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시간은 금이다
아래는 <Imagine + Engineer> 시리즈 목차이자 첫 글
개발자에게 시간 관리는 중요하다. 개발자의 가장 힘든 점은 프로젝트 초반에 익숙하지 않은 환경 설정이나 거기서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이다. 여기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을 잡아먹는 일이 생기는데, 하루 종일 아무것도 못하고 알 수 없는 에러에 매달려 씨름하다가 아무것도 못하고 집에 들어가는 날만큼 개발자에게 힘든 날이 없다. 아무것도 못하는 날은 답답한 마음에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매달려 있는다. 무엇보다 하루를 깔끔하게 마무리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는데, 그럴 땐 다 귀찮고 집에 들어가서 씻고 이불속에 들어가서 자고 싶은 기분이다.
뿐만 아니라, 개발자는 한 업무 단위가 상대적으로 긴 편이다. 엑셀 작업을 하거나 이메일을 보내는 일반 사무의 경우 한 업무를 종료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지만, 개발의 경우 한 기능을 잘게 쪼개더라도 만드는데 아무리 적어도 30분에서 많게는 5~6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보면 한 번 컴퓨터 앞에 앉아 있으면 2~3시간이 훌쩍 지나가기 일수다. 그런데 문제는 2~3시간 집중하는 것은 좋은데, 사람인 이상 집중력과 체력에는 한계가 있고 장시간의 집중 후에는 다시 그 집중력을 이어나가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아무리 고쳐도 해결이 되지 않는 어려와 씨름하던 날이었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아침에 출근해서 3시간쯤 같은 기능을 만들고 있던 어느 날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너무 힘들었다. 하루 종일 모니터 화면을 들여다보고 남들이 알아보지 못하는 글자로 무언가를 써 내려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뭔가 상황을 개선할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뽀모도로(Pomodoro)라는 시간 관리 방법론을 만났다. 뽀모도로는 이탈리아어로 토마토라는 의미인데, 이탈리아에서 토마토 모양의 알람 시계로 처음 시작했다고 이름 붙였다고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25분 알람을 맞춰놓고, 그동안은 아무것도 다른 일을 하지 않고 업무를 마친다. 그리고 5분 쉬고, 다시 25분 간 일을 한다. 이렇게 4번 일을 하고 나면(약 2시간가량), 20분 정도의 휴식 시간을 준다. 각자 하루 목표에 따라서 적게는 6 뽀모도로, 많게는 10 뽀모도로를 하면 좋다. 가장 많이 일해도 10 뽀모도로라면 휴식 시간을 포함해서 5시간이 조금 넘는다.
그런데 직접 해보면 느끼겠지만, 하루 5시간을 온전히 일에만 집중하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이 시간에는 스스로 웹 서핑도 문자 보내기도 금지한다. 쉬는 시간 5분에 화장실도 다녀오고 문자도 보낸다. 이렇게 중간에 쉬는 시간을 통해서 재충전을 하고, 약 10 뽀모도로를 한 날의 업무 성과를 되돌아보면 스스로도 놀라울 정도다. 아무런 계획 않고 하루에 10시간 앉아 있는 것보다, 뽀모도로를 통해서 5시간을 관리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이다.
나는 맥용 앱스토어에서 앱을 다운로드하여서 사용하고 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이런 식으로 사용하고 있는데, 25분의 시간이 지나면 위의 메뉴바에서 자동으로 내려오면서 알람이 울려서 쉬어야 된다는 것을 알려준다.
확인해보니 앱스토어에도 똑같은 개발사에서 만든 앱이 존재하고, 구글 플레이에도 같은 종류는 아니지만 다양한 앱이 존재하니 비교해보고 다운로드하여도 좋겠다. 나의 경우에는 $ 5.49 내고 유료 버전을 사용 중이다. 유료 버전의 경우 뽀모도로를 사용한 통계를 그래프로 보여줘서 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일하고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각각의 업무에 어느 정도의 시간을 투입하는 지도 알 수 있다. 앱 하나에 6천 원이 비싸다고 생각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내가 개발자가 된 이후로 절대로 하지 않는 것이 불법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일이다. 나는 개발자로서 소프트웨어를 제 값을 주고 사용하는 것이 기본적인 직업윤리라고 사용한다. 좋은 서비스에는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여야 한다.
결국 뽀모도로는 장거리 선수가 되느냐 단거리 선수가 되느냐의 문제다. 한 프로젝트를 전부 구현하기 위해서 개발자는 체력 안배가 절실한 직업이라고 생각한다. 보다 효율적으로 자기 관리를 하고 충분한 휴식 시간을 통해서 지속적인 생산성을 유지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