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Dec 25. 2015

부부에서 연인으로 다시 부부로

무려 5년을 따라다녔다

우리는 2011년 여름 방학 때 국제 학생 회의에서 만났다. 그리고 나는 그녀를 그 기간이 끝나자마자 '부인'이라고 부르고 다녔다. 그리고 2014년 가을에 만나기 시작해서, 한 해가 지난 겨울에 결혼했다. 5년을 따라다니며 부인이라고 부르니 너무나 아름답고 따뜻한 그녀가 내 옆에 있었다.


처음에는 친구였다


우리는 말이 참 잘 통하는 친구였다. 굉장히 다른 배경에서 성장했지만, 가족보다, 그리고 몇 년을 옆에서 생활한 친구보다 말이 더 잘 통했다. 행사가 끝나고도 종종 연락하고 한 번씩 만나서 저녁도 같이 먹고 재밌는 이야기를 나누곤 했다. 그러다 2012년에 나는 스페인에, 그녀는 대만으로 떠났다. 나보다 그녀가 6개월 정도 늦게 나갔기 때문에 1년 반 동안은 얼굴을 볼 수 없었다. 가끔 카카오톡으로 서로의 안부를 물었다. 외국에 처음 나가서 살았던 나에게 스페인은 더 넓은 세상이 있다는 것과 세상에는 많은 종류의 삶과 가치가 있다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녀는 대만에 나가 처음으로 외국에서 혼자 힘으로 벌어서 생활하며 더욱 속이 단단한 사람이 되어가고 있었다.


여자친구라고 불렀다


그녀는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마지막 학기를 외국계 기업에 다니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녀의 집과 회사 사이에 마침 우리 집이 있었다. 퇴근하고 마치는 길에 종종 커피도 한 잔 하고, 맥주도 한 잔 했다. 처음 만나고 3년이 지난 우리는 누군가를 충분히 아끼고 사랑할 수 있을 만큼 성장해 있었다. 그리고 내 앞에 있는 사람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 수 있는 안목도 있었다. 그녀와 나는 충분한 시간을 보냈고, 이미 일주일에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가능하면 일을 마치고 서로를 보려고 찾아갔고, 헤어지고 집에 들어가서 아쉬운 마음에 몇 시간씩 전화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도 사귀자고 말하기는 쉽지 않았다. 너무나 좋은 친구였기 때문에, 잘못 말을 꺼냈다가 오히려 다시는 못 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두려웠다. 하지만 용기를 내기로 마음 먹었다. 부인이라고 부르기를 잠시 멈추고 여자친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연인으로의 첫 데이트


결혼하자


결혼을 해야겠다고 결심하는 데는 그리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귀고 3개월 후에 그녀의 생일에 결혼하자고 프로포즈했다. 왜 결혼하려고 결심하게 됐느냐고 묻는다면, 이렇게 대답한다.


그녀보다 이 세상에서 나를 잘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그건 그녀에게도 마찬가지였다.


어린 나이에 결혼한 부인에게 종종 지인들이 물어보고는 한다고 한다. 어떻게 남자가 프로포즈를 하게 만들 수 있냐고. 하지만 나는 질문이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내가 "결혼하자"라고 이야기하도록 이끈 적도 없었다. 그저 내가 앞으로 살면서 이 사람보다 더 나은 사람을 마주할 수 없으리라는 확신을 준 것 그것 하나였다. 그녀는 내가 가장 낮았을 무렵 나를 가장 높게 바라봐 주었고, 언제나 믿어주었다. 우리는 그렇게 세상 그 누구의 시선에서도 벗어나 가장 서로를 아껴주는 사랑을 시작했다.


웨딩사진 촬영

그리고 사귄 지 1주년이 되는 날 회사에 휴가를 내고 손 잡고 가서 혼인 신고를 했고, 그리고 두 달 후에 결혼식을 올렸다. 나는 그녀를 부인이라고 부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