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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르코 Mar 29. 2016

개발자 구하기 어렵다고요?

개발자에게 이메일 보내는 방법

아래는 <개발 읽어주는 남자> 시리즈 첫 글이자 목차




로켓펀치를 통해서 생각보다 연락이 많이 온다. 작년 12월 말에 로켓펀치에 프로필을 업데이트하고, 상태를 구직 중이라고 변경해두었다. 그 이후로 거의 매주 1건 꼴로 연락을 받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팀을 제대로 꾸리기 전 상태이거나 사업을 갓 시작한 경우에 먼저 연락이 오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런데 이메일을 쓰는 방식도 참 다양하다. 우선 아래 내가 직접 받았던 이메일 두 개를 공유한다.


로켓펀치 보고 연락드립니다. 메일 괜찮으신가요? 


안녕하세요. 
로켓펀치에서 뵙고 메일 보냅니다.
다름이 아니오라...
이번에 저희가 ** 관련 웹사이트와 웹앱을 개발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90%가량 작업을 마쳤으나 기존 개발자가 학생인 관계로 추가적인 개발이나
유지보수에 있어서 지속 작업이 불가능하다고 밝혀서 이렇게 메일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 (서비스 세부 내용) ...

따라서 지속적으로 함께 할 수 있는 분을 찾고 있습니다.
죄송하지만 전문 기획자가 없고 ** 쪽에서만 다년간 근무한 직원들이 전부라 
이런 개발 쪽엔 모두 익숙지 않습니다. 
그래도 제가 **업체에 근무할 때 전산 관련 기획을 해서
어떤 부분이 필요하고 앞으로 해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는지는 파악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의 **서비스 개발도 저와 개발자 둘이 작업했습니다.
제가 전문 용어는 잘 모르니 이해해 주시고 아는데 까지만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함께 하시게 된다면 현 개발자와 미팅으로 자세하게 설명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현재 진행 사항
1. 프런트엔드 - react
2. 백엔드 - 파이선
3. 반응형 웹, 웹앱 까지 개발.
4. 클라이언트용과 파트너용 2개의 서버 분리

추가 요청 사항
1. 알림 푸시와 알림 문자 기능
2. 필요한 추가 기능은 차후 설명드리겠습니다.
3. 서버 유지 관리.
4. 일반 ** 요청 페이지 추가
5. 관리자 페이지 기능 추가
6. 프런트 기능 약간 변경.

현재 사이트는 

클라이언트용  **.co.kr
파트너용 **.co.kr
이렇게 확인 가능하십니다.

혹시라도 맡아 주실수 있다면 보수는 어느 정도 드려야 할지요?
저희는 정직원처럼 월 단위로 고정급을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함께 해주실 수 있는 기간은 언제까지 인지요?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두 이메일을 읽으면 어떤 느낌이 오는가? 이메일을 처음 보낸다면 그 사람의 얼굴이고 첫인상이다. 그런데 이메일을 보내면서 "메일 괜찮으신가요?"라는 내용만 덜렁 보내면, 제일 먼저 '참, 일 못하겠다.'라는 생각이 든다. 그에 반해 아래의 이메일은 현재 개발 진행 상황과 개발에 사용된 기술, 그리고 내가 맡아줬으면 하는 부분들을 자세하게 기술해서 거의 더 이상의 부연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깔끔하게 이메일을 보내고 있다. 나는 이건 정말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도대체 왜 메일을 보내면서 메일을 보내도 괜찮은지 묻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심지어 저 이메일을 보낸 사람은 한참 이메일을 보내다가 마지막에 '급여 없이 지분 지급형 참여'를 요청했다. 나에게는 큰 시간 낭비였다. 그렇다면 어떤 이메일이 좋을까?


1. 요구사항을 깔끔하게 정리할 것


개발자를 뽑기는 뽑아야겠는데, 어떤 개발자를 뽑아야 하는지 전혀 모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실제 해야 하는 역할과 전혀 관계없는 기술을 필요하다고 적어놓는다. 그런데 그 필요 기술 목록만 살펴봐도 조직이 개발에 대해 얼마나 이해가 있는 조직인지 알 수 있다. 특히 PHP, Java, Python, Ruby 이런 식으로 프로그래밍 언어를 나열하면 '나는 개발에 대해서 전혀 이해가 없습니다.'라는 인상을 줄 수 있고, Spring, Django, Ruby on Rails, Android, iOS 등의 프레임워크를 나열하면 '연봉 1억부터 시작하나 보지?'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


