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화 모자란 성적, 꿈이 너무 높을 때

꿈은 높지 않아요. 항상 옆에 있어요.

by 카멜리아

아이들이 고3이 되면 가장 시급하게 생각하는 것은 자신의 성적입니다.

너무 늦은 것 같죠? 네, 조금 늦었습니다. 아쉽게도 그 전에 자신의 꿈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물음표를 찍어보고, 자신에 대해서 심도 있게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과정을 거쳤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요.

하지만 시간은 이미 지나갔고 고3이 되었습니다. 지난 시간들을 돌이켜보고 후회해도 변하는 것이 없기 때문에 뒤늦게 돌이켜보고 후회하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신기한 것은 마치 오늘이 마지막 날인 것처럼, 혹은 오늘 보고 내일은 안 볼 것처럼 막무가내로 행동하던 아이들도 고3이 되면 대학을 가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늦었죠.

그런데 포기해야 할까요? 그렇다면 ‘大器晩成(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왜 있겠습니까? 그리고, 성경의 마태복음 20장 30절에서 ‘그러나 먼저 된 자로서 나중 되고 나중 된 자로서 먼저 될 자가 많으니라.’라고 예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분명, 늦게 시작해도 아무리 성적이 낮아도 자신의 꿈이 확고하면 그것을 잡기 위해 노력하고 결국 이루어냅니다.

자, 여러분, 고3이 되어서 대학은 가고 싶은데 성적은 턱없이 부족하고 꿈은 말도 안 되게 높을 때 아이에게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까요?

“놀던 거, 쭉~놀지, 왜 갑자기 대학에 관심을 갖는 거니?”라고 하고 싶으신가요? 이렇게 말하면 아마도 두 번 다시 아이하고 말할 기회가 생기기 어려울 듯 하네요.

제 경험 중 인상 깊은 이야기를 하나 하겠습니다.

수업 시간에 휘파람 불기, 키득키득 웃기, 아닌 척하기, 옆 친구와 떠들기, 화장실 가기, 공부하는 아이와 시비 붙기, 선생님 말씀에 말대답하기 등 정말 수많은 만행을 저지르던 아이가 있었습니다. 공부하고는 정말 담을 쌓은 아이였죠. 학교에서 수업을 왜 하냐고 묻는 아이였으니까요. 그런데, 고3이 된 아이와 우연히 집에 가는 길에 만났습니다.

“선생님, 저 공부해요.”

“그래?”

“대학은 가야죠.”

“철들었네. 작년에 그렇게 놀더니”

“아, 이제 현타왔어요. 그때는 제가 잠깐 정신이 나갔었어요.”

“다행이네, 집 나간 정신 돌아와서.”

“근데, 쌤. 하나만 해도 대학갈 수 있어요?”

“…하나도 안하는 것보다 하나라도 하면서 찾아봐야지….”

“솔직히 늦었죠?”

“솔직히 늦었지. 그런데, 늦었다고 핑계 대면 좀 비겁하다. 그냥 해. 공부.”

그렇습니다. 아이들은 언제나 하려고 하는 자세가 되어있습니다. 미쳤나 싶다가도 제정신으로 돌아옵니다. 그런데, 이때 옆에 있는 어른들의 역할이 너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아이들이 아마도 이런 액션을 취할 겁니다. 자신이 공부하고 있고 변했다는 것을 알아봐 달라며 물어보지도 않았는데 자신의 근황을 자세히 이야기한다거나, 말을 걸지 않았는데 친근하게 다가온다거나 하죠. 이럴 때 리액션을 잘 취해야 합니다.

아이들도 마음으로 불안하면서 무언가 해야 한다는 생각에 도전을 시작했기 때문에 굳이 미래 가능성을 예측하여 현실을 직시시키는 말로 상처를 줄 필요는 없습니다.

구체적인 정보를 수집하고 목표를 설정하는데 함께 하면서 아이가 꿈을 향해 도전해 볼 수 있도록 격려해 주는 자세가 무엇보다도 필요합니다.


‘내’ 영역은 내가 직접 어떻게 할 수 있는 영역이다. 내 몸,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 기분, 마음 등이 내 영역에 속한다. 하지만, 다른 사람의 몸, 다른 사람의 생각, 마음, 기분은 내 영역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영역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다. 물론 그 사람에게 내 생각이나 마음, 기분을 전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전하는 것까지가 내 영역이다. 전한 것을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는 전적으로 그 사람 영역이다.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려고 영역의 기본 법칙을 깨는 순간 고통과 스트레스가 시작된다. 그런 경우에는 상대방과 조율을 하거나, 좁아진 내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물음표혁명, 김재진-중에서


모자란 성적도 높은 꿈도 모두 아이의 영역입니다. 아이가 선택했고 아이가 준비해야 하고 아이가 책임져야 하는 아이의 영역입니다. 이것을 해결해 주려고 하면 그 순간부터 아이들과 끝나지 않는 전쟁을 선포하게 됩니다.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할까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으니까 손 놓고 구경만 해야 할까요? 제가 몇 가지 제안하겠습니다.

1) 아이의 성적과 꿈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계셔야 합니다.

나에게 관심이 있고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가 알면 자기 자신에 대해 보다 책임감을 갖게 됩니다.

2) 아이의 진로와 관련해서 지속적으로 대화를 나누고 아이의 진짜 마음을 알아주세요.

이때 조심해야 할 것은 전적으로 먼저 아이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입니다. ‘대화’를 하다가 ‘조언’으로 바뀌는 순간 아이는 입을 닫습니다.

3) 아이가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생각합니다. 분명 아이는 알고 있습니다. 아이의 모든 것을 알 수 없습니다. 아이에게 묻고 또 묻고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4) 아이가 어떤 결정을 내리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결정하지 마세요. 아이의 인생입니다. 대신 살아줄 수는 없습니다. 결정을 내리는 순간마다 함께 할 수는 있지만 선택과 결정은 최종적으로 아이의 몫이어야 합니다.

5) 아이가 실패하더라도 실망하지 마세요. 무언가 시도를 했기 때문에 실패를 하는 거니까, 실패했을 때의 경험이 소중함을 얘기하고 앞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세요.

6) 아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제공해 주세요. 가끔 부모님들은 놀던 아이가 공부를 시작하면 너무 감동하셔서 과외, 컨설팅, 책, 학원 등 무수히 많은 일들을 몰아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이는 이제 걸음마를 떼었습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서 천천히 아이와 함께 가주세요. 그러다 아이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제공해 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이의 성적은 너무 낮고, 꿈은 너무 높아서 걱정이신가요? 만약 이 반대의 경우라면 다행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성적은 높은데, 꿈이 없어요.」

성적은 노력하면 올릴 수 있습니다. 그런데 꿈이 없는 것은 노력해도 이룰 수가 없습니다.

성적이 낮은 아이, 꿈을 꾸고 있다면 그 꿈을 이룰 수 있도록 함께 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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