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성취들이 모여 아이를 성장시킵니다.
철수는 수학과 과학, 특히 물리에 특화된 친구입니다. 수학 1등급, 물리 1등급.
학교 시험이든 전국 모의고사 시험이든 언제나 만점.
모의고사 보고 난 후 만점인지 1개 틀렸는지, 틀렸으면 몇 번 문제에서 실수를 했는지가 관심이 되었습니다. 모의고사를 보고 나면 물리 선생님이,
“아, 나 한 개 틀렸네. 철수는 다 맞았는데, 졌네.”라고 아쉬워하는 모습을 보기도 합니다.
영어는 5등급, 6등급, 7등급 하강국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결국 8등급.
국어는 5등급.
수학 1등급, 물리 1등급.
정말 수학과 물리를 천재적으로 잘했습니다. 잘하는 모습은 수업이나 성적에서만 보이지 않았습니다. 친구들 사이에서, 생활하는 모습에서도 보였습니다.
교실에서 ‘설명하면 이해를 할까’라고 의심이 들 만큼 이해력이 부족한 친구에게 몇 번이고 반복해서 설명해 주곤 했습니다. 그리고 결국엔 친구의 머리에 각인시키고 그 문제를 끝까지 이해 하도록 했습니다. 이건 ‘찐’입니다. 정말 잘하는 사람은 어려운 것도 쉽게 풀어서 전달하는 능력을 지니고 있거든요.
이 친구는 대학을 진학할 때 논술로 입학했습니다.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대학에 지원하고 아쉽게도 논술 일정이 겹치는 대학 중 하나는 포기해야 했지만, 회계학과에 최종 합격하여 잘 다니고 있습니다. 자신의 재능을 살려서 학교 총학생회의 ‘회계’를 담당하면서 즐겁게 학교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친구의 수학적인 재능이 너무 아까워 수학과에 다시 도전해 보기를 희망해 보았지만, 본인이 만족하고 다니는 모습에 슬쩍 떠보기만 하고 개인적인 욕심에서 나온 아쉬움을 살포시 접었습니다. 풀리지 않는 수학의 난제들을 풀어보고자 하는 처음 마음이 변하지 않는다면 언젠가 다시 도전할 수도 있겠죠? 이 또한 이 아이의 몫이죠.
자신이 잘하는 것을 찾는 것은 정말 중요합니다. 사람은 누구에게나 자신만이 가지고 있는 재능이 있습니다. 어떤 이는 자신에게 지닌 재능을 빨리 발견하여 그것을 발휘하면서 살고 어떤 이는 그냥 사장되기도 합니다. 왜 그럴까요?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의 손에 이끌리어 학원에 다닙니다. 자신의 아이에게 모든 것을 걸어서 영어, 수학, 글쓰기, 미술, 피아노, 수영, 우쿨렐레, 첼로, 플롯 등 정말 다양한 학원을 보냅니다. 어린아이들은 엄마가 다니라고 하니, 하루에 3~4개의 학원을 소화해 냅니다. 어떤 아이는 한자 능력 시험을 보러 가면서 시험의 두려움을 떨치지 못하고 울면서 엄마 손을 잡고 와서 울면서 시험장에 들어가 두근거리는 마음을 부여잡고 시험을 보고 나옵니다.
이 모든 과정이 아이의 성장에 꼭 필요한 걸까 생각해 보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이의 재능을 찾기 위해서, 아이가 잘하는 것을 찾기 위해서 다양한 경험을 하게 해주어야 하는 것이 부모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하지만 아이의 재능을 찾아가는 시간과 방법, 과정 모두에서 아이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주어졌으면 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기 주도적으로 선택하고 결정하고 책임지는 삶의 습관이 생겨나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습관은 아이들이 고등학교에 들어와서도 눈에 보입니다. 물론 가정환경을 들여다보면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학교 생활을 이끌어가는 친구가 반드시 경제적으로 넉넉하지는 않습니다. 방과 후에 여러 학원을 다니면서 공부하는 아이들이 학습적인 역량이 뛰어난 것은 아닙니다.
