 개발자로 일을 할 때는, 경력이 쌓이면 쌓일수록 전문성은 생기지만 어느 순간 고객이 보이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만드는 이 제품을 왜 사는 걸까?"라는 개발자의 질문에 답변을 주는 조직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서 내가 만드는 제품을 팔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세일즈 역할을 살펴보다가 SE라는 직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세일즈를 지원하면서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제품을 만드는 프로덕트 팀에 피드백을 주는 과정을 통해서 회사 전체가 돌아가는 큰 그림이 보여서 참 재미있다. 그리고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과정에서 SE로서 가장 효과적으로 솔루션을 설계해서 고객이 최고의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


만약 비즈니스를 넓은 그림에서 보고 싶은 욕심이 있고, 많은 내용을 꾸준히 공부하는 것이 힘들지 않은 사람이라면 SE만큼 재미있게 할 수 있는 일도 없는 거 같다. 개발과 영업 양쪽이 만들어내는 결과물(impact)을 극대화하고 시너지를 내도록 돕는 것이 바로 솔루션 엔지니어 혹은 아키텍트가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더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8월 8일 토요일 한국 시간 오후 7시 / 싱가폴 시간 오후 6시에 줌터뷰에서 라이브로 더 자세한 이야기 만나실 수 있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개발 좀 해봤어?

매거진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