차라리 잘 모를 때는 원하는 기술로 마음껏 만들라고 쓰는 게 더 나을 수 있다. 물론 주위의 개발자나 혹은 지인을 통해서 개발자를 소개받아서 실력이 어느 정도 되는 사람인지 검증하는 과정을 필요하겠지만. 개발에 대한 이해가 없는 조직에서 혼자 개발자로 일하려면, 영어 한 마디도 못하는 사람 속에서 혼자 영어로 떠드는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개발을 하지도 않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마감 기한을 정해서 주는지', '일은 더 주면서 왜 일정은 더 늘려주지 않는지' 고민을 하다 보면 점점 그런 조직은 피하게 된다. 개발에 관해서 완벽하게 권한을 넘겨받는 경우라면 다르겠지만.  


2. 내부 사정과 제안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것. 단, 지분만 제안하지 말 것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연락이 와서 한참 이야기를 하다가 갑자기 '지분'만 주겠다고 연락하는 것만큼 난감한 일이 없다. 초기 스타트업에서 지분을 나눠가진 다는 것은, 누군가 자본금을 출자하지 않은 경우에 철저히 업무량을 기준으로 나눠가져야 한다. 그런데 개발자에게 줄 돈조차도 출자하지 못한 스타트업이 개발자를 찾으면서 지분을 주겠다고 하는 것을 나는 이해할 수 없다. 몇 년 간 알고 지내며 서로의 실력에 믿음이 있는 사이라면 모르겠다. 하지만 오늘 처음 이메일로 연락하면서 자본금은 하나도 없고 지분을 주겠다고 설득한다면? 서비스 개발 초기에 결국 가장 필요한 것은 개발자의 노동력이고 가치로 환산한다면 50% 이상의 지분을 가져가야 된다고 생각한다. 이게 어렵다고 생각한다면, 부디 자본금을 모아서 개발자에게 합당한 급여를 지불하고, 거기에 추가적으로 지분을 제공하는 게 좋다.


개발자는 바보가 아니다. 지분 형태로 참여할 경우 절대적인 시간 투입량이 가장 많을 수밖에 없는 개발자는 가장 억울할 수밖에 없다. 


3. 인간적인 예의를 갖출 것


본인은 아니라고 부인할지 모르지만, 사람과 이야기하다 보면 개발자에 대해 생각하는 가치관이 드러날 때가 있다. 그런데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이 개발자를 단순히 프로그램을 생산하는 용역을 제공하는 생산하는 사람으로 생각한다. 물론 합리적인 비용을 지불하고 프리랜서로 개발자를 고용한다면, 그렇게 생각해도 괜찮을지 모르겠다. 그런데 같이 일하는 팀원을 뽑는 것이라면 그렇게 행동하면 안 된다. 행동하기 전에 앞서서 그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으로 그 사람의 언행에서 그것이 은연중에 드러난다.


예전에 회사에 개발 전체 과정을 이끌어 줄 수 있는 CTO급 개발자를 찾는다는 대표님 한 분을 만날 기회가 있었다. 최초에 서비스는 외주로 진행하고, 그 이후에는 개발자 두 명을 고용했다고 하신 그 대표님은 "진짜 팀원을 찾고 있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분과 대화 속에서 느낄 수 있었던 것은 '그저 내가 필요한 걸 만들 수 있는 싼 값에 부릴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왜 그분이 계속해서 좋은 개발자 찾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앞서 함께 일했던 개발자를 이야기하면서, '말 잘 듣고 군말 없이' 일하는 개발자는 좋은 개발자로, '요구 사항이 너무 많았다'던 개발자는 나쁜 개발자로 치부하는 그 모습을 보면서 그들이 왜 떠났는지 알 거 같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가끔 학교 선배라고 학교 이름 팔면서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 대표님이거나 혹은 헤드헌터로 일하는 분인데, 나는 진심으로 그런 식으로 연락하는 걸 싫어한다. 실제로 학교 선배 헤드헌터라며 개발자로 일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좋은 기회를 주겠다며 공짜로 일해달라고 요청한 사람도 있었다. 사회생활은 결국 내가 상대방에게 이익을 가져다주고, 나 역시 상대방으로부터 이익을 기대하는 사이의 집합이다. 상대방이 인간적으로 대하면 나 역시도 인간적으로 사람을 대한다. 그런데 목적이 있어서 접근했으면서, 학교 이름을 들먹이며 접근하는 사람에게는 악취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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