일련의 모든 과정에서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여 필요한 부분을 적극적으로 찾아서 실행하는 아이들이 좋은 효과를 내고 결과적인 면에서도 우수한 편입니다.
나름 진보적인 부모인 그녀였지만 아들을 놓아주는 일은 역시 쉽지만은 않았다. 아이가 제대로 배우고 있는지, 잘 성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 못하게 될까 봐 불안했기 때문이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소워즈가 따끔하게 지적했다.
“저에게는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자유가 간절히 필요했어요. 이 과목 저 과목 왔다 갔다 공부하면서 어떤 과목은 푹 빠져들었지만 또 어떤 과목은 기본적인 것만 대충 하기 일쑤였죠.”
-최고의 학교, 테드 딘터 스미스-
집에서는 부모님, 학교에서는 선생님들이 아이들을 바라보는 기본적인 시각은 교육이 필요한 ‘미숙한 존재’입니다. 그래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사고력과 정보력, 창의력, 사회를 바라보는 통찰력, 정치력, 추진력 등 무수히 많은 능력들을 지니고 있다는 것입니다.
재능 없는 아이는 한 명도 없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가끔 노트 검사를 하다 보면 어쩜 그렇게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잘하였는지, 수업 시간에 중요하다고 한 핵심 내용을 아름답게 정리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친구의 성적은 그다지 좋지 않습니다. 성적은 좋지 않은데 수업을 듣고 들은 내용 중에서 중요한 부분을 파악하여 구조적으로 정리하는 재능을 지닌 겁니다.
또 어느 해인가 학교 교칙 중, ‘교실에서는 반드시 실내화 착용할 것’이라는 교칙이 있었습니다. 남학생 34명이 1층 신발장 위치가 불편하다면서 교실까지 들고 올라와서 신발을 교실 뒤편, 창틀 위, 여기저기 벗어두는 데 정말 끔찍했습니다. 거기다 한 아이가 집에서 폐박스, 글루건 등을 가지고 와서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자르고 오리고 붙이고, 여기저기 종이 조각들이 흐트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맙소사, 너무 정신 산만해서 교실에 틈틈이 들러 정리하고 나면 쉬는 시간, 점심시간 지나고 나면 다시 어질러져 있고, 엉망진창이었습니다. 잠만 자던 녀석이 깨어나서 뭘 또 만든다고 저러고 있는지, 책상에 넙죽 엎드려서 온종일 자는 것보다 아름다워 보여서 그냥 두긴 했지만, 여하튼 우리 교실은 그때 태풍 전야였던 것 같습니다. 제가 폭발 일보 직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게 웬일입니까? 하하하, 신발장이었습니다. 그 녀석이 만들던 것이 우리 반만을 위해 특수 제작한 신발장이었어요. 만들면서도 반 친구들한테는 ‘교실이 지저분하다’, 교과 선생님들은, ‘쌤, 철수 진짜 뭐해요? 수업은 안 듣고 엄청 부스럭거려서 신경 쓰여요.’라는 등의 핍박을 받으면서 만든 우리 반 신발장. 그렇게 아름다워 보일 수가 없었습니다. 자세히 보니, 세부 설계도까지 그려가면서 꽤 과학적으로 설계에서 제작까지 혼자 다 해냈습니다.
이 아이에게는 문제를 파악하고 방법을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기는 능력, 거기에 손재주까지 있었습니다. 만약 중간에 주위의 시선과 반응을 신경 써서 멈췄다면 우리 반의 쾌적을 담당한 1등 공신, 우리 반만의 특수 신발장은 탄생하지 못했을 겁니다. 이런 작은 시작이 아이를 꿈틀거리게 하였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생각하고 실행했을 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느끼게 했습니다. 아이가 어떤 일을 스스로 하려고 할 때, ‘쓸데없는 일’이라는 표현을 삼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모든 아이들은 자신만의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잘하는 일을 할 때에 성취욕을 느끼게 되고 영향력을 끼치는 존재가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