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르코 Dec 27. 2015

나랑 결혼 해줄래?

프로포즈 대작전

이벤트의 기본은 '모르게'다


2014년 초, 겨울. 그 날은 지금은 부인이 된 여자친구의 생일 날이었다. 그리고 그 날은 우리가 사귄 지 정확히 122일 째 되는 날이었다. 그 때 우리 커플은 주말마다 책 모임을 진행하고 있었고, 나는 여자친구에 그 모임에 가자며 손을 잡아 이끌었다. 하지만 그 날은 동생이 미리 예약해놓은 뮤지컬 공연을 예약해 놓았지. 매주 광화문이나 홍대에서 만나다가 잠실까지 끌고 와서 아무 이야기 해주지 않는 여자친구의 물음표 가득한 얼굴을 귀여워하며 오늘 점심은 맛있는 걸 먹자며 데려갔다. 샤롯데씨어터에 들어가서야 뮤지컬을 보는 걸 깨달은 여자친구는 진심으로 즐거워 해주었고, 나도 행복했다. 내 여자의 행복한 얼굴은 남자를 천국에 데려다 놓는다. 그리고 뮤지컬을 보러 들어가는데, 동생을 보고 다시 한 번 깜짝 놀랐고 같이 점심을 먹으며 동생은 형수님의 생일을 함께 축하해주었다. 내 가족과 함께 내 가족이 될 사람의 생일을 다 함께 축하해주고 싶었다.



그 날은 거짓말도 괜찮다


뮤지컬이 끝나고 동생과 함께 점심도 먹고 커피를 마시며, 생일도 축하하고 같이 사는 이야기도 나눴다. 이제 슬슬 저녁을 먹으러 이동할 시간이었다. 동생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전하고 우리는 홍대에 맛있는 것을 먹으러 가자며 일어났다. 짐짓 모른채하며 저녁에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아무거나 괜찮다며 맛있는 거 같이 먹으러 가자는 그녀와 함께 지하철을 탔다. 그리고 공덕역에 잠시 살게 있어서 같이 가도 괜찮냐며 여자친구를 이끌었다. 여자친구는 이 때 공덕역 근처의 외국계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고 있었고, 항상 많은 업무에 힘들어하는 그녀를 보며 공덕역을 기억할 때 좋은 기억으로 덮어줄 수 있었으면 했다. 맨날 가는 곳에 하나쯤 좋은 기억이 있으면 좀 더 행복하지 않을까. 그리고 아침에 잠실에 끌고 가던 것과 똑같은 시나리오로 탑클라우드23 건물 아래 엘리베이터 앞에 섰다.



토끼 눈을 하고 있는 부인을 이끌고 23층에 올라가서 미리 예약해둔 창가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맛있는 음식과 잔잔하고 감미로운 음악, 그리고 은은한 조명에 도심의 야경까지 행복한 저녁이었다. 우리는 이 날을 기억하려고 많은 사진을 찍었고,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그리고 그보다 더 많이 함께 웃었다.



프로포즈는 두 사람만, 은밀하게


여자친구가 화장실에 갔다. 시간이 얼마 없었다. 분주하게 손을 움직였다. 미리 사놓은 다이아 목걸이를 꺼내 테이블 아래 다른 의자에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을 몰래 만나며 받아놓은 생일 축하 편지 모음도 꺼내놓았고, 내가 따로 쓴 편지는 목걸이와 함께 아래에 잠시 내려놓았다.


여자친구가 돌아왔고 수줍게 우리가 한 번이라도 같이 만난 적 있는 지인들의 축하 편지를 그녀에게 전달해주었다. 멀리서 달려와 편지를 써준 지인들의 글을 읽으며 언제 이 편지를 다 모았냐며 다시 물음표로 가득한 얼굴로 날 바라봐 주었다.


그렇게 조금 더 편지를 써준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누다가, 더 줄게 있다며 말을 꺼냈다. 나는 주섬주섬 아래에 내려놓았던 목걸이와 편지를 꺼냈고, 그녀에게 건내 주었다. 편지의 마지막 문장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나랑 결혼해줄래?


여자친구는 편지를 끝까지 읽고 눈물을 흘렸고, 나는 다시 용기내어 물어봤다.


나랑 결혼해줄래?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정말로 프러포즈를 받을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고 한다. 그렇게 우리는 함께 미래를 약속한 사이가 되었다.




온전히 한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연애부터 결혼까지 다양한 사랑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부부에서 연인으로 다시 부부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