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의 날들을 보내고 있을 때, 이런 파란만장한 내 인생 이야기를 드라마/책으로 써보면 어떨까 생각을 했다. 덜컥 여의도에 있는 한국방송작가협회 드라마 작가반에 신청하고 면접을 봤다. 면접은 일대일이었고 중년 여성분이었다. 책상 앞에는 임시명패가 있었고, 끝나고 검색해 보니 유명한 작가 선생님이었다. 면접결과는 불합격. 면접 내내 “왜 작가를 하려고 하냐?”, “그냥 경력 이어서 일하는 게 낫지 않냐?” 걱정과 조언을 많이 들었던 면접이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직업상담원이 되었고, 내 직업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다. 혼자는 안 써져서 올해 초 글쓰기모임에 나갔다. 솔직하게 내가 어떻게 직업상담사가 되었는지 적어 내려갔다. 모임은 총 4명이었고 내 글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와 응원을 해주었다. 그리고 브런치에 글을 써보면 좋을 거 같다고 의견을 주었다. 예전부터 브런치를 알고 있었지만, 브런치 작가 도전은 생각조차 못했다.
글쓰기 모임을 하고 일주일쯤 지났을까? 동료 주무관님이 브런치 작가에 도전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용기를 얻어 그날 바로 브런치 작가 신청을 했다. 합격을 기대했지만 일주일도 안되어 불합격 메일을 받았다. 주말을 이용해 두 번째 글을 썼고 다시 신청했다. 결과는 불합격. 오기가 생기기 시작했고 세 번째 글을 썼다. 또 지원-불합격. 결국 네 번째 글로 네 번째 도전만에 최종합격했다. 드디어 내 진심과 진정성을 인정받은 거 같아 기뻤다.
(*첫 번째 신청 1/30> 두 번째 신청 2/5> 세 번째 신청 2/21> 네 번째 신청 3/19> 최종합격 3/21)
가족, 동료 몇 명 빼고는 브런치 작가 된 것을 비밀로 했다. 뭔가 주변에서 내 글을 읽는다고 생각하면, 앞으로 글을 쓸 때 신경 쓰고 방해(?)될 거 같은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브런치 작가가 되고 세상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까 봐 별의별 걱정을 다했다. 그러나 천만의 말씀. 아무도 모르고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정말 쓸데없는 걱정을 한 것이다.
브런치 작가 신청할 때 계획을 적어야 하는데, 총 12개의 글로 목차를 구성했다. 브런치에 글을 쓰는 것도 좋지만, 스트레스를 받으면서까지 쓰고 싶지는 않았다. 본업도 있으니 매달 1개의 글을 쓰고 발행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일 거 같았다. 브런치 작가 도전하며 쓴 4개의 글 덕분에 늘 저장 글이 2~3개가 있다. 저장 글이 많이 있어도 매달 1개 또는 2개까지만 발행했다. 저장 글이 있어야 이유 모를 안정감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또한 숙고의 시간이 들어가야 더 좋은 글이 될 거 같았다.
매달 1일 글을 발행한다. 신기하게도 구독자는 많지 않지만, 발행과 동시에 라이킷이 눌린다. SNS를 안 하지만 구독/좋아요 올라가면 이런 기분이겠구나 생각이 든다. 라이킷을 눌러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이왕 누르신 거 구독도 눌러주세요:)
얼마 전 [제11회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응모하기 위해 브런치북을 만들었다. 정식 출간은 아니지만 내 글을 통해 다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행사한 거 같아 뿌듯했고, 스스로에게도 열심히 산 거 같아서 칭찬해주고 싶었다.
조금 있으면 브런치 작가된 지 1년이 된다. 앞으로 오래오래 직업상담하며 글을 쓰고 싶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