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니 빠진 미녀? 말 못 하는 인어공주?
Translation fails이라는 meme을 본 적이 있는가? 한동안 엄청 유행하더니 지금은 뜸하다. 잘 됐다. 처음에만 재밌지 원어민이 제2국어 영어를 구사하는 외국인의 실수를 가지고 놀리는 것 같아서 금방 찝찝해진다. 이런 밈에 등장하는 잘못된 번역이 있는 곳은 대부분 소규모 자영업이고 이들의 주요 고객은 사실 영어 쓰는 원어민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의사를 전달하는 것이다. 실수해도 괜찮다. 물건 팔았고 웃음거리 준 셈 치면 된다.
하지만 문제는 해외를 겨냥한 제품, 웹사이트, 안내문이 translation fail 할 때이다. 열심히 제품 개발하고 세계적인 서비스 만들었는데 막상 제품 설명을 못하는 사례를 볼 때마다 같은 한국인으로서 속이 쓰리다. 인어공주가 사랑하는 왕자 앞에 섰는데 말을 못 하는 것 같다. 혹은 예쁘고 똑똑한 인어공주가 입을 열었는데 나오는 말이 무슨 술 취한 할아버지가 말하는 것 같다. *대규모 기업 예외 아니다(Ikea, KFC, Ford.. 돈의 문제가 아니라 정성과 생각의 부족임을 알 수 있다 관련기사)
아무리 내면이 아름다워도 말을 못 하면 밖에서는 (특히 레퍼런스가 없는 해외에서는) 알 길이 없다. 대부분 웹사이트가 처음이자 마지막 레퍼런스이다. 처음 보는 아주 예쁜 사람이 말을 하려고 입을 열었는데 앞니가 없어서 분위기가 깨지는 씬이 있다. 이런 꼴의 웹사이트 많다. 한국 출신 웹사이트뿐이 아니다. 텍스트는 영어인데 뭔가 이상하다... 싶어서 회사 정보나 더 찾아보면 영어권 국가가 아닌 경우가 많다. 절대 문법의 문제가 아니다. 쓰는 단어뿐 아니라 어투, 어필하는 방법에서도 이질감이 생길 수 있다. 물론 다른 것이 잘못은 아니다. 하지만 참신함과 이질감은 다르다. 마케팅 과정에는 이질감은 온보딩에 마찰로 작용한다.
#잠깐딴소리
모나리자가 가장 유명한 작품인 이유는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자신의 최고 작품이라고 자랑하고 다녔기 때문이라는 설화가 있다.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가장 잘 마케팅한 작품이 가장 가치 있게 여긴 작품으로 남았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더 이상 먹이를 찾아다니라 평생을 쓰지 않는다. 대신 선택받기 위한 경쟁 하느라 바쁘다. 즉 제품을 말로 어필할 수 있는 마케팅이 경쟁의 필수 요인이라는 것이다.
영어로 브랜딩을 하는데 슬로건, 태그라인이 아주 입에 짝 달라붙는다. 관련 도메인도 싸다. 와 횡재다.
너무 기뻐도 상품에 이름 찍기 전에 하나만 더 하자. 구글에서 검색해 보는 것이다.
해당 문화권 사람들은 절대 잊지 않고 절대 가까이하지 않는 문구, 심벌이 있다. 히틀러 수염 아무도 안 하는데 이유가 있다. 역사, 문화적 이해가 없으면 final solution 은 아주 좋은 마케팅 문구 일 수 있기 때문이다. KKK 미국의 인종차별 역사를 대표한다. 이런 이해 없이 문구, 심벌을 순진하게(?) 사용하는 사례 적지 않게 봤다. ㅋㅋㅋ 를 kkk로 번역한 경우도 봤다. 웃음을 의미하는 은어가 인종혐오적 문구로 변한 것이다.
해외 진출하려면 해당 문화에 대한 역사, 문화적 이해가 절대 없음이 안됨을 알아야 한다. Cancel Culture라고들 한다. 남의 깊은 상처를 몰라서 찔렀다고 용서해 줄까? 용서해 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사람으로부터 물건을 사지는 않을 것이다.
카피라이터의 역할은 문화적 배경에 대한 설명, 컨설팅도 포함한다. 하지만 카피라이터가 없으면 세계 역사 잘 모르더라도 구글 검색은 할 줄은 알아야 한다. 구글 검색을 조금이라도 하면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적어도 검색 결과를 통해 자신의 이름, 브랜딩, 슬로건이 부정적이거나 부적절한 콘텍스트가 있을 수 있다는 짐작을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