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꽂힌 나만의 명대사
다시금 이문열의 소설과 동명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이 주목을 받고 있다.
소설과 영화는 결말이 조금 다르지만, 학창 시절 '석대'라는 급장의 횡포와 그 횡포에 맞서는 '병태'의 이야기, 그리고 석대의 횡포가 새로 바뀐 담임선생님으로 인해 발각되고 몰락하게 된다는 큰 줄기의 내용은 같다.
석대라는 독재 세력에 자신들의 모든 권리를 압류당한 채 '평화롭고 질서 있는' 생활을 영위하였던 같은 반 동무들. 그리고 훗날 최 선생(신구)의 장례식장에서 어른이 되어 모인 자리에서도 "지금 같은 시기에 차라리 석대 같은 지도자가 확 휘어잡으면 좋을걸"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여전한... 족속들.
온갖 부정과 횡포를 일삼는 독재자 '엄석대'도, 그런 석대에게 힘을 실어주는 '최 선생'도 나쁘지만, 영팔이가 던진 이 한마디로 나는 정말 나빴던 것은 우리들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을에 한 명씩은 있는, 어딘가 모자라 보이는 영팔이. 무슨 일이 일어나도 히죽히죽 거리며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할 거라 보였던 영팔이가 울먹이며 던진 이 한마디가, 누군가 나의 뒤통수를 친 것처럼 충격적이었다.
부정한 세력과 그를 돕는 조력자들도 나쁘지만, 그것을 방관하며 그 질서 안에서 그 부조리함에 적응하고 지내는, 우르르 몰려가 생각 없는 악플을 배설하고 가십거리로 삼으며 정의를 위해서는 행동하지 않는 우리에게 던지는. 제일 많이 배운 사람조차도 실천하지 못하는 가장 인간적이고 상식적인 사고를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영팔이 었던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5학년 2반의 평범한 학생의 한 명으로서 이미 이 시대의 석대가 만들어 놓은 질서에 적응하며 살고, 같이 돌을 던지고 손가락질하며 살고 있다