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하는 것을 선택할 때 생기는 일
“선생님, 저 노래에 재능있어요.
그런데, 팝송대회에서 수상을 못해요. 심사위원이 너무 편파 판정이에요.”
노래 부르기를 정말 좋아하는 아이가 있었습니다. 2학년 담임할 때의 일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 아이는 공부에 재능이 있었죠. 노래는 아니었습니다. 담임을 맡으면 학기 초에 아이들 성적은 기본적으로 파악해야 하죠.
1학년 1학기 성적 1등급 초반, 2학기 성적 2등급 후반.
오잉?

왜 이렇게 차이가 나지? 하고 성적표를 살펴보니, 1학년 2학기 수학 등급이 9등급?
1등급이었던 아이가 9등급이 될 수 있는 건가? 전과목이 대부분 1등급인 아이가 그것도 한 학기 만에 이렇게 성적이 떨어질 수 있나 하고 1학년 선생님께 여쭈어보니, 자신의 노래 재능을 펼치기 위해, S방송국의 **스타 예선을 보고 왔는데, 예선 발표일이 수학 시험 보는 날이었던 겁니다. 아이는 혹시 전화가 올지도 모른다는 불안한 생각에 2개의 핸드폰을 준비해서 빈폰을 내고 진짜 자신의 폰은 가방 속에 진동으로 해두고 넣어둔 거죠.
아이들 말에 의하며 정말 재수 더럽게 없는 놈이라고 했습니다. 거짓말 안 하고 시험 종료 20초 전에 아이의 핸드폰 진동이 울리고, 뒤 이어 바로 시험 종료령이 울렸다는 겁니다. 결국, 학업성적관리위원회가 열렸고, 시험 시간에 핸드폰이 울렸으니, 그것이 가방 안에 있건, 종료 20초 전이건 어느 것도 그 아이의 성적을 구할 방법은 없었던 거죠. 당연히 방송국에서도 연락은 오지 않았고, 아이의 수학 성적만 ’0점‘처리된 거죠. 1등급대를 유지하던 성적을 말아 드시고 2등급대로 진입하면서 슬럼프도 같이 왔다고 합니다. 그리고, 학교 팝송대회에 나갔지만, 당연히 예선탈락이 된거죠. 이쯤 되면 심사위원의 편파 판정이 아니라 실력이 부족한 거 아니겠습니까?
아이의 성적을 둘러싼 미스테리는 풀렸고, 이제 아이와 상담을 해야 했죠.
아이의 얼굴을 보면 **스타 예선 탈락과 9등급이 떠올라 웃겼지만, 웃음을 꾹 참고 아이와 상담에 임했습니다. 그런데 웃을 수가 없었습니다. 노래를 향한 아이의 열망이 사뭇 진지했거든요. 그리고, 올해도 팝송대회에 도전한다는 이야기를 하길래, 제가 조용히 제안했습니다.
“철수야, 영어는 참가자가 많으니까, 참가자 수가 적은 일본어로 도전해 보는 건 어때?”라고 했더니, 저의 솔깃한 제안에 눈동자가 흔들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혹시, ‘참가자 수가 적어서 수상했다’라는 인상을 남기면 아이의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을 테니까, 다시 정중히 권유해 보았습니다.
“일본어 참가자 수가 적다고 수상할 수 있는 건 아냐. 알지? 일본어는 숨은 실력가들이 많이 있다는 거.”
아이는 일본어 부문으로 참가했습니다. 살짝 박치와 음치를 절묘하게 가지고 있었지만, 극한의 노력을 하여 1등은 아니지만, 꿈에 그리던 입상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아이는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누구나가 원하는 **공사 채용 시험에 합격하여 정직원으로 들어갔습니다. 노래를 무척 좋아한 아이였지만, 노래보다는 공부에 재능이 있는 아이였습니다. 아무리 아이의 의사를 존중한다지만, ‘노래의 길을 계속 가보거라’라고 말하는 것은 교사로서 양심에 걸렸습니다.
저는 교사로서 이게 좋은 건지는 모르지만, 별명이 단호박입니다.
아이가 “저 노래에 재능있어요.”라고 할 때,
“어, 노래는 아니야. 노래는 취미로 하면 좋겠다. 그런데 너, 공부는 재능 있어요.”라고 제 생각을 그대로 전달합니다. 이 아이의 경우는 좋아하는 것 때문에 자신의 재능을 살리지 못할 뻔한 경우죠.
그런데,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할 때 성공한 사례가 있습니다. 아직 꿈을 향해 도전 진행 중이지만요.
진로희망이 프로게이머인 학생입니다. 상담하기 전에 ‘진로희망 : 프로게이머’라는 자기소개서를 읽고, ‘밤에 잠도 안 자고 게임만 하겠군’하며 어떻게 상담을 할지 고민하면서 아이를 기다렸습니다.
