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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래현 Apr 21. 2024

일기를 접고 에세이를 편 이유

남이 보는 글을 쓰고 싶다

이래현 본인


 에세이를 처음 쓰기로 했을 때, 가장 걱정했던 것은 '글감'이었다. 난 남들보다 특별한 인생을 살아오지도,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갖지도 못했다. 그런 내가 무슨 자격으로 에세이를 쓰느냐 스스로도 의구심이 들었다. 일류의 학벌도, 직장도, 명예도 없는 내가 감히 에세이란 영역을 건드린 이유는 무엇일까?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세 번 정도 블로그에 이런저런 글을 쓰고 있다. 집 앞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는 사소한 일상부터 기쁨, 슬픔, 분노 등 감정을 털어내는 일기까지 딱히 정해진 주제나 형식이라곤 없는 글을 써왔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이 있다. 나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서 지금껏 누군가에게 보이는 글을 써본 적이 있나 하고. 

 누군가 내 이야기가 궁금해서 혹은 공감을 얻기 위해서 내 이름을 검색하거나 이웃을 맺고 글을 보러 오는 경우가 있나 싶었다. 가끔씩 안부가 궁금해 댓글을 달러 오는 친구 한두 명을 제외하곤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게 정말 누구도 궁금해하지 않을 일기 형식의 글만 쓰고 있었다. 이 사회에 나의 이름을 던졌을 때, '아 그 사람, 글 쓰는 사람이잖아'하는 반응이 오기까지. 난 부단히 노력을 하고 있었을까. 아니, 난 그런 시간을 가지지도, 도전하지도 않았다. 그저 남의 눈치를 살살 보며, 조용히 '나만 볼 수 있는 글'만 기록하고 있었다.


일기와 에세이의 차이점은 나만 보느냐 vs 남이 보느냐의 차이다

 이유미 작가님의 <일기를 에세이로 바꾸는 법>이란 책에서 얻은 지식 중 하나다. 일기와 에세이의 기준을 나눌 때 가장 먼저 긋는 선은 '누굴 위해 쓰느냐'이다. 그동안 난 남이 보는 글을 쓴 적이 거의 없다(기사나 콘텐츠를 위한 글을 제외하곤). 특히 개인적인 이야기라면 더더욱.
 그동안 블로그에 기록했던 수십 편의 일기를 뒤로하고 지금부터는 에세이를 써 보려고 한다. 글을 다루는 사람으로서, 존재를 더욱 명확히 하기 위해서. 또, 글쓰기와 편집 실력을 더욱 키울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라면서. 나는 지금껏 묵혀왔던, 숨겨왔던 나의 이야기들을 하나씩 풀어보려고 한다. 물론, 부담이 앞서는 건 어쩔 수 없다. 처음 이 글을 열었을 때 했던 말, 난 특별한 인생을 살지도, 기상천외한 에피소드를 갖지도 못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지극히 평범한 일상이 주를 이루는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설령 미소한 일상 속 자극이라도 그 바람에서 느껴지는 감촉과 향기를 추억하는 것이 우리 인간이지 않을까.


 에세이를 본격적으로 쓰기 전, 브런치의 내 프로필부터 새로 싹 갈아 끼웠다. '아르'라는 익명 뒤에 숨은 채로 정성 들이지 않은 글을 발행했던 지난날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각오부터 분명히 새기고 싶었다. 당당히 프로필에 내 이름을 넣었고, 이력도 최신화했다. 자, 이제는 물러설 곳이 없다. 글 하나가 발행될 때마다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글 쓰는 이래현을 사회에 던질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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