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강에 달렸다
한미동맹은 이제 단순한 군사 안보의 틀을 넘어, 경제와 기술 협력까지 포괄하는 현대화된 동맹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한국의 반도체, 조선산업 등 첨단 제조 기반과의 긴밀한 협력을 원하고 있으며, 이러한 산업 협력이 곧 안보 협력의 연장선에 놓여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동맹의 본질이 ‘안보’에서 ‘경제 안보와 기술 패권의 공유’로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미국은 동맹국을 더 이상 단순한 ‘보호 대상’으로 보지 않습니다. ‘부담 분담(burden sharing)’이 가능한 동맹 파트너로서 한국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한국은 군사력과 기술력을 함께 강화하고, 주한미군과의 상호운용성을 높여 한반도와 동북아의 안정에 기여해야 합니다.
2019년 저는 용산에서 평택 험프리스 기지로 근무지를 옮기며, 기지의 규모가 확장되고 있는 모습을 직접 보았습니다. 험프리스는 단순히 대북 억제를 위한 전술 기지가 아니라,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의 핵심 거점이자 대중(對中) 억제의 전략 기지임을 직감할 수 있었습니다.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을 “중국과 일본 사이에 떠 있는 고정된 항공모함”이라 표현한 것도 이러한 맥락입니다.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상 ‘전략적 요충지’라는 운명을 타고났으며, 우리는 그 운명을 현명하게 활용해야 합니다. 주한미군이 동북아 전체의 전략 임무를 수행하려 한다면, 우리는 이를 불편하게 느낄 필요가 없습니다. 오히려 우리가 할 일은 명확합니다. 한국군의 실질적 역량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미국은 동맹국의 국방비 부담을 GDP의 5% 수준까지 늘릴 것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는 현실적으로 부담스러운 제안이지만, 가능한 범위 내에서 국방비를 증액하되 병력 유지비, 특히 인건비의 현실화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 군 간부의 열악한 처우로 인해 유능한 인재들이 군을 떠나는 사례가 늘고 있습니다. 최신 장비를 운용하는 것도, 부대를 지휘하는 것도 결국 사람입니다. 인건비 현실화를 통해 엘리트 간부들이 장기 복무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군의 질적 수준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 미국의 확장억제 체제 아래에 있지만, 동시에 일본처럼 핵연료 재처리 능력 등 잠재적 핵개발 역량을 갖출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핵무기를 보유하자는 주장이 아니라, 유사시 스스로 억제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을 마련하자는 것입니다.
한국의 지정학은 숙명입니다. 우리는 그 숙명을 피할 수 없지만, 유리하게 이용할 수는 있습니다. 한미동맹은 여전히 한국 안보의 핵심 축이며, 따라서 우리는 미국과 긴밀히 협력해야 합니다. 그러나 동맹의 미래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스스로의 힘을 키우는 것’입니다.
한국이 강하고 안정적으로 서 있을 때, 한미동맹도 더욱 견고해집니다. 그것이야말로 한미동맹의 미래를 지탱하는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기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