아이가 와서 제 옆에 앉아서 이야기를 시작하는 데 정말 아마추어 게이머였습니다.
단순히 게임이 좋아서 게임을 하는 아이가 아니라, 게이머가 되기 위해서 승률을 올리고, 승률을 올리기 위해서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게임 수가 필요한 게이머였죠. 그래서 밤에 잠을 자지 않고 밤을 새워 게임을 하고 학교에 온다는 겁니다. 저는 아이의 말에 놀랬습니다. 보통 게임이 좋아서 밤을 새워서 게임 하는 아이는 학교에 지각하기 일쑤였고, 수업 태도도 안 좋고 선생님에 대한 태도 역시 좋지 않았으니까요. 왜냐하면 잠을 자지 못하니까, 수업 중 자게 되고 그런 학생을 선생님들은 깨우고, 깨우면 아이는 짜증을 내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아주 자연스러운 사례죠. 그런데 이 아이는 상담에 임하는 자세도 반듯하고, 평소 지각도 하지 않으며, 청소 시간에 자신이 맡은 구역을 착실히 수행하였고, 꼭 필요한 수업 활동에는 참가하였습니다. 또한, 무단으로 종례를 이탈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동 수업 시에 잠을 자다가 수업 시간에 이동을 못하는 경우도 없었습니다. 밤새 게임을 하고 어떻게 이런 생활을 유지할까 놀라웠고, 한편으로 장기간 수면부족으로 인한 건강 상태가 걱정도 되었습니다. 그래서 아이와 상담 후에 부모님과 전화 상담을 진행하였습니다. 부모님께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었지만, 12시에는 잠을 잔다고 알고 계셨습니다. 사실은 아이가 12시에 잠자리에 드는 것처럼 불을 끄고, 침대 속에서 핸드폰 불빛에 의지하여 게임 정보 등을 검색하면서 부모님이 완전히 잠들 때까지 기다렸다가 2시 정도에 일어나서 6시~7시까지 게임을 하고 학교에 오는 것이었습니다. 12시부터 2시까지는 누워있을 뿐 게임 정보나 기술 등을 유튜브 등을 통해서 검색하는 활동을 했으니까, 결국 잠은 1시간도 자지 않는 상황이었고 학교에 와서 중간중간 필요한 잠을 보충한 것이죠. 어머니에게 이런 상황을 모두 말씀드리고, 아이와 적정 선에서 협상하는 것이 어떠신지 조심스레 말씀드렸습니다. 4시까지 게임을 할 수 있도록 두시고, 4시부터 7시까지 침대에 온몸을 펴고 충분히 잘 수 있도록 말이죠. 아이와도 그렇게 하겠다는 다짐을 받았습니다.
그 뒤로 아이는 학교에서 활동하는 시간이 늘었고, 얼굴도 건강해 보였습니다. 머지않아 한국을 대표하는 프로게이머로 이름을 날리길 기대합니다.
저는 늦은 나이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나의 일상과 나의 경험을 공유하면서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글 쓰고 싶다고 할 때, “사람이 어떻게 자기 좋아하는 일을 전부 하고 살아?”라고 핀잔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이런 반응은 어떤 이유에서였을까요? 아마도 저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먼저 생각하고 걱정스러운 마음에 나온 반응이라고 생각합니다. 수업을 준비해야 하는 선생님, 학교에서 맡은 업무, 두 아이의 엄마로서 해야 할 일 등이 먼저 돌출되어 나오면 제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에는 ‘욕심’이라는 느낌으로 다가오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면 자신도 몰랐던 집중력을 발휘하게 됩니다.
인간적인 계산으로는 도저히 산출해 낼 수 없는 결과치가 나옵니다.
우리 아이들이 좋아하는 것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너 뭐 좋아하니?’ 라고 물으실 때, 5지선다형의 선택형보다는 가능한 조건없는 논술형으로 제시해 주시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각도에서 자신에 대해 고찰할 수 있는 시간을 주세요. 아이들은 자신의 인생 앞에 진지하답니다.
무언가에 몰입할 때 의식의 흔들림은 사라지고 잡념은 잠잠해진다. 누구든 이런 뿌듯한 충실감이 존재하는 순간을 한 번쯤은 경험해 봤을 것이다. 비록 처음에는 좋아하니까 한다는 마음으로 시작할 수 있다. 그러다 몰입하게 되면 어느새 푹 빠져들어 좋고 싫은 잡념이 생길 틈도 없이 집중하게 된다. 정말로 재미있어서 집중하게 되면 ‘이거 재밌군!’이란 생각도 하지 않게 된다. 스포츠나 일, 인간관계에서도 이렇게 잡념이 없는 순간에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다.
-화내지 않는 연습, 코이케 류노스